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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에 선 뇌
케빈 데이비스 지음, 이로운 옮김 / 실레북스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신경과학과 정의의 상관관계, [법정에 선 뇌]
제목만 보면 이게 무슨 소리인가, 라는 말이 나올 만하다. 하지만 제목 옆에 붙은 ‘뇌손상은 살인에 대한 이유가 될 수 있는가?’라는 부제를 보면 어느 정도 이 별난 책의 내용을 짐작할 수 있다. 이 [법정에 선 뇌]는 ‘뇌’로 대표되는 신경과학과 범죄자의 뇌를 둘러싸고 법정에서 일어난 여러 현상과 그에 따른 연구들, 또 앞으로의 전망을 다룬 책이다.
범죄 전문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1991년 일어난 와인스타인 사건으로 포문을 연다. 이 책에 따르면 이 사건은 미국의 사법 제도에 변화를 가져온 대표적인 사건으로 꼽힌다고 한다. 이 사건을 필두로 법정에 증인으로 선 적이 있거나 범죄자의 뇌를 연구한 신경과학자들의 이야기가 소개되고, 범죄자의 ‘정신 이상’을 어느 정도로 재판과정과 판결에 연결시켜야 하는지, 또 이 문제에 관한 과학계와 법학계의 첨예한 대립도 책은 최대한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자 애를 쓴다. 일반인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여러 전문 용어들을 일화와 함께 간결하게 풀어냈지만, 최근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 의한 범죄가 빈발하는 요즘, 그저 가볍게 만은 읽을 수 없는 책이기도 하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책의 후반부인데, 한 신경과학자는 신경과학을 ‘이용’해 무죄로 재판을 이끌려는 일부 변호사들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재소자의 올바른 교화에 활용될 목적으로 개발된 ‘전전두엽 훈련’, 즉 충동적 행동을 제압하는 뇌 훈련 프로그램을 소개한다. 이 프로그램처럼 책임 소재를 따지는 것이 아닌 ‘죄와 처벌에 대한 개념의 재정의’에 활용될 수 있는 신경과학의 역할론은 흥미롭다. 분명 법정에서 뇌 영상을 증거로 제시하는 것만이 신경과학이 할 수 있는 전부는 아닐 것이다. 끝으로 형사 사법제도의 초점을 처벌에서 갱생으로 옮기는 부분에서의 신경 과학의 역할을 강조하며 책은 마무리된다. 사회의 법과 질서, 그리고 옳음과 정의로움에 신경과학이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을 살펴볼 수 있는 점에서 이 책은 한번 쯤 읽어볼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