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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트 문학의 종언시대 ㅣ 문화다북스 평론집 3
최강민 지음 / 문화다북스 / 2017년 11월
평점 :
현 시대에 던지는 문학의 퍼런 일갈, [엘리트 문학의 종언시대]
제목부터 자못 비장한 이 책의 첫 장을 넘기며 절로 경건한 마음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엘리트 문학이 무엇일까라는 의문도 평소에 가져보지 않았기에, 그것의 ‘종언시대’는 분명 감도 잘 잡히지 않았다. 문학 비평가인 자신의 삶이 ‘개같이 힘들다’며 소개를 툭 던져놓은 저자의 글은 그래서 호기심과 함께 조심스럽게 접근하게 된다. 본격적인 문학 비평과는 거리를 두고 살아왔던지라 낯설음이 우선했지만 결과적으로 이 책은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도, 그렇지 않은 사람이라도 한번은 읽어보길 바란다. 총 3개의 부로 나뉘어져 있는 이 책은 각각 ‘엘리트 문학의 종언과 추문들, 그리고 힐링과 다문화’, ‘평론, 자살하다’, ‘남성 작가들, 시대를 말하다’로 구성되어 있다.
그 중에 제일 인상깊게 읽은 장은 책의 제목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1부였는데, 크게 첫 번째로는 소위 유명 문인들의 ‘변절 논란’이었다. 그 중에는 내가 좋아하는 작품의 저자도 있었기에 적지 않은 충격이었다. 인터넷에서 떠다니는 글로 접한 적 있는 이야기였지만, 같은 업계(?)에 몸담고 있는 동종업자가 들려주는 생생한 증언으로 듣는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왜 저런 행동을 했을까란 안타까움은 일단 접어놓고라도, 눈에 익은 몇몇 이름들은 뒤에 붙은 수식어가 참으로 낯설었다. 그리고 아무리 정권이 바뀌었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쓴 책에 실명으로 조목조목 사건의 개요를 거론해 놓은 저자의 용기 아닌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또 한 가지는 힐링 문학의 대두에 관한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2012년부터 힐링이라는 용어가 시대를 규정하는 대표 명사가 되었다고 한다. 평소에 넘쳐나는 ‘힐링’마케팅에 적지 않게 염증을 느끼던 차라 나로서는 속 시원한 대목이었다. 개인의 노력과 희망을 강조하는 힐링은 지금 이 사회가 병들고 신음하는 근본적인 이유를 파악하지 않고 있다. 아니, 분명 그들 중 누군가는 우리의 트라우마가 한국 사회의 구조적 모순에서 비롯된 상처에 기인한다는 점을 부러 간과하고 있다. 근본적 치료가 아닌 일시방편에 불과한 이 현상에 우리는 슬프게도 너무나 많은 관심을 주고 있는 것이 아닐까. 본문에서 저자는 문화평론가 이동연의 말을 빌어 이 시대의 힐링 문화는 ‘감정을 상품으로 판매하는 자본의 이중 막장 착취 기제’라는 냉엄한 진단을 내린다. 그리고 그 힐링 여파는 문학에도 미쳐 소위 말하는 ‘힐링 문학 시대’가 도래하게 되었다.
자본주의가 잠식한 지 오래된 우리네 시대에서 예술인들은 유독 상처입고 외로워졌다. 그것은 숙명이자 축복이다. 이 어둠에서 날선 문학 비평은 분명 길을 제시해줄 것이다. 용기 있는 지성인들이 깨어있는 한 움추린 이 시대는 언제든 그 기지개를 펼 수 있다. 이 책은 시종일관 냉소적이지만 분명 그런 희망의 메시지를 준다. 일갈의 메시지를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