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센류 걸작선 실버 센류 모음집 3
공익사단법인 전국유료실버타운협회, 포푸라샤 편집부 지음, 이지수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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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그래도 살 만한 시간’인 노년의 노래, [일본 센류 걸작선]


나이 든다는 건 어떤 걸까. 인생의 진리겠지만 진짜 나이가 들기 전에는 정확한 답을 알 수 없는 질문이다. 모두가 공평하게 단 한 번 거쳐 가는 인생의 순서에, 그것도 끝자락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년에는 이래저래 서글픈 것도 많다. 전에는 그렇지 않았던 생경한 것들이 맞이하는, 이제 닥친 피할 수 없는 황혼의 시간. 

이 [일본 센류 걸작선]은 그런 끝자락을 다정하지만 유머스럽게 풀어낸 일본의 짧은 시들을 모아놓은 책이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일본의 공익사단법인 전국유료실버타운협회에서 주최한 ‘실버 센류’공모전의 입선작의 모음집이다. 


20년간 모아진 210, 000수에서 100수의 시를 엄선해 실은 이 책의 정체성과 같은 ‘센류’는 일본의 정통시로, 센류에 비해 일반 대중들에게 비교적 더 알려져 있는 하이쿠와 비슷하게 5·7·5 음절의 구성을 지닌다. 하이쿠가 계절감이나 자연, 정서 등을 주로 담는 시라면 센류는 사회나 현실의 유머스러운 풍자를 담는 시라고 볼 수 있다. 1, 2, 3부로 나뉘어져 있는 이 책의 구성을 보면 각 연도별로 공모전에서 입상한 시들을 모았다. 


‘내용보다는/글씨 크기로/책을 고른다’ 

‘몇 줌 없지만/전액 다 내야 하는/이발료’ 

‘앨범 사진에/포스트잇 붙어 있다/영정용이라고’ 

‘이 나이 먹고/끊어서 무엇 하랴/술이랑 담배’ 


노년에 맞이한 생활의 변화를 유머스럽게 풀어낸 시들을 하나하나 읽어 나가다 보면 누군가는 동감하며 고개를 끄덕일 것이고, 누군가는 아직 닥치지는 않았어도 이제 곧일 새로운 변화를 낯설지만 신기하게 느낄 것이다.  

또 하나 놓칠 수 없는 것이 있다. 각 부의 사이에 편집부에서 삽입한 듯한 공모전 뒷얘기가 짤막하게 실려있다. 많은 분량은 아니지만 센류를 짓는 사람들의 말, 그들이 왜 센류를 짓기 시작했는지, 그들의 센류는 어디에서 영감을 받아 지어지는지 등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한국도 이런 실버 대상의 공모전이 좀 더 확충된다면 점점 늘어나는 실버 세대의 또다른 삶의 즐길 거리가 되지 않을까. 


글을 쓴다는 것은 내 마음속을 정리하는 일이기도 하다. 정리를 하다 보면 눈앞의 걱정과 괴로움은 저절로 줄어든다. 무릇 보이지 않는 것들이 많은 불안을 일으키는 법이다. 일기를 쓰며 하루를 정리해 본 사람들의 개운함은 쓰지 않으면 결코 느낄 수 없다. 글쓰기의 많은 유익함 중에 마음을 정갈하게 하는 마법 같은 힘을 부디 많은 사람이 느껴보길 소망한다.   


‘늙는다는 건/이런 거였구나/늙고서야 깨닫네’

서문의 문장과 결을 같이 하는 이 센류는 어쩌면 이 책의 주제를 대신하고 있을 듯도 싶다.  일본어 원문과 투박하지만 따뜻한 일러스트도 함께 실린 이 책은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일관되게 노년을 바라보는 따스한 시선을 담았다. 늙는다는 건, 삶의 끝자락을 지난다는 건 무엇일까. 어떤 의미일까. 지금 그곳을 지나고 있는 사람, 이제 그곳을 향해 가고 있는 사람. 누구든지 좋겠다. 봄날의 따스함을 닮은 이 짧은 글들을 많은 사람이 읽어보았으면 좋겠다. 우리는 모두 한곳을 향해 가고 있다. 먼저 가고 있거나 뒤따라가고 있거나 그 순서만 조금 차이 날 뿐. 그리고 삶과 사람들은 말한다. 지금까지 그래왔듯 노년 역시 의외로 ‘살 만한 시간’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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