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요슈 선집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사이토 모키치 지음, 김수희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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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노래는 먼 옛날도, 지금도 변함이 없어라, [만요슈 선집]

 

201951일에 일본은 헤이세이를 대신한 레이와를 새 연호로 선택하여 또 다른 시대를 살아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레이와는 지금까지 연호의 출처였던 중국의 고전이 아닌,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가집 만요슈에서 채택되었다는 점에서도 많은 화제를 모았다. ‘만요슈는 약 1,200년 전에 쓰인,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가집이다. 그리고 그 4,500수에 이르는 수많은 노래들 중 약 359수를 선정하여 가인 사이토 모키치가 엮은 것이 바로 이 책의 원서이다.

 

각각의 작품 그 자체에 집중하고자 했다라며 첫머리에서 책의 저술 의도를 밝히는 원 저자의 말은 그야말로 일본적인 성격에서 벗어나 말 그대로 작품 그 자체로서책을 읽고 싶은 독자들의 마음을 편하게 해준다. 크게 일곱 부분으로 나누어 구성된 책은 한국어 번역문과 원문, 작품의 배경과 저자의 소개 등을 소개하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순수한 시의 해석에 중점을 맞추고 있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본문 224쪽에 수록된 단가를 하나 소개해본다. 가을 산이여 단풍이 무성하여 길 잃으신 그대 찾아 떠나는 나도 길을 모르네. 이 단가의 저자 히토마로는 사랑하는 아내와 사별한 뒤 이 노래를 지었다고 했다. 죽은 아내와 사는 세상이 달라졌다는 것을 표현하는 데 있어, 무려 가을 산에 들어가 길을 잃었다라고 했다. 갈라진 운명 속에 처를 다시 만날 기약이 없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차마 그렇게는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저자의 속마음이 반영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한편 뒷부분의 역자 후기를 보면 역자가 원문의 리듬을 최대한 재현해보려고 노력했다는 속마음을 털어놓는다. 그래서 그런지, 오래된 시의 리듬감은 번역이라는 어려움을 뚫고 예리하게 번뜩인다.

 

여러 주제를 다루지만 사랑을 다룬 시가 유독 눈에 들어왔다. 늦여름의 아쉬움 때문일까, 초가을의 쓸쓸함 때문일까. 마지막 장을 덮은 뒤 왠지 모를 아쉬움에 다시 책을 펴들었다. 앞부분의 목차를 펴고 제목이 된 시의 일부분을 그저 멍하니 읽어 내려가는데, 그렇게 표현의 아름다움에, 시의 단단함에 다시금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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