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내 마음을 충전합니다 - 이근아 그림 충전 에세이
이근아 지음 / 명진서가 / 2019년 9월
평점 :
품절


마음을 쓰다듬는 그림과 글들로, [그림으로 내 마음을 충전합니다]

 

미술을 전공한 한 저자가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그림과 글을 가득 담은 그림 충전 에세이를 독자들에게 선보인다. [그림으로 내 마음을 충전합니다]는 인정받는 재원이었지만 삶의 변화점에서 아이를 키우는 엄마와 한 사람의 아내, 또 한 가정의 주부가 되면서 원치 않게 경력이 단절되어야 했던 상황 등 저자의 지나온 삶을 담담하게 그려낸 그림 에세이이다. 18개의 주제로 나누어진 이 책은 그녀의 삶의 어떤 순간에 찾아온, 혹은 찾아낸 그림들과 그 그림에 담긴 짧은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 인생이 그러한 단절을 의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순간이 필요하다는 본문의 말은 그녀가 얼마나 많은 시간을 거쳐 이 생각에 이르렀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취업, 결혼, 임신 등 보통의 여자라면 으레 지나가기 마련인 여러 인생의 관문들. 추억이 되어 버린 학창 시절과 비슷한 길을 걷는 나의 친구의 모습. 246페이지의 책은 여백과 넉넉한 구성과는 어울리지 않게 그득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지치지 않는다면 우리는 하루하루 성장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각자 자신의 에너지를 바닥내지 않아야 한다는 본문의 마지막쯤 위치한 글귀는 그림으로 내 마음을 충전합니다라는 책의 제목에 참으로 어울린다. 그녀가 나는 이 그림으로 위로를 받는다며 소개한 본문의 여러 그림은 우리에게 익숙한 고흐의 그림도 있고, 다소 생소하게 느껴지는 그림도 있지만 본문에 친절히 덧붙인 설명 덕분인지 전혀 부담스럽지 않게 감상할 수 있다. 의도한 것이라고 생각되지만, 에세이치고도 유난히 느슨함이 돋보이는 본문의 구성은 그래서 그림과 더불어 읽기에 좋다.

 

저자는 책을 쓰며 자신의 감정을 오롯이 토해냈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그런 한 사람의 여정을 더듬어보는 행위는 관조하는 사람에게도 이상하리만큼의 충분한 위로를 가져온다. 한 장 한 장에 그의 마음과 감정, 기억에 우리 역시 공명할 수 있는 부분이 존재하고, 그렇게 읽는 내내 조용히 마음을 울리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림과 글, 그리고 그 깊숙한 곳에 담긴 한 사람의 감정이 차분하게 일상에 스며든다. 이 책은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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