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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워서 삽니다 - 어른이들의 얇디 얇은 지갑을 기어코 열게 만드는 귀여움의 힘
강승혜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5년 3월
평점 :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현시대의 가장 핫한 소비 키워드, ‘귀여움’을 묻는다, [귀여워서 삽니다]
누군가에게 그가 한 소비의 이유를 물었을 때 단순히 ‘그냥 귀여워서’라는 답이 돌아온다면 조금은 당황스러울지도 모르겠다. ‘쓸모 있어 보여서’, ‘전부터 사고 싶었기 때문에’, ‘필요에 의해서’ 등, ‘귀엽다’라는 말보다는 조금은 더 합리적으로 보이는 이유가 아니라서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 왜 요즘 사람들은 그토록 귀여움에 열광하고 있을까? 개인의 취향과 공감이 여느 때보다 중요시되는 시대와 그 시대 속에 자라난 세대이기에 귀여움의 가치가 더 높아진 것일까? 이 책은 현대 소비자들에게 빼놓을 수 없는 가치를 지닌 코드이자 키워드인 ‘귀여움’을 가지고 언어와 문화, 심리, 비즈니스적인 맥락에서 무려 336페이지에 달하는 볼륨을 할애해 참 야무지게도 통찰하는 책이다.
지금은 중국으로 돌아간 판다 푸바오의 예를 들며 우리에게 다가온 강력한 소비 감성을 짚는 1장, Z세대의 감성과 가치를 중점으로 귀여움의 결을 살펴보는 2장, ‘먼작귀’에서 ‘무무씨’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그동안 귀여워했던 것들을 중점적으로 살펴보는 3장, 언어와 문화적 차원에서 귀여움의 본질을 살펴보는 4장, 귀여움으로 인해 생기는 여러 효과를 살펴보는 5장, 귀여움이 급부상한 이유를 살펴보는 6장에 이르기까지, 우리에게 닥쳐온 ‘귀여움’이라는 것에 대해 다각도에서 살펴보며 소비 및 문화와 연결해 심층적인 이해를 높이고 있다. 귀엽다고 느끼는 대상이나 상황에 관한 조사를 통해 도출된 ‘작고 둥근 외형과 말랑한 촉감’, ‘엉성하고 허술함’ 등의 개인적인 답변을 자기 생각과 비교하는 즐거움도 있고, 대중적으로 알려져 있는 호르몬의 종류인 도파민과 세로토닌과 연결하여 귀여움을 살펴볼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그냥’이라는 말 속에 숨어 있던 진짜 이유들을 요모조모 뜯어보는 작가의 통찰력을 따라 ‘귀여움’의 실체를 하나하나 해체해 보는 즐거움이 있다.
나도 모르게 귀여움에 열광하고 있다면, 시대가 목말라하는 귀여움의 실체를 알고 싶다면, 그렇다면 이 책을 읽었을 때 상당수의 궁금증이 풀릴 것 같다. 현시대를 풍미하고 있는 여러 코드들을 살펴보다 보면 어쩔 수 없는 시대의 각박함 속에 피어나는 불안함 같은 키워드가 눈에 띈다. 거기서, ‘예쁘다’라는 말은 객관적인 팩트가 필요하고 그것이 기본이 되지만, ‘귀엽다’라는 말은 벌써 그 안에 애정이 담겨 있다는 책 속의 말을 떠올려본다. 애정을 담은 대상과 함께 조금이나마 이 힘든 시간을 위로해 보려는 무의식적인 노력도 어쩌면 이 어처구니없을 만큼 뜨거운 ‘귀여움 열풍’을 불러일으킨 장본인이 아닐까 생각한다. 아니, 어쩌면 사실은 그게 가장 근본적인 이유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