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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영상 제작을 어떻게 바꾸는가
주광수.윤성욱 지음 / 렛츠북 / 2025년 12월
평점 :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AI 영상 제작 시대의 나침반을 찾는다면, [AI는 영상 제작을 어떻게 바꾸는가]
버튼을 몇 번 누르는 것만으로 그럴싸한 영상이 뚝딱 만들어지는 요즘, 이상하게도 마음은 더 복잡해진다. 이유는 간단하다. 예전에는 장비가 없어서 못 만들었다고 한다면, 지금은 너무 쉽게 만들어져서 무엇을 만들어야 할지부터 막막해지기 때문이다. 이 [AI는 영상 제작을 어떻게 바꾸는가]는 바로 그 혼란스러운 지점에서 출발한다. 화면을 만드는 요령을 늘어놓기보다, 그 이전에 ‘나는 어떤 제작자인가’를 먼저 묻는다. 그래서 읽기 시작하면 기술서인 동시에 생각을 정리하는 에세이에 가깝다는 인상을 받는다.
책은 요란하게 앞서가지 않는다. 예전의 제작 흐름과 지금의 방식을 차분히 비교하며, 무엇이 생략되고 무엇이 새로 생겼는지를 짚는다. 문장과 이미지, 소리 같은 재료들이 어떻게 한 화면으로 엮이는지 설명하지만, 핵심은 늘 선택의 이유에 있다. 자동으로 제안되는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고, 왜 이 장면이 어색한지, 왜 이 흐름이 느슨한지를 스스로 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 질문이 쌓이면서 영상은 단순한 결과물이 아니라 하나의‘의도’가 된다. 7장 '고급 활용 및 커스텀AI'과 8장 '나만의 영상 표현력 높이기' 등의 내용이 실려 있는 중반부의 실습 과정은 특히 현실적이다. 처음 시도할 때 필요한 준비부터,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 손보는 지점까지 순서를 잘 깔아둔다. 한 단계씩 따라가다 보면, 그동안 감으로 해왔던 판단들이 사실은 꽤 논리적이었다는 것도 깨닫게 된다. 다양한 사례는 막연한 자신감 대신 “이 정도면 해볼 수 있겠다”라는 감각을 남긴다.
AI 영상 제작 기술의 미래나 직업, 산업 패러다임의 변화, 새로운 창작 생태계의 도래 등을 다루고 있는 후반부에서는 책임의 문제를 외면하지 않는다. 권리와 왜곡의 위험을 짚고, 현재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닌, 앞으로를 생각하게 만든다. 이 책이 끝내 말하는 것은 결국 속도가 아니다. 더 빨리 만드는 법이 아니라, 더 나다운 방향을 잃지 않는 법이다. 만들 수 있는 시대가 아니라, 선택해야 하는 시대에 필요한 묵직한 안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