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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자 X의 헌신 - 제134회 나오키상 수상작 ㅣ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3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재인 / 2017년 8월
평점 :
다소 이질적인, 그러나 어쨌거나 사랑의 형태를 지녔으니, [용의자 X의 헌신]
이 소설은 국내에서 영화로 리메이크된 적이 있는 일본 영화[용의자 X의 헌신]의 원작소설이다. 이미 일본 문학과 히가시노 게이고에 관심이 있는 상당수의 국내 독자들이 읽었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이번 새 출간에는 번역가 양억관 씨가 좀 더 원작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번역을 대폭 수정한 것에 의의가 있다고 본다. 항간에는 미스터리 소설로서 좀 부족함이 있지 않나라고 이 소설을 평가하기도 한다. 나 역시 본격 미스터리 소설로서는 구조나 트릭 면에서 여타 작품에 비견될 만한 완성도를 지니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주인공의 행동의 근간이 되는 정서가 제목 그대로 끝없는 헌신, 사랑의 형태를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소설 전체를 끈적하게 감싸고 있는 음울한 따스함으로 이 소설의 재미를 평가하고 싶다. 마지막 반전 또한 다소 루즈하게 흘러가는 이야기의 끝에서 독자들을 한번 두들겨보려는 작가의 한 수이고, 명쾌하게도 그 의도는 성공했다고 본다. 아직 안 읽어본 사람이라면 꼭 읽어보길 바라는 일본 대중 문학책 중 하나이다. 일본 특유의 섬세하고 건조한 필체가 전체적으로 가라앉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주인공의 사랑은 어리석었지만 위대했고 후회 없는 단호함으로 점철되어 있다. 안도현의 연탄재를 떠올리게 되는 건 내가 퍽이나 이 주인공을 동정하고 공감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