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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nk Book 핑크북 - 아직 만나보지 못한 핑크, 색다른 이야기
케이 블레그바드 지음, 정수영 옮김 / 덴스토리(Denstory) / 2020년 7월
평점 :
일시품절
온 세상과 역사 속 핑크를 모아 모아, [핑크북]
책의 첫머리에 적힌 것처럼 ‘빨강과 하양 사이에 있는 색’이라는 기본적인 정의를 지닌 색이 핑크다. 비(非)서구 문화, 일본에서 핑크가 사무라이와 쓰러진 전사를 상징하는 ‘남성스러운 ’색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지 않을까. 이 책에서 읽은 여러 신기한 이야기 중 극히 일부분이다.
영국의 일러스트레이터 겸 디자이너인 저자는 이처럼, 우리가 지금껏 다뤄보지 못했던 여러 관점들을 들고 와 면밀히 핑크를 탐색한다. 저자의 애정 어린 문장을 따라 시대의 상징과 문화적 배경 등, 여태껏 인류가 가꿔온 역사와 사회 전반적인 분야에 곳곳에 숨어 있는 핑크의 비밀스러운 의의를 쫓다 보면, 이토록 이 색이 다양한 의미를 품고 있었던가, 하고 매 순간이 새롭다. 목차를 간단히 둘러봐도 저자가 정말 다양한 시각과 방법으로 핑크색을 조명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실험, 사례연구, 인터뷰 등 여러 방식의 글을 통해 본문을 게재해서 지루하지 않으며, 내용 또한 가볍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어 좋다. 시대와 장소를 불문하고 쏟아지는 저자의 박학다식함에 놀라다가도, 저자 개인적으로도 애정을 가지고 있는 색이라는 점을 상기하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상식으로 알아두면 좋은 여러 내용들 중에서도 개인적으로 몇몇 내용이 인상 깊다. 42쪽의 ‘남성성을 핑크로 물들여보기’도 재미있게 보았다. 항상 검은색으로 무겁고 시크한 특유의 분위기를 내뿜었던 배트맨의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핑크색 슈트 차림은 의외로 귀염성이 돋보였다. 106쪽의 역사 ‘위장용 핑크’에서는 공격 시간대의 장밋빛 하늘에 맞춰 회색빛 도는 핑크색을 칠한 함대로 승리를 꾀했다는 옛 전쟁터의 진귀한 이야기도 엿들을 수 있다. 저자의 직업 덕분에, 본문의 내용과 맞는 핑크색의 아기자기한 일러스트도 실컷 감상할 수 있는 점이 빼놓을 수 없는 이 책의 장점 중 하나이다.
저자처럼 개인적으로도 핑크색을 너무 좋아해서, 이 책을 한 글자 한 글자 아껴보고 읽는 내내 즐거워했다는 개인적인 이야기도 살짝 흘려본다. 핑크색 마니아라면 꼭 읽어보자. 이 책이 이렇게 세상에 나온 이상, 이제 적어도 이 책에 나온 이 정도는 알아야 핑크색 마니아라고 어디서든 당당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두 번째 개인적인 의견도 슬쩍 남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