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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의 우리가 여느 날의 우리에게 - 일천칠백여든세 날의 연애편지
문현기 지음 / 유노북스 / 2018년 5월
평점 :
절판
남의 연애 편지 훔쳐보기?!, [어느 날의 우리가 여느 날의 우리에게]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것을 꼽으라면 원초적으로 입을 감미롭게 하는 것들을 빼고 연애 편지를 고르겠다. 그 사람 밖에 안 보이는 시간 속, 끓어오르는 마음을 거침없이 내비치고 때로는 정제한, 그렇게 마음을 한 글자씩 종이에 눌러 넣은. 그래서 누군가의 연애 편지를 읽는 일은 항상 즐겁다. 설렌다. 내가 지금 사랑하고 있지 않아도 마치 편지 속 지은이의 마음이 되어 핑크빛 꿈을 꾸게 한다.
이 [어느 날의 우리가 여느 날의 우리에게]는 지은이가 자신의 짝에게 무려 일천칠백여든세 날 동안 쓴 연애 편지를 모은 책이다. ‘가평’, ‘서울 시내’ 등, 본문 중 간간히 보이는 단어들이 우리와 지금을 함께 사는 그들의 ‘리얼타임 러브’를 실감시켜 준다. 이 하늘 어디엔가 이렇게 달달한 편지를 주고 받은 이들이 실재했구나,하고 현실감을 느끼게 한다. ‘매주 하고 싶은 말이 넘쳐나 또 책상 앞에 앉아 편지를 쓸 수 밖에 없었던’ 지은이는 정말이지 매 순간 그녀를 떠올린다. 하다못해 인터넷을 하면서 스쳐지나간 별 거 아닌 기사에도 그녀를 떠올린다. 행간에 담긴 바다처럼 깊고 파도처럼 간절한 지은이의 마음을 생각하면 그래, 하고 싶은 말이 저리 많을 법도 하다 싶어 흐뭇하고 또 따스해진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맨 마지막 장을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한다. 곱게 제본된 책에 담겨 있던 지은이의 연애 편지가, 사실은 실제로는 이랬다고 실물을 슬쩍 엿볼 수 있으니까.
사랑을 시작한 사람, 하고 있는 사람 모두 읽어보면 좋겠다. 그리고 축복을 보낸다. 지은이가 본문 속에서 털어놓았듯, ‘가재’ 지은이과 ‘게’ 지은이의 짝이 걸어갈 앞날이, 지금처럼 앞으로도 사랑으로 가득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