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정리하는 법 - 넘치는 책들로 골머리 앓는 당신을 위하여
조경국 지음 / 유유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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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의 모든 독자(讀者)들에게 바칩니다, [책 정리하는 법]

 

어린 시절 저녁을 먹고 종종 엄마 손을 잡고 산책을 나섰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는 습관처럼 길모퉁이의 자그마한 서점을 들렀다. 한 구석에서 소리를 죽인 채 TV를 보던 주인아저씨가 항상 반갑게 맞아주었던 기억이 난다. 고심 끝에 집어든 한 권의 책을 가지고 집에 돌아오는 길은 뿌듯함에 발걸음마저 가벼웠다. 책을 좋아했던 내게 엄마는 한쪽 벽면을 서가로 쓰도록 해주었다. 한 권 두 권 모은 책을 보기만 해도 배불렀던 시절이었다. 하루는 학교 도서관에서 보았던 것처럼 각각의 책에 이름표를 붙여 가나다순으로 정리하고 목록을 만들기도 했다. 그런 시절도 곧 지나가고 전집 구입에 흥미를 붙인 나는 자연스레 스스로 책을 정리한다는 생각 자체가 흐려졌던 것 같다.

서론이 길었다. 남다른 시선으로 꾸준히 책다운 책을 내고 있는 출판사 유유에서 이번엔 [책 정리하는 법]이라는, 특히 애서가(愛書家)들이라면 눈이 확 뜨일만한 책이 나왔다. 책을 소개하기 위한 긴 수식어가 필요하지 않다. 머리말의 문구처럼, ‘책과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갖가지 방법들이 독자들을 행복하게 할 것이다. 단순히 책꽂이에 넣어 책을 보관한다는 개념에서 훨씬 나아가, ‘간지를 끼우고 눕혀서’, ‘진공 봉투에 실리카겔을 넣고’, ‘크라프트지 봉투에 담아, 실생활에서 기꺼이 활용해볼 만한 방법들이 무궁무진하게 펼쳐진다.

 

저자의 책에 대한 무한한 애정에 박수를 보내며, 살짝 개인적인 에피소드를 소개해 본다. 어제 이 책을 읽고 문득 꽤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던 나의 책장을 바라보았다. 급하게 우겨넣은 듯, 몇 권이 삐죽 나와 있는 모습에 그날따라 발이 떨어지지 않는 것이었다. 결국 어림잡아 수백 권은 족히 되는 책들을 한 권 한 권 살펴보고 손길이 필요한 책을 골라내느라 안 그래도 잠이 안 오는 무더운 여름밤을 하얗게 지새웠다. 그래도 뿌듯함에 웃으며 잠들었으니 나름 해피엔딩이라 우겨본다.

책은 수많은 세상과 사람을 만나게 해준다. 그렇기에 신비하고도 또 고마운 존재다. 그런 책을 좀 더 소중히 다루는 한 걸음에 더해 이 책, [책 정리하는 법]은 분명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따스한 동질감을 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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