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예언자
칼릴 지브란 지음, 류시화 옮김 / 무소의뿔 / 2018년 1월
평점 :
고결한 영혼이 속삭이는 삶의 예언들, [예언자]
칼릴 지브란의 시 중에 ‘그대의 행복 안에’라는 시가 있다. ‘...그대야 말로 그대의 삶에 그토록 부드럽고 다정했던 까닭에.’라는 구절로 끝을 맺는, 이 비교적 짧은 시는 우연히 알게 된 후로 그 온화한 시어에 반해 수없이 되뇌어보고 무수히 써봤을 정도로 애송(愛誦)시가 되었다. 그리고 문득 그런 생각이 떠올랐다. 화자가 말하는 ‘그대’는 누구일까. 아마 사랑했던 그녀였겠지, 하고 막연히 중얼거렸다.
칼릴 지브란의 생전 최고의 역작으로 불리는 동명의 시집을 그의 생애와 함께 엮은 [예언자]가 시인 류시화를 거쳐 독자들에게 소개되었다. 나직한 그의 문장에서는 좀처럼 짐작하기 힘들 정도로 그는 생전 힘겨운 삶을 살았다. 가족들을 줄이어 잃는 슬픔을 겪었으며 사랑한 여인과도 이어지지 못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그런 그가 쓴 서두의 ‘그대의 행복 안에’는 이 책을 읽고 나니 이제는 자기 자신을 관조하고 읊조린 시가 아닐까 싶다. 풍파로 바람 잘 날 없었던 인생이었지만 그의 섬세한 예술혼은 기어코 여러 명작을 탄생시켰다. 이 [예언자] 역시, 마음을 울리는 메시지를 담은, 아름다운 시어로 채워졌다.
작중, ‘결혼’에 대하여 ‘예언자’는 이리 말한다. “...그러나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그래서 하늘 바람이 그대들 사이에서 춤추게 하라. 서로 사랑하라. 그러나 사랑으로 구속하지는 말라. 그보다도 그대들 혼과 혼의 두 언덕 사이에 출렁이는 바다를 놓아두라...” 비단 결혼에만 국한되는 말일까. 친밀을 이유로 서로의 거리를 잘 조절하지 못해 상처 입는 관계는 보통의 인간관계에서도 수없이 많다. 그런가 하면, 어린 시절부터 수많은 병마와 시름해온 지브란은 유약했던 몸을 가진 현실과 달리 글에서는 날카로움으로 펜을 휘두르기도 한다. 정돈된 단어 속 단호한 외침은 때로는 읽는 이의 폐부를 시리도록 찌른다.
지브란이 사랑한 여인이자 멘토였던 메리 해스켈은 이 시집의 진가가 시간이 지나고 영혼이 성숙해질수록 발휘될 것이라고 했다. 그녀는 옳았다. 읽고 또 읽고, 몇 번을 읽었을 때 시어가 비로소 가슴에 스며든다. 무슨 이유로든 아픔이 있는 영혼들은, 단언컨대 이 시들로 몇 번이고 위로받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