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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이 바꾼 지구의 역사 - 식물과 동물, 그리고 진화의 위대한 로맨스
라일리 블랙 지음, 조정남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6년 7월
평점 :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지구를 지켜온 식물의 숨겨진 이야기, [식물이 바꾼 지구의 역사]
먼 옛날, 식물은 대기에 산소를 공급했으며 동물을 육지로 이끌어냈다. 그리고 숲을 형성하며 우리 조상들과 함께 시간을 걸어왔다. 이처럼 우리 지구 역사에서 주축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왜인지 조용히 뒤에만 자리해온 식물을 본격적인 주인공으로 삼아 지구 역사의 흐름을 짚은 책, [식물이 바꾼 지구의 역사]는 첫 장부터 먼 옛날 태초의 지구로 우리를 안내한다.
열다섯 개의 장으로 나뉜 이 책은 각각 지구 역사의 서로 다른 지질 시대를 다루고 있다. 각 시대의 식물상과 함께 전반적인 기후를 설명하며, 그 속에서 식물과 동물이 어떻게 상호작용하고, 이어 식물과 동물의 진화를 어떻게 이끌고 촉진했는지를 보여준다. 식물학과 고생물학, 생태학과 식물 생물학, 또 진화론 분야에 걸친 탄탄한 조사의 결과물은 책장을 넘기기 전 매번 주춤하며 방금 눈을 뗀 문장을 다시 훑어볼 정도로 밀도 높은 성실함을 자랑한다. 특히 초반에 다뤄진 우산이끼류가 최초에 육지에 진출하는 과정을 다룬 부분은 작가 특유의 문학적이고 유려한 문장이 자세한 조사 결과를 정밀하게 드러내는 데만 그치지 않고, 마치 잘 쓰인 한 편의 소설을 읽는 듯 높은 몰입감을 제공한다.
최신 진화생물학 연구를 충실히 반영한 점, 시간 여행을 하듯 생생하게 선사시대 생태계를 묘사한 점이 이 책의 특징이자 가장 큰 장점이다. ‘식물이 바꾼 지구의 역사’라는 제목에서 볼 수 있듯, 식물만이 주인공은 아니며, 정확히는 그 식물이 중심축이 되어 당 시대를 함께 한 동물과 생태계를 함께 설명하는 책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작가 특유의 문체가 극히 학술적이어서 자칫하면 어려울 수 있는 내용을 몰입감 있게 읽을 수 있도록 도와주니, 해당 분야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꼭 놓치지 말아야 할 것 같다. 식물과 동물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이 지구에서 생명의 역사를 함께 만들어왔다는 점은 참으로 경이롭고도 신성하다. 그러니 그들에게 크나큰 은혜를 입어 온 우리 인간이 이 책을 읽음으로써 앞으로 이 지구를 어떻게 잘 보존해나가야 하는지 무거운 숙제를 받는 듯한 느낌은 별로 억울하지도 않고, 당연히 억울하지만은 않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