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론테 패밀리에서 푸시킨까지, 문학의 산실을 찾아 가는 세계 문학 기행 [문학에서 여행을 만나다].최근 읽은 책 중에 가장 반긴 책이 아니었나 싶다. 문학 좋아하고 여행 사랑하는데... 심지어 지금이 어느 때인가. 전례 없던 코로나 역병으로 당분간 해외로 여행 가기는 힘들 시기에 세계 문학 여행이라니. 나도 모르게 눈에 하트가 뿅뿅해서 읽어 내려갔다.이 책을 쓰신 동시영 작가는 시인이면서 미디어 관광학부 교수인 교수이기도 해서, 여행에 대한 지식과 여행지에서의 감상을 고루 풍성하게 기술해 놓았다. 특히 작가가 여행 중에 쓴 시들은 가보지 못한 나라와 도시에 대한 상상과 기대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지는 영국. [제인 에어]의 샬럿과 [폭풍의 언덕]의 에밀리 자매로 유명한 브론테 가족의 하워스. 책 안에서 떠난 첫 여행지이기도 했고, 문학적 재능을 타고났던 형제들이 모두 짧은 생을 마감한 가운데... '워더링 하이츠'를 뒤에 두고 살았던 브론테 패밀리의 집과 무덤과 교회가 나란한 그곳이 참 인상적이었다.그리고 푸시킨의 나라 러시아! 러시아는 내가 이십대에 유일하게 가 본 외국이며, 모스크바에 머무는 한달간 운 좋게도 상트 페테르부르크와 소치까지 가볼 수 있었던 알찬 여행을 했던 나라다.아쉬운 것은 당시 내 문학적 소양이 푸시킨까지 미치지 못해 아르바트 거리에 여러번 가면서도 푸시킨의 흔적을 유심히 찾아 보지 않았다는 것. 그나마 다행인 것은 2박 3일 페테르부르크 여행 중에 들렀던 푸시킨스까야(지하철 푸시킨역)와 푸시킨 동상은 기억 난다는 것.지금 생각하면 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를 달아주었거나 낫 놓고 기역 자도 몰랐던 꼴 같아 얼굴이 홧홧해진다.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가기 전부터 러시아 문학 지도를 그려가지고는 허투루 쓰는 시간 없이 꽉꽉 채워 러시아 대문호들을 쭉 만나고 올 텐데 말이다.작가의 문장처럼 "여행은 먼 곳을 가깝게 한다". 또한 "관광은 공간, 시간, 이동이 주는 현실의 결핍 채우기"이므로 어쩌면 우리 삶에 있어서 선택이 아니라 필수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여행이든 관광이든 체류든, 내 공간을 잠시 떠나 새로운 곳에서 낯설어지는 것. 낯섦이 주는 충만한 에너지를 잘 모아 두었다가 돌아와서 유용하게 쓰는 것. 이것이 바로 여행의 쓸모 아닐까.시절 좋아지고 집단 면역도 생기고 샤샤도 크고 그러면, 예전보다 더 자주 더 멋진 여행 가방을 꾸리리라 다짐하며 책을 덮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