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의 도시 가이드
제프 마노 지음, 김주양 옮김 / 열림원 / 2018년 6월
평점 :
절판


그들이 도시를 다루는 법, [도둑의 도시 가이드]

 

전에 한참 우스갯소리로 떠도는 이야기가 있었다. 난공불락(難攻不落)의 상대에게 다짜고짜 뺨을 올려붙이면 그 상대가 ? 어떻게 네가 감히?”라는 반응과 함께 그 반응이 곧 호감으로 이어지더라는, 의외성에 기댄 그럴듯한(?) 이야기였다.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호감까지는 아니더라도 저자는 이 책에서 자신이 사랑하는 건축물을 보란 듯이 침범하는 도둑들을 어쩌면 의외성을 더한 자못 흥미로운 시선으로 바라보았던 듯하다.

도둑이 도시를 더 잘 이용한다라는 본문 속 문장에서 가장 핵심적인 책의 정체성을 느낄 수 있는 이 책은, 한마디로 말해 건축 전문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 저자가 쓴 도둑의 눈으로 본 건축 이야기이다.

 

건축가는 자신의 미적 감각과 지식을 총동원하여 자식 같은 자신의 건물을 탄생시킨다. 그 건물들이 모여 도시를 구성한다. 그리고 도둑은 그런 건물을 파헤치고 침범하는 일종의 침입자이다. [도둑의 도시 가이드]는 우리가 흔하게 접할 수 없는, 도시와 건축 사이를 종횡무진 넘나드는 도둑들의 이야기를 건축, 건물과 연결 지어 담고 있다. 저자의 논리를 따라 접근하다 보니, 꽤 그럴싸하다. 아니, 정말인 것 같다. 저자가 말한 것처럼 도둑들이야말로 그 누구보다 건축을 잘 이해하는 자들임이 틀림없다. 그들은 완벽하게 태어난 건물의 틈을 어떻게든 파고들어 자신들이 목표로 하는 행위를 성공시킨다. ‘건물이 인간에게 부여하는 한계를 무시 한다는 본문의 문장도 인상 깊다. 이 책은 어쨌든 재기발랄함이 곳곳에서 배어 나온다. 그리고 그 재기발랄함은 독자들에게 많은 즐거움을 준다. ‘침입 절도등과 같이 평소에는 접할 수 없는 단어의 정의를 접해보는 것도 즐겁고, 경찰이 도둑을 유인하고 포획하기 위해 운영한다는 가짜 집, ‘포획 주택이라는 것도 흥미롭다. (여담이지만 책을 읽으면서 만약 전직 유명한 도둑이 건축가가 된다면?’이란 상상을 했다. 그리고 그 건물은 최소한 다른 건물보다는 침입자들이 애를 먹을 것이 분명하다.)

 

‘2016 아마존 올해의 책 선정’, ‘CBS 다큐멘터리 전격 계약’, ‘뉴욕타임스 이달의 베스트셀러라는 화려한 문구로 띠지가 장식된 이 책은, 분명 다른 책보다 더 서점에서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것이다. 제목은 재미있고 내용은 더 재미있다. 관점의 변화는 이렇듯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사회와 대중에게 환영받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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