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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노트 -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만의 이야기
조웅연 지음, 청공(이성은) 그림 / 더도어즈 / 2017년 12월
평점 :
비밀스런 나만의 이야기, 끝나지 않을 그 이야기 속으로 [엔딩노트]
엄마가 좋아하는 영화의 대사, 친구가 가장 가고 싶어 하는 장소,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의 리즈 시절 사진... 내가 아닌 타인의 이야기는 너무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정작 내 맘 깊숙한 곳에 자리한 내 이야기는 조금도 꺼내어보지 못한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사소한 일이라도 누군가에게 털어놓으면 기쁨이 배가 되고 슬픔이 반으로 줄어든다. 그것이 사람이든 한낱 노트든.허나 이 신기하고도 진귀한 체험은 불행하게도 바쁜 우리네 일상에서 좀처럼 가지기 힘든 것또한 사실이다. 그런 이들을 위해 예쁘고 고마운 기획의 책이 출간되었다. 이름하여 [엔딩노트]. 일러스트레이터가 그린 따스한 감성의 일러스트들이 137페이지를 가득 채우고 있다. 그리고 장마다 책은 질문을 던진다. 내가 친해지고 싶었지만 친해지지 못한 사람의 이름을 묻기도 하고 시간이 너무 빠르게 가는 걸 실감할 때가 언제인지를 묻기도 한다. 때로는 나라는 울타리 안에 있는 것들을 써보라고 하기도 하고 나열된 형용사들 중에서 나에게 적합하지 않은 형용사를 지워보라고 시키기도 한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챕터에서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폭로하고 싶은 이야기를 써보라고 한다. 그리고 그 뒷장에 쓰여 있는 글귀는 ‘이제, 여기에 썼던 것들은 지워버리기로 해요’이다. 담백한 위로이지 않는가. 나는 아직 이 책의 페이지를 다 채우지는 못했지만 지금까지 쓴 페이지들을 넘겨보면 무의식 속 내가 생각하고 있던 것을 느끼고 또 공감해 그것이 놀랍고 마냥 반갑다. 어떨 땐 후련하기까지 하다. 앞의 문구처럼 ‘쓰고 지워버릴 수 있는 것들’이 다는 아니지만, 그래도 세상 밖으로 걸음을 내딛은 내 생각들이 대견하고 소중하다. 지나간 시간들과 그 시간들 속의 선택들이 모여 지금 이 순간을 만들고 지금의 나를 조각했다. 삶에 쫓겨 얼기설기 구멍이 나 있던 내 지나간 길을 돌아보는 것은 결코 과거 회상 정도가 아닌, 정말로 의미 깊은 새해맞이가 될 것이다.
이 책의 영문 표기는 End가 아닌 And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페이지가 끝나도 앞으로 계속될 ‘나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