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체계화하고 분류하여 정리하는 작업을 좋아한다. 논리정연하게 구조가 잡힌 그것을 학문이라 부르기도 하고 이성이라고 부르기도 하면서 그러한 구조를 숭상한다.구획되어질 수 있으며 분류될 수 있는 상태, 그것은 그것이고 이것은 이것일 수 밖에 없는 선과 악이 분리된 상태. 그것이야말로 진리라고 배웠던 나에게 [데미안]은 적지 않은 충격이었다. 분류하지 않은, 총체적인 것으로서 대상을 바라보고 수용한다는 것이 얼마나 인간적인지 깨달았기 때문이다.중학교 2학년 한창 조숙해가는 시기에 [데미안]을 읽고서 일기장 가득히 감상문을 써 내려갔던 적이 있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그 새는 아프락삭스를 향해 날아간다. 데미안의 가장 중요한 구문이자 가장 감동적인 구문이다. 총체적인 인간 전인격적인 인간이라는 말을 굳이 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선과 악이 공존하는 존재로서 인간을 그대로 수용하고 받아들여야 함을 잘 알고 있다. 헤르만헷세의 사물을 바라보는 신선한 시각과 놀라운 통찰력이 돋보이는 작품. 헤르만 헷세는 시대를 초월하는 고전 중의 고전이다. 특히, 규범적인 것을 벗어나 세상을 새롭게 바라볼 필요가 있는 중고등학교 시기에 읽는다면 매우 유용한 책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