이 책은 뭐랄까요 굉장히 거칠고 딱딱하고 날 것 그대로의 재료를 예리한 칼날로 아주 부드럽게 요리해내고 있습니다. 아직 위가 덜 발달되어 있는 아이들이 먹기에도 좋은 성찬입니다. 프롤로그가 전식이라고 하면 에필로그는 후식에 해당됩니다. 메인 디시는 본문입니다. 식사하는 내내 격정적으로. 때로는 장엄한 음악이 흘러나옵니다. 독서하면서 책에 나오는 쇼팽이랄지 베토벤 월광 3악장 같은 곡들을 들으며 읽으니 독서의 몰입도가 한결 높아집니다. 밀실도 그렇지만 라디오방송이라는 공간도 매력적이고 이 공간에서 활약하는 캐릭터들도 살아있는 것처럼 입말이나 성격들이 독특하면서도 생생하네요. 아이들이 먹기에 딱딱하지 않게 부드러운 장인의 손길이 느껴집니다. 13번의 보도라는 구성도 짜임새있고 긴장감을 유발하면서 한 입 한 입 베어물 때마다 눈이 휘둥그레졌어요.
나에게는 일어날것 같지 않고, 남 일 인것처럼 막연한 안쓰러움이나 그저 방관했던 장애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 주는 마음 따뜻한 동화이다. 특히, 요즘 이기적이고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한 아이들이 접했을때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과 그 동안 알지 못했던 시각장애인들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교육적이고도 교훈이 담긴 좋은 초등도서인듯 싶어 지인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