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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들 - 작고 거대한, 위대하고 하찮은 ㅣ 들시리즈 7
이은혜 지음 / 꿈꾸는인생 / 2024년 12월
평점 :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작고 위대한 내 고양이 이야기, [고양이들]
나는 고양이를 좋아한다. 하지만 여러 사정상 직접 키운 적은 한 번도 없다. 대신 길에 사는 고양이와 친구가 키우는 고양이처럼 조금 멀리 떨어져 있는 고양이에게 애정을 쏟았다. 자신들은 모르겠지만 그 고양이들은 마치 ‘나와 같이 사는 내 고양이’ 마냥 많은 사랑을 받았다. 비(非) 집사인 내가 고양이 전시회에 갔다가 고양이에 관한 상식 퀴즈 만점을 받은 에피소드는 틈만 나면 주변에 떠드는 에피소드다. 이렇듯 고양이를 좋아하니까 고양이를 그린 그림, 고양이를 쓴 글 모두 모두 좋아한다. 그래서 이 ‘꿈꾸는 인생’의 [고양이들] 책도 유독 설레는 마음으로 첫 페이지를 넘길 수 있었다.
글쓴이는 반야와 애월이라는 두 고양이를 키우며 글 쓰는 일을 하는 집사이다. 이 책에는 ‘고양이를 사랑하자!’와 같은 목적을 가지고 쓰인 게 아닌, 지극히 글쓴이의 개인적인 글들이 스물 세 편 모여 있다. 고양이와 울고 웃었던 날들을 기록한 사랑의 일대기. 굳이 말하자면 ‘나는 이렇게 고양이를 사랑했다’라는 자기표현 글에 해당할까. 고양이를 어떻게 만났고 처음 그 고양이는 어떤 인상이었고 나와 함께 어떻게 지냈으며 어떻게 그렇게 내 삶에 고양이를 들이게 되었는지, 그리고 한 마리와는 어떤 이별을 했는지까지. 작가의 문장을 따라가며 글쓴이가 함께한 두 고양이와의 삶을, 그 시간을 조금이나마 나도 함께 지나온 느낌이다. 고양이를 만나 고양이가 좋아하는 세상, 고양이가 싫어하는 세상, 그리고 그런 고양이들이 살아가는 세상 등 지금껏 접하지 못했던 무수한 세상과 찬란한 우주가 글쓴이에게 다가왔다. 이미 결론은 알고 있었다. 낯섦이 늘 그렇듯 처음에는 예상치 못한 어려움도 있었지만 눈이 먼 사랑의 위대함은 어려운 그 모든 걸 잔잔히 희석한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익숙한 결론이다.
읽는 내내 지금 집에 이사 오기 전 유독 나를 잘 따랐고 나 역시 예뻐했던 하얀 길고양이가 떠올랐다. 일상에 치여 이제 머릿속에 떠오르는 빈도는 줄어들었지만 그래도 1년 넘게 애정을 준 생명체라서, 잊을만하면 그 뜨끈한 머리통과 가냘픈 울음소리가 생각난다. 아, 그리고 목적성이 없다는 문장을 당당히 쓰고 나서 책 앞표지를 뒤적거리다가 책날개에 ‘이 책이 고양이의 멋짐과 사랑스러움과 다정함과 광기를 알리는 데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라는 글귀를 발견했다. 이런 낭패가 있나. 사랑하면 나도 모르게 자랑이 섞이긴 한다. (그러니까 내가 쓴 ‘지극히 개인적인 글’이라는 문장을 고치지 않겠다는 말이다. 내 고집이 반이 섞였고 글 전체를 읽을 독자들의 판단에 거는 희망도 반이 섞였다.) 고양이를 사랑한 사람, 고양이를 사랑하는 사람, 고양이를 사랑할 사람, 그리고 고양이에게 아무 관심이 없는 이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개인적인 사심을 가득 담아 말하자면 이 사랑스러운 책을 이 세상 모든 사람에게 권하고 싶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