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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에서는 길을 묻지 마라
나태주 지음 / 열림원 / 202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거친 사막에서 피어난 풀꽃의 시어, [사막에서는 길을 묻지 마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라는 유명한 짧은 시, ‘풀꽃’으로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진 시인 나태주의 사막 시집이 나왔다. 바로 시산문집 [사막에서는 길을 묻지 마라] 이야기다.
노르스름한 표지 색과, 어딘가 모르게 아지랑이를 연상하게 만드는 점선의 디자인이 슬며시 사막의 포문을 열면, 장장 5부에 걸쳐 펼쳐지는 시인의 사막 이야기가 독자를 기다린다.
자연물을 사랑하고 삶을 사랑하던 따뜻한 시어의 시인은 어느 날 휴식 겸 버킷리스트에 올려놓고 항상 동경하던 사막으로 훌쩍 떠나간다. 그리고 생명과 그들의 바지런함을 사막이라는 매개체로 실감한다. 첫 장부터 차례로 읽어가다 보면 첫 사막에 대한 설렘, 두려움, 막막함, 그리고 시인의 감탄이 모래 향기와 함께 스멀대며 피어난다. 그렇게 한 발자국씩 모래 먼지 속을 뚫고 나아가다 보면 어느덧 108쪽 ‘사막 시집’에 이르러서는 기어이, ‘이제 사막을 그리워하지 않아도 좋을 것 같고 찾아가지 않아도 좋을 것 같다’며 자신의 마음에서 모래밭과 모래바람, 오아시스를 포함해 신기루마저 발견해버린다. 아마 시인의 그 전 작품들을 읽었던 사람이라면 쉬이 짐작하고도 남겠지만, 끝내 뒤에서 읽을 수 있는 시인의 마지막 소회는 그래도 각양각색의 기대감으로 책을 집어들 독자들을 위해 감춰둔다. 의외이지만 납득할 수 있는 결론이기에 유쾌함이 더 크다.
5부 ‘사막에 다녀와서 내가 사막이라는 걸 알았다’에서는 시가 아닌 긴 호흡의 산문을 통해 시인의 여행기를 읽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두 번째로 책을 읽을 때는 5부를 먼저 읽고 앞부분부터 시를 다시 읽어 내려가는 방법을 시도해보았다. 나름대로 좋았기에 남겨본다.) 몽롱한 기분으로 시를 읽어 내렸다면 산문을 통해서는 좀 더 구체적인 방식으로 시인의 사막을 느끼는 것이 가능하다.
풀꽃 시인은 사막이라는 자연물과 삶, 우리의 일상을 유려함보다는 단정함을 앞세운 시어로 같은 선상에 놓는다. 사막에서는 길을 묻지 말라며, 뒤를 돌아볼 일이 아니라는 ‘사막여우’에서 이미 사막은 어느덧 우리네 인생이 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