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6 - 사과
박솔뫼 외 지음 / 북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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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삶을 지나가는 문장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6]


허무맹랑하거나 믿기지 않는 이야기를 들으면 ‘소설 쓰네’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꾸며낸 거 아니냐는 마음에서 나오는 말일 것이다. 사실을 기반으로 하기도 하지만 어쨌든 소설은 꾸며낸 이야기 맞다. 그런데 그런 소설을 읽으면 아이러니하게도 현실을 돌아보게 된다. 꾸며낸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내 옆에 자리한 ‘있는 이야기’가 자꾸 눈앞에서 서성댄다. 소설이 노린 것인지 그냥 내 마음이 그렇게 이끄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중요한 건 그래서 소설을 읽게 된다는 점이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6]은 제27회 이효석문학상을 수상한 여섯 작가의 단편 소설이 실려있다. 대상 수상작인 박솔뫼의 《사과》, 우수작품상 수상작인 성혜령의 《하악》, 임솔아의 《나의 빈 묘에》, 장희원의 《영주》, 정기현의 《그거 점 된다》, 황시운의 《일일업무 보고서》은 각자의 시선으로 현실과 가상의 그 어딘가를 넘나든다. 

애리와 선호의 만남과 이별을 건조하고 담담하게 담은 《사과》,

자인의 마흔 번째 생일을 맞이한 하루를 그린 《하악》과 동성 커플인 지윤과 윤미가 반려견의 안장을 고민하며 펼쳐지는 《나의 빈 묘에》, 학교 폭력 피해자 영주가 가해자였던 우진에게 자기 죽음을 지켜봐달라며 찾아오는 《영주》, 쇠갈고리로 자신의 ‘거죽’을 벗겨내는 희정과 문혜를 그린 《그거 점 된다》, 두 다리가 마비된 재택근무자 세진의 하루를 담은 《일일업무 보고서》 모두 현실에 아른거리는 현실 같은 몽상과 가상의 이야기를 말한다. 맨 처음에 실린 《사과》의 이야기를 더 해보자. 애리와 선호의 짧았던 ‘우리’의 순간은 ‘사과를 감자로 보고자 하는 사람에게 사과가 사과임을 증명하는 일’을 하고 싶지 않다고 느끼는 그 기점에서부터 조금씩 흔들리다가, 결국은 소설의 맨 마지막 문장에서 평범한 손님과 점원으로 친절히 웃으면서 서로를 대하며 그렇게 우리의 세상에 수렴된다. 일어난 일과 일어나지 않은 일들을 구분 없이 읽어 나가다보면 이어져 있는 듯 보였던 둘의 관계는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보이죠?’라고 말하기라도 하듯 마무리된다. 이별이라지만 슬프지 않고 오히려 산뜻하다. 진하지 않았기에 헤어 나오기 쉬울 수 있고, 그렇기에 손님과 점원으로 다시 만났어도 그 뒤가 사뭇 안타깝지는 않았던 것이다. 그러니 계속 속이 다 들여다보이고 몰캉거리던 애리의 생각들이 떠오른다.    


소설 같은 현실과 현실 같은 소설은 어느 쪽이 더 매력적인가, 하는 물음이 문득 떠오른다. 현실 같은 소설을 여러 편 읽었으니 이 책에 대한 애정을 담아 후자라고 답해본다. 분명 쇼츠 같은 매체가 주지 못하는 도파민이 있다고 권해본다. 긴 글 읽기가 참 어렵다는 요즘 세대의 누구에게, 아냐, 진짜 내 말이 맞다고 과장되게 고개를 끄덕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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