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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동화가 아이를 망친다 - 부모가 아차 하는 사이
유종민 지음 / 타래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과연 ‘동화’가 마냥 착하기만 할까, [나쁜 동화가 아이를 망친다]
많은 사람들이 어릴 적 무수한 동화들 속에 둘러싸여 자라났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외국, 한국 가릴 것 없이 많은 동화 나라 이야기들은 우리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쳐왔다. 예를 들어 ‘공주’, 하면 우리는 으레 금발 머리와 푸른 눈을 떠올리기 마련인데, 이건 분명 ‘잠자는 숲속의 공주’, ‘신데렐라’ 등의 작품들에게 어느 정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보인다. 우리가 몰랐던 동화의 비밀, 아이들에게 들려줄 동화를 고를 때 주의해야 할 점 등, 지금까지와는 확연히 다른 관점으로 명작 동화들을 자못 냉철하게 바라본 책이 있다. 바로 도서출판 타래의 [나쁜 동화가 아이를 망친다]이다.
책은 크게 세 파트로 나누어 동화를 샅샅이 파헤친다. 파트 1에서는 주로 우리가 가진 동화에 대한 오해를 다루고 파트 2에서는 본격적으로 나쁜 동화가 우리에게 미치는 악영향을 살펴본다. 그리고 마지막 파트 3에서는 그렇다면 과연 어떤 동화를 읽어야 하는지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다. 본문에서도 나왔듯, 그림 형제의 동화에서는 유독 마녀가 빌런으로 많이 등장한다. 어릴 때는 딱히 의문을 가지 않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이상한 일이다. 이는 적의 젠더가 일관된 방향성을 지닌다는 점에서 한번 생각해 볼 문제이기도 하다. 그리고 우리는 책에서 그림 형제의 동화가 나올 무렵, 그 당시는 사실 마녀사냥이 유럽 사회를 휩쓸었다는 귀중한 답을 찾을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책은 국내외 많은 동화를 예로 들어 우리가 경계해야 할 선입견과 편견들을 제시한다. 책을 읽다 보면 어른이 된 지금 떠올려볼 때, “이거 좀 걸리는데?”라고 생각했던 동화 이야기 중 많은 부분이, 어쩌면 이 사회 기반에 깊숙이 깔려 있는 경직된 관념 조성에 일조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등골이 서늘한 일이다. 책의 표지에 나와 있듯 가정의학 전공의가 책을 감수했다는 점도 믿음직스럽다. 책의 맨 뒤에 수록된 부록, ‘명작동화 진단표’는 특히 아이를 위해 동화를 고르는 학부모들의 선택에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몇 년 전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은 전 세계적으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아름다운 선율의 주제가와 기승전결이 확실한 플롯 등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대히트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나는 이런 생각도 해봤다. 왕자나 기사의 도움을 받아 악을 물리치던 전형적인 동화에서 벗어난 스토리 구성과 전에 없이 주체적인 행동을 취하는 여자 주인공 캐릭터가 관객에게 신선하게 받아들여졌던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 그리고 신선하게 받아들여졌다는 점은 달리 말하면 우리가 지금껏 얼마나 편협한 시선을 가지고 있었는지에 대한 반증이기도 하다. 동심을 자극하고 상상력을 고양시키며 약간의 교훈까지도 자연스럽게 내비칠 수 있는 동화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아이들의 좋은 친구로 자리해왔다. 하지만 이제 그 동화들이 알게 모르게 주입한 경색된 사고관념들에 대해서도 날카롭게 짚어볼 때다. 이 책은 신비로운 동화나라에 들어서는 부모와 아이들의 안내자, 더할 나위 없는 좋은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