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 캐니언을 둘러싼 어떤 이야기들, [그랜드 캐니언 -정말 노아 홍수 때 생겼을까?-]
이 책은 특이하다. 읽는 이에 따라 인문서로 읽힐 수도, 실용서로 읽힐 수도 있기 때문이다. 책 표지에 적혀 있는 것처럼 ‘그랜드 캐니언과 인근 지역 탐사 가이드’에 충실하기도 하고, 마찬가지로 ‘그랜드 캐니언에서 만난 창조의 신비’를 무게감 있게 다룬 점도 보인다. 총 316페이지에 달하는 책에서는 그랜드 캐니언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목표로 하며 지질학자인 저자가 올 컬러 사진을 비롯한 수많은 연구 자료와 함께 과학적, 기독교적 지식을 빼곡하게 담고 있다. ‘창조과학 탐사’라는 용어가 생소한 일반인들에게는 이 책을 통해 개념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또 머리말에서 밝히고 있듯이, 독실한 기독교이기도 한 저자는 ‘그랜드 캐니언이 노아 홍수 때 생겼다는 대홍수론’에 대한 이야기와 그에 대한 반론, 그리고 그를 뒷받침하는 증거들을 차례로 나열한다. 주장에 대한 반론과 또 그 반론에 대한 반론이 논리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책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대홍수론에 대한 사전지식이 없어도 충분히 글을 읽으며 흐름을 따라갈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물론 그랜드 캐니언에 관한 지식을 얻는 것은 즐거운 또 하나의 덤이다. ‘그랜드 캐니언과 인근 탐사’라는 제목의 부록은 각각 하루 탐사, 이틀 탐사, 사흘 탐사의 타이틀을 잡아 정해진 기간에 최대한 그랜드 캐니언을 만끽할 수 있도록 지도와 함께 저자가 직접 짠 일정을 자세히 소개한다. 그랜드 캐니언을 조만간, 혹은 언젠가 직접 방문할 계획이 있는 독자라면 놓칠 수 없는 보물 같은 코너일 것이다.
협곡의 웅장함과 아름다움으로 이미 그 유명함은 말할 것도 없지만, 그랜드 캐니언을 둘러싼 어떤 논쟁이 있었다는 사실은 (특히 기독교인을 제외한다면) 많은 대중들에게 생소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 점에서 또 다른 그랜드 캐니언을 책을 통해 만나고 이해한다는 것은 정말 흔치 않은 기회일지 모른다. 조목조목 펴나가는 저자의 논리는, 따라가면 따라갈수록 일종의 지적인 희열마저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