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드립의 기술
신상훈 지음 / 도서출판 해바라기 / 2007년 5월
평점 :
품절


 

죄민수의 익살스런 표정이 눈에 띄는 표지. 그리고 ‘한마디 말이면 충분하다’라는 부제에  ‘애드립의 기술’이라는 제목. 평소 말을 재미있게 하려고 노력하지만 번번이 허무개그로 끝나는 내 개그에 이 책은 새로운 힘을 불어넣어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나는 주위에 말빨이 센 친구들을 보며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런 웃음을 터뜨리게 하는 유머감각이 무척 부러웠다. 여성들에게 인기 있는 타입도 그렇고 대인관계에서도 성공하는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말을 잘 하는 사람들이다. 사실 남자건 여자건 간에 자신을 즐겁게 해주는 사람에게 끌리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나름 웃기려고 일부러 농담을 하곤 하지만 주위 친구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개그맨을 하려고 하는 건 아니지만 나는 여전히 말을 재미있게 하고 싶은 욕망을 갖고 있다. 그리고 그런 나에게 이 책은 많은 가르침과 자극을 주었다.

책에는 키득키득 거리면서 볼만한, 그리고 나 자신도 모르게 무릎을 탁 칠만한 재치 가득한 애드립들이 수록되어 있다. 개중에는 80년대식 개그도 있어 다소 썰렁한 것도 있고 애드립 감각의 테스트 중에는 이해가 안 되는 것도 있었다.(저자의 말로는 뇌가 굳어서 이해 못하는 것이라는데 테스트는 일종의 넌센스 퀴즈 같은 것이었다.) 부연 설명으로 나온 애드립들이 많아 저자의 설명이 훨씬 이해하기 쉬웠다.

우리는 애드립이란 말을 오래전부터 TV나 라디오 등 여러 매체에서 익히 들어왔다. 예전에 영화 대사를 외치던 한 배우가 장난삼아 대사를 자신만의 감각으로 바꾸어서 외쳤더니 감독이 오히려 그 모습이 더 마음에 든다고 더 좋은 반응을 얻게 된 일화가 기억난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애드립 연기가 있지만 역시 가장 많이 쓰이는 분야는 코미디이다. 개콘에서는 관객 한 명을 상대로 애드립을 펼쳐서 다른 관객들의 주의를 집중시키다가 폭소를 터뜨리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그러한 애드립의 달인들은 “역시 타고나는 것이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저자는 “애드립은 준비되지 않은 듯 보이지만 실은 아주 잘 준비된 말”이라고 한다. 그들은 평소에 많은 책들을 보며 풍부한 지식을 쌓고 자신만의 애드립을 준비한다고 한다. 우리는 그러한 애드립이 그저 즉흥적으로 나오는 것으로만 알고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애드립을 준비하기 위한 엄청난 노력들이 있다고 한다. 대한민국의 인기MC 중 한 명으로 뽑히는 김제동 씨는 쇼프로를 통해 사랑이나 인생에 대한 멋진 말들로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리고 그러한 말들이 모여 ‘김제동 어록’이란 이름으로 인터넷상에서 인기를 얻기도 했다. 사실 그 어록들의 많은 부분은 자기가 직접 지어낸 게 아니라 원래 있던 말이거나 거기서 영감을 받은 말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저자는 그의 뇌속에는 유머에 관한 조크, 명언, 격언 등을 모아놓은 방이 있다고 한다. 우리는 어떤 웃기는 얘기를 들으면 웃자마자 잊어버리지만 김제동 씨는 그걸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꼭 메모하고 기억한다고 한다. 그러한 치밀한 노력들이 있었기에 지금과 같은 인기를 얻게 된 것이다.

김제동 씨를 포함한 애드립의 달인들은 자신의 질문에 대해 상대방이 어떻게 대답할 지 예상하여 상대방의 대답이 끝나면 어떻게 웃기는 말로 맞받아칠지 구상한다고 한다. 그것은 그만큼 상대방이 대답할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예상하여 치밀하게 계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많은 애드립의 달인들은 그 능력이 쉽게 얻은 것이 아닌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얻은 것임을 깨닫게 된다.

책에는 비단 코미디언 뿐만 아니라 레이건 대통령이나 닉슨 대통령 등 정치인들이 선거에서 애드립을 통해 경쟁자를 물리친 사례를 들어 그것이 강한 무기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어려운 상황을 재치있는 짧은 한 마디로 이겨내는 촌철살인의 미학. 그것이 애드립인 것이다. 

인간관계도, 삶도 힘겹게 느껴진다면 애드립을 익혀라. 노력한다면 누구나 웃음을 선사하는 능력을 가질 수 있다. 그리하여 그것이 주변사람들과의 벽을 허물고 고된 삶에 힘을 불어넣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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