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는 죽을 권리가 있습니다 - 존엄사와 안락사에 대한 수업의 기록
나가오 가즈히로 지음, 김소연 옮김 / 심포지아 / 2017년 11월
평점 :
위대한 스러짐 - 그 귀한 여정으로, [나는 죽을 권리가 있습니다]
잘 사는 법을 다룬 책은 많다. 그러나 왠일인지 ‘잘 죽는 법’을 다룬 책은 찾아보기 힘들다. 왜 그런 것일까. 우리는 태어난 이상 하루하루 죽음을 향해 남아 있는 시간을 쓴다. 어쩌면 우리 삶은 제대로 된 마지막을 향해 잰 걸음을 걷고 살아내고 있을지 모른다.
오랜 기간 의사로서 일해왔고 일본 존엄사협회 부회장이자 존엄사법 제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저자가 몇 명의 젊은이들과 함께 ‘죽음’에 관해 나눈 대화, 이름하여 ‘죽음의 수업’이 책으로 출간되었다. 제목은 ‘나는 죽을 권리가 있습니다’.
2015년 유튜브에 안락사 예고를 울리고 그 예고대로 죽음을 선택했던 미국의 브리타니 메이나드에 관한 보도를 시작으로 책은 포문을 연다. 죽음에 관해 입에 담는 것조차 불경스러워하는 현 시대의 분위기, 안락사와 존엄사라는 용어의 개념 정리, 죽을 권리, 완화 케어 그리고 연명 치료에 이르기까지 - 죽음을 맞이하는 과정에서 맞닥뜨리는 수많은 생소한 것들에 대해 저자가 따스하지만 결연한 목소리로 열띤 목소리를 낸다. 총 3장으로 나뉘어 각각 ‘안락사 보도를 보고 어떤 생각을 했는가?’, ‘존엄사와 안락사에 찬성하는가, 반대하는가’, ‘당신에게 죽음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말들이 자못 진실하게 오간다. 대담에 참여하는 패널들은 극히 평범한 일본의 젊은이들로, 역자의 옮긴 말에도 적혀있지만 죽음에 관한 생각은 우리와 별 다름이 없다. 그래서 더 공감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매일의 삶을 일구는 것도 중요하지만 도달한 저 끝에서 온전한 마침표를 찍는 것 또한 그 중요성을 이루 말할 수 없다. 자신의 마지막을 정할 권리, ‘죽을 권리’에 관한 진귀한 대화를 담은 이 책은, 그래서 더욱 우리에게 주는 울림이 크다.
‘안락사’와 ‘존엄사’에 대해 들어봤지만 개념이 분명치 않아 궁금했던 사람, 현대의료와 죽음에 관해 진지한 소견을 듣고 싶었던 사람들이 읽어보면 특히 더 좋겠다. 한국도 2017년 10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 일명 존엄사법의 시범사업이 시작되었다. 법 체제 안에서 안전하고 성스러운 죽음을 위한 이정표가 세워진 것을 환영하며, 더불어 이 작은 책을 많은 사람들이 읽고 삶의 분주함 속에 ‘죽음’에 관한 물음표를 일깨워보는 시간을 가져보길 소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