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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와 공주는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대 ㅣ Wow 그래픽노블
케이티 오닐 지음, 심연희 옮김 / 보물창고 / 2020년 2월
평점 :
절판
21세기 공주들의 유쾌 발랄 모험 이야기, [공주와 공주는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대]
왜 성안의 공주는 왕자가 구해주기만을 잠자코 기다려야 했을까? 오랜 세월 동안 수많은 동화는 이런 근본적인 물음조차 허용하지 않으려는 듯, 전형적인 공주와 왕자 캐릭터를 꾸준히 그려내고 그들로 이야기를 엮어냈다. 그리고 그렇게 당연하게도 많은 사람이 이에 익숙해졌다.
케이티 오닐의 [공주와 공주는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대]는 오래된 공주의 뻔하디뻔한 이야기에 정면으로 반기를 드는 듯한 당돌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주인공 세이디와 아미라의 설정부터 저자는 독자에게 “이건 어때?”하며 물음을 던지고 있다. 금발에 샤랄라 드레스를 입은, 우리가 아는 전형적인 공주의 모습에 부합하는 세이다, 그리고 제복을 씩씩하게 차려입은, 다소 파격적인 ‘모히칸’ 머리를 한 아미라가 의기투합하여 모험을 떠난다. 그들의 모험은 언뜻 진부한 듯도 하지만, 펼쳐지는 상황에 대처하는 모습은 진부하지 않다. 지금껏 읽어온 동화로 키워진 우리의 선입견, ‘그것’과는 확연히 다르다.
각자의 트라우마를 해결하는 플롯과 많이 본 클리셰가 의도적으로 범벅된 왕자 캐릭터는, 독자에 따라서는 조금 진부하게 느껴질지 모른다. 하지만 로맨틱으로 점철되기 일쑤인 동화 세계를, 그렇게라도 한번 뒤틀어보았다는 시도 자체는 사뭇 의미 깊다. 앞으로도 이 시도가 또 다른 세이디, 아미라를, 또 새로운 모험 이야기가 탄생하도록 버팀목 역할을 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53페이지라는 부담스럽지 않은 분량과 올컬러로 그려진 책의 구성은 본문에 유쾌함을 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