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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여자, 사람입니다
손민지 지음 / 디귿 / 2021년 5월
평점 :
디귿의 에세이 시리즈 세 번째 도서인 『달리는 여자, 사람입니다』 역시 나에게 위로를 건네주었다. 여성 러너로서 배우고 느낀 점, 자신의 성장 이야기, 불편한 점들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며 멈칫하게 만드는 문장 또한 더러 있었다.
레깅스에는 아무런 잘못이 없었지만 내가 여성이기 때문에 겪을 수 있는 불쾌한 일의 가능성을 모두 차단하고 싶었다. p.26
이 문장은 여성으로서 특히나 공감되었는데, 박정훈 기자의 『친절하게 웃어주면 결혼까지 생각하는 남자들』을 읽었을 때와 같은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나 또한 의도치 않게 맞닥뜨릴 수 있는 상황들로부터 나를 보호하기 위해서, 남들의 편견 안에서 내가 안전하기 위해 편안한 나의 상태들을 숨기곤 했다. 남들 입에 오르내리는 여성이고 싶지 않아서, 그들의 화젯거리에 조금도 속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달리기에 있어서도 여성이기에 불편을 감수하면서까지 자신을 보호하려 했던 저자에게서 나를 볼 수 있었다.
우리가 남들처럼 빠르게 달리지는 못하지만, 파워와 스피드는 확연히 달리지만, 강해지기 위해 느리고 꾸준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p.71
그때 우리는 뭐가 될 수 있을지 몰라 괴로워했다. 넘쳐흐르는 시간을 감당하지 못했고, 무엇이든 할 수 있을 만큼 젊어서 도대체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 p.95
내가 마주한 풍경을 뒤로 하지 않는다면 달린다고 말할 수 없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어떤 것도 붙잡아 둘 수 없는 것은 달리기에서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다. 살아간다는 감각도 이와 비슷하게 느껴진다. p.124
과거를, 현재를, 미래를 연연하며 또 바라며 살아가는 우리에게 저자는 말한다. 우린 여전히 여기에 존재한다고. 우리는 늘 과정 속에 있어 이 혼란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저자는 달리며 뒤로 물러날 것들을 충분히 느끼며 흘려보내고 앞으로 나아간다. 지나쳐야만 했던 것들이 곧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던 것이다. 이 과정을 이해한다면 무엇도 두렵지 않을 것이다. 우리에게 달리기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