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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 - 죽음을 질투한 사람들
제인 하퍼 지음, 남명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모든 게 말라버린 마을에서 펼쳐지는 짜릿한 추리극, [드라이-죽음을 질투한 사람들]
잘 쓰여진 한 권의 소설을 읽으면 마치 기나긴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느낌이 든다. 그런 점에서 이 책, [드라이-죽음을 질투한 사람들]은 참 잘 쓰여진 소설이다.
도입부에서 독자는 벌써 숨이 조여 오는 듯한 느낌에 사로잡힌다. 파리가 들끓는 마을, 그 속에서 이상기후로 고통 받는 사람들. 내리쬐는 태양 아래 버석한 기운만이 맴도는 그 곳. 이 곳에서 무자비하게 총기로 살해당한 일가족의 장례식으로 이야기는 그 서막을 연다. 금융범죄 전문 수사관인 주인공 에런 포크는 수상쩍은 친구의 죽음을 밝히기 위해 20여 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온다. 소설의 구조는 20여 년 전에 포크가 관련되었던 일련의 사건이 교차편집 되는 형식이다. 현재의 사건을 수사하면서도 끊임없이 20여 년 전의 사건의 망령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포크. 그리고 그를 둘러싼 과거의 사람들. 사건은 풀릴 듯 말 듯 포크의 중심에서 그 실체를 교묘하게 불려간다.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사건으로 혼란스러운 주인공의 주변에서 어슬렁거리는 등장인물들은 그의 고민을 배가시킨다.
개인적으로 이상기후로 말라가는 마을의 분위기의 묘사가 극 전체의 흐름과 잘 어울려 초반부터 강한 몰입감을 주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묘사가 너무나 생생했던 만큼 이런 작가의 문장이 스크린으로 옮겨지면 어떨까란 생각이 자연스레 따라오게 된다. 화제를 모았던 영화[나를 찾아줘]의 퍼시픽 스탠더드에서 이 소설의 영화화가 확정되었다는 사실은 그래서 더욱 반갑다. 제목인 ‘드라이’는 물론, 책을 다 읽고 나면 작가가 ‘죽음을 질투한 사람들’이란 부제를 선택한 이유를 너무도 잘 알게 된다.
자, 여름의 막바지다. 아직 덜 물러간 더위를 확실하게 식혀줄 이 소설을 강력하게 추천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