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속의 발자국 - 성엄선사 자전(自傳) 월인천강 1
성엄선사 지음 / 탐구사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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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의지를 꼭 붙들고 ‘내 마음대로 살고 싶은’ 우리는 삶의 매 순간마다 판단을 해야 하고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하는 ‘업장이 두터운 중생’이거나 ‘무거운 짐 진 자들’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얘기하는 자유의지라는 것이 과연 어떤 것인가를 깊이 생각해보면 자유의지라기보다는 차라리 그때그때의 환경과 상황에 대한 반응이라는 말이 옳지 않을까 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여름이 되면 얇은 옷을 입을 수 있고, 겨울이 되면 두터운 옷을 입을 수는 있으나 계절을 거역할 수 없습니다. 또한 배고픔이라든가 고통에 무관심할 수 없는 것도 그렇습니다. 그래서 어떤 큰 스승께서는 우리가 가진 자유의지는 두 갈래의 길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는 것 밖에는 없다고 하셨는데, 그 첫 번째 길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현상세계를 초월하는 진리를 얻고자 하는 것이며, 다른 한 길은 꿈과 같은 현상세계 속에서 영원히 잡히지 않는 신기루 같은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 책 <눈 속의 발자국>의 주인공인 성엄선사는 위에서 언급한 두 길 중에서 첫 번째 길을 간 모범이라고 하겠습니다. 1930년에 태어나 1930-40년대 중일 전쟁과 중국의 공산화 과정에서 온갖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부처님의 가르침과 깨달음에 대한 열망을 잊지 않고 수행과 공부를 계속하였고, 결국 대만불교를 세계불교의 반열에 위치시키고 현재의 대만불교의 큰 지류를 이루게 하였습니다. 내용 중에 오십대 초반에 집도 절도 없이 뉴욕을 유랑하면서도 마음은 항상 청정하여 외적인 조건에 무관심했었다는 부분을 읽을 때는 부처님의 10대 제자 중 두타제일의 마하가섭이 떠올려지고, 그런 삶의 자세는 출가자와 재가자를 막론하고 모두가 본받아야 할 것이라 느꼈습니다.  

  성엄선사의 생애 전체를 보면 성엄선사 개인의 의지라는 것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우고 깨우쳐서 전파하겠다는 것 이외에는 다른 것이 크게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가 중국 본토를 떠나 대만으로 건너가 폐관수행을 하고, 일본으로 유학을 가고, 다시 미국에서 불교를 전파한 일련의 과정들을 보면 어떤 의지에 의해서가 아니라 인연 따라 저절로 진행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솔직담백하고 직접적인 표현이 성림선사의 성품을 그대로 나타낸 것으로 보이는 이 책을 단순히 읽는 것만으로도 교훈을 얻어 우리의 마음을 더욱 진리를 추구하도록 하기에 충분하리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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