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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이별하기 전에 하는 마지막 말들 - 평화로운 죽음을 위한 작별 인사
재닛 웨어 지음, 유자화 옮김 / 인물과사상사 / 2017년 8월
평점 :
죽음이라는 또 다른 시작을 맞는 이들의 이야기, [세상과 이별하기 전에 하는 마지막 말들]
3년 전 돌아가셨던 외할머니를 마지막으로 이제 내게 조부모님은 한 분도 남아계시지 않는다. 어렸을 때 돌아가셨던 친할아버지는 얼굴조차 기억이 나지 않고, 나를 무척이나 예뻐해 주셨던 외할아버지는 불의의 사고로 돌아가셨다. 친할머니는 전문적인 간호를 제공했던 요양병원에 입원하셨다가 자연스레 죽음을 맞이하셨으며 외할머니는 내가 마침 타지에 와있던 터라 임종을 지키지 못했다. 다행히도 매우 가까운 사람의 죽음은 아직 겪어보지 못했기 때문에 주변에 가장 연세가 많으셨던 조부모님들의 죽음이 그나마 지금까지 내게 ‘죽음’이라는 것을 피부에 와닿게 했던 것 같다. 그 중에 신기했던 일이 있었다. 노환으로 요양병원에 입원하셨던 친할머니가 담당 의사에게 임종을 선고받은 날을 며칠이나 넘어서까지 살아계셨다. 그리고 갑자기 할머니의 임종이 가까워졌다는 소식을 듣고 미국에서 살던 고모가 부랴부랴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 도착해 할머니를 뵌 그 다음 날 오후에야 할머니는 조용히 숨을 거두셨다. 지켜보던 사람들은 멀리 사는 딸을 보고 하늘에 가기 위해 당신의 생명의 끈을 잡고 며칠을 기다리고 기다리셨던 것이라고 했다.
이 책에는 22년간 간호사로 일하고 그 중에 17년을 호스피스 환자와 그 가족을 돌보는 일에 바쳤던 저자가 자신의 곁에서 죽음을 맞이했던 많은 사람들 곁에서 보고 듣고 느꼈던 것이 가감 없이 적혀있다. 위에 적었던 친할머니의 이야기와 같은 케이스도 책에서 실제로 읽을 수 있었다. 아마도 그것은 죽음을 앞둔 사람의 신비한 힘이었던 듯하다.
열심히 살기, 제대로 살기에 관한 책은 많다. 그러나 죽음에 관한 책은 그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에필로그의 마지막에서 저자가 언급한 “확신할 수는 없더라도 내가 지켜본 바로는 삶에서 가장 좋은 것은 실제로 죽는 것일 수도 있을 것 같다.”라는 말은 그래서 작지 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태어난 이상 우리는 모두 죽음을 향해 가고 있다. 아름답고 정갈하게 마지막을 준비하는 것은 저자도 말했듯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분명히 가능한 일이다. 소중한 사람들에게 손 편지를 쓰고 장례식 계획을 짜고 지나갔던 인생의 조각들을 모아 회고하는 일 등등. 잘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잘 죽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우리는 왜인지 쉽게 잊곤 한다.
이 책은 원하는 모습의 마지막을 맞이하기 위해 과연 어떠한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지, 또 앞서 세상을 떠난 사람들은 어떻게 끝을 준비하고 마침내 하늘로 떠나갔는지, 이 귀중한 이야기들을 조심스럽지만 따뜻하고 객관적인 문장으로 만나볼 수 있는 책이다. ‘호스피스 유머’ 등 관련 직종이 아니면 알기 힘든 용어도 곳곳에 숨어 있다. 숨이 끊어지기 마지막까지 가장 또렷하게 기능을 하는 감각이 청각이라는 떠도는 이야기도 이 책을 읽으면서 확신하게 된다.
책 속 릴리의 말처럼 언젠가 나도, 나의 소중한 사람들도 우주의 일부가 된다. 고결한 죽음을 기꺼히 맞이하는 이들의 이 이야기들은, 그래서 더 값지고 성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