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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우시 왕 1세 ㅣ 네버랜드 클래식 50
야누쉬 코르착 지음, 크리스티나 립카-슈타르바워 그림, 이지원 옮김 / 시공주니어 / 2017년 9월
평점 :
어린이의 인권을 향한 사랑의 노래, [마치우시 왕 1세]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에는 기껏해야 어린이 왕이 나라를 통치하며 성장해가는, 그런 흔한 성장 소설쯤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표지의 띠지에 적힌 저자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보자 그런 나의 기대를 살짝 어긋나게 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인 야누쉬 코르착은 아동 인권 운동의 선구자다. 그는 폴란드에서 태어난 유대인으로 우리가 흔히 예상이 가능한 불행했던 유대인의 말로를 걸었다. 그런 그는 어린이 인권을 실천하고 어린이 교육에 평생을 헌신했다. 글쓰기도 게을리 하지 않았는데,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것이 바로 이 [마치우시 왕 1세]라고 한다.
“~어요”로 시종일관 담담하고 유난히 순진무구한 말투로 들리도록 서술된 이야기는 읽으며 완연한 어른이 된 내가 자꾸만 부끄럽고 미안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 분명 마치우시는 찬란한 모험을 하는데도 말이다. 이 책은 표면적으로는 어린이를 위한 동화라고는 하나, 반드시 어른이 읽어야 할 책일 것이다. 저자도 아마 이런 생각을 가지고 쓰지 않았을까?
다소 우울한 결말은 더욱 더 생각이 깊어지도록 한다. 어른들이 만든 기괴하고도 꽤나 이상한 세상 속에,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이들의 눈망울에 비친 것은 과연 평화이기만 했을까. 마치우시의 작고도 큰 모험 이야기는 활자 자체로만 보면 참으로 동화스럽기 그지없어 순간순간 마음이 따뜻해지다가도, 쉴새없이 치고 들어오는 어른들의 이야기는 거슬리는 방해로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어린이의 시선에서 쓰지 않았다면 과연 매일 매일 초콜릿 1파운드를 나눠주라는 법안의 발상이 나올 수나 있었을까. 어린이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 또 그들에게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과연 진지하고 성의를 다해 오늘을 사는 어른들은 생각하고 있는지를 책은 반문한다.
국내 첫 폴란드어 완역본의 출간이 반갑고 또 이런 식으로 번역서의 범위가 점점 넓어지길 기대해본다. 마치우시가 꿈꿨던 멋진 나라가, 언젠가는 이 땅에도 굳건히 펼쳐지길 소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