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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주는 선물
한국보태니컬아트 협동조합 지음 / 그림정원 / 2025년 11월
평점 :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손끝에서 피어나는 식물의 시간, [꽃이 주는 선물: 보태니컬 컬러링북]
보태니컬 아트는 식물을 ‘예쁘게’ 그리는 그림이라기보다, 식물을 이해하고 기록하는 방식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여러 꽃잎의 겹침, 줄기의 각도, 그리고 열매가 맺히는 순서까지. 한 대상 앞에 오래도록 머물러야만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 그래서 보태니컬 아트는 빠른 결과보다 천천한 관찰이 필수적으로 요구되고, 그 과정 자체가 바로 하나의 그림이 된다.
이 책은 한국보태니컬아트 협동조합 소속 다섯 명의 작가와 조합이 함께 엮어낸 컬러링북으로, 단순한 색칠 놀이의 범주를 넘어 보태니컬 아트의 결을 온전히 전하는 책이다. 컬러링 도구 소개와 기초 선 연습, 색연필 채색 연습을 통해 손을 풀고 나면, 리시안서스와 델피늄, 동백과 장미, 수국과 해바라기 등 익숙하면서도 각기 다른 표정을 지닌 식물들이 차례로 등장한다. 작가별로 엄선된 식물들은 같은 꽃이라도 바라보는 시선이 얼마나 다를 수 있는지를 자연스럽게 느끼게 한다.
기존 컬러링북과 가장 크게 다른 점은 ‘정확함’이다. 장식적으로 단순화된 선이 아니라, 실제 식물의 구조를 충실히 반영한 선들이 화면을 채운다. 덕분에 색을 입히는 동안 꽃을 외워 그리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꽃잎 하나에 색을 얹다 보면 이 식물이 어떤 계절에 피고, 어떤 환경에서 자라는지까지 상상하게 되는 순간이 온다.
책의 후반부에 수록된 리스와 꽃다발 구성 역시 인상적이다. 단일 대상에서 나아가 여러 식물이 어우러지는 장면을 채색하며, 자연이 만들어내는 조화와 균형을 손끝으로 따라가게 한다. 서두르지 않고 한 장 한 장 채워 나가다 보면, 어느새 결과보다 과정에 더 마음이 머물러 있음을 깨닫게 된다.
식물을 그린다는 것은 결국 자연을 존중하는 태도를 배우는 일이다. 이 책은 색을 칠하는 시간 속에서 잠시 속도를 늦추고, 눈앞의 작은 생명에 집중하는 법을 우리에게 조용히 속삭인다. 오늘도 무심히 지나쳤던 꽃 한 송이가, 내일은 전혀 다른 얼굴로 다가올지도 모른다. 이 책은 그 변화를 기꺼이 받아들이게 만드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