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의 경계 미래복음 - Extreme Novel
나스 키노코 지음, 김완 옮김, 타케우치 타카시 그림 / 학산문화사(라이트노벨)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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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서재에는 더 이상 글을 쓰지 않고요, 개인 블로그 카테고리에서 도서 관련 포스팅을 계속하고 있사와요. dynamide.tistory.com


`카산드라의 거울`에서처럼 그냥 언뜻 언뜻 미래를 보는 소녀, 그리고 자신의 눈에 비치는 `확.정.된` 미래를 보며 그것을 현실화시키기 위한 과정에 집착하는 폭탄마.. 둘 다 비슷하면서도 다른 미래시를 가진 그들 중 일본인 특유의 소심함으로 무장한 소녀는 고쿠토 미키야와 우연히 만나게 되고, 폭탄마는 역시 우연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필연적일 수밖에 없는 대면을 하게 되는데 그 상대는 다름 아닌 료기 시키다.


본편에서 500년 묵은 사무라이 검이 부러진 관계로 다시 짧은 칼을 쓰는 기모노 소녀 시키. 현재의 연장선상에서 앞으로 벌어질 일의 결과를 보고 움직이는 미래시와 모든 것의 죽음을 바로 보고 그것을 베어버리는 직사안의 대결에서 승부는 누구에게 유리할까. 이제까지와는 종류가 다른 상대와 만나게 되어 위기에 빠지지만 묵묵히 그리고 조용~하게 그 대결의 중심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들어간다.



퇴마록 외전처럼 반가운 외전이라 읽어봤는데 분량이 매우 적어서 단숨에 읽을 수 있겠다 싶었지만 왠걸.. 책을 읽다가 다시 앞으로 갔다 오길 몇 차례 반복해야 맥락이 이해되는 구성이네요. 이 작가 집필 스타일이 좀 이런 식인데 아마 이번에도 요걸 노리고 책을 쓴 것 같은 느낌도 듭니다. 덕분에 맛있는 과자를 두고 아껴 먹듯이 쉬엄 쉬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미래를 보는 미래시에도 다양한 부류가 있는지 사람들의 불행을 피할 방법을 알려주는 것으로 한때 거리를 풍미했던 미후네 할머니는 어떤 식으로 사람들의 미래를 보고 점을 치는건지.. 진짜배기는 자신을 치장하거나 부풀리지 않죠. 그럴 필요가 없으니까요. 본편과 비슷하게 다시 그 예전으로 돌아간 어느 때 이전에 마무리 되지 않고 끝났던 시키와 시키의 관계(?)가 여기서 정리되는군요. 그렇게 다 좋은데 다만 아오자키 토코는 어떻게 되었는지가 안 나와서 궁금증으로 남게 됩니다. 오데로 갔는지.. 다음 외전 나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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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대지
생 텍쥐페리 지음, 최복현 옮김 / 이른아침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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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트 형제가 비행에 성공한 후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절 일단 뜨면 비행기요, 원시적인 형태의 구조와 재질에다 언제 툴툴거릴지 모를 불안한 엔진을 부여잡고 비가 오면 덮개 없는 조종석에서 가죽점퍼가 흥건하게 비를 맞으면서 비행기를 몰던 시절에 절대 해선 안될 철칙 1호는 구름바다가 펼쳐진 운해 위를 비행하는 것이었다.

 

지금이야 첨단 항법장치와 멋진 기체에 장착된 정밀부품들로 그럴리 없지만 그때만해도 일단 엔진에 이상이 생기면 땅으로 곤두박질 치기 바빴을테니 구름 밑의 지형이 어떤지 알지 못하는 상황이 제일 위험한 모양이었다. 유럽의 알프스 산맥에 있는 높고 험한 바위산이 구름 바로 밑에 있다면 추락으로 살아날 확률이 그만큼 떨어지는 위험스러운 직업임에도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비행기 조종석에 앉아 창공을 날게 했을까. 그들 비행기 조종사들은 땅에 내려온 것을 귀환했다고 하면서도 다시 돌아간다는 표현으로 비행에 대한 향수를 표현하곤 했다.

 

 

아마 비행기라는 새로 등장한 물건과 항공기 조종사라는 새로운 분야가 생기면서 사람들이 이전에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경험들에 눈뜨게 되는 경이적인 체험의 신선한 충격은 대단했지 싶다. 땅에서만 보던 풍경들이 하늘 높이 올라가서 내려다 보면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보인다던가 저 멀리에 있는 풍경까지 한 눈에 들어오는 탁 트인 시원함. 그리고 왼쪽에는 멀리 펼쳐진 평원이 있고, 오른쪽을 돌아보면 끝없는 푸른 바다를 동시에 구경하는 일들은 비행기를 탄 조종사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었기에.

 

그런 새롭고 가슴벅찬 경험들 중에서도 최고는 아주 맑은 날 밤 별들로 가득찬 하늘 밑을 비행하며 우주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었을까. 물론 뱃사람들도 같이 하늘을 바라보았겠지만, 하늘에 떠서 바라보는 것은 상대적으로 또다른 느낌이지 않았을까. 하늘과 좀 더 가까워진 느낌이랄까. 그렇게 수많은 별들을 바라보며 하늘을 날다보면 모든 것을 잊고 어느 순간 은하수를 비행하며 천국을 향해 가고 있다는 착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언제나 그런 낭만적인 상황들만 만끽할 수는 없다. 무선 주파수를 통해 들려오는 동료의 다급한 목소리와 이어지는 침묵... 3초, 10초 계속 시간만 흘러가는 그 순간, 위험한 상황에 처한 동료의 안전을 염원하며 한자리에 모인 그들은 말없는 대화를 나누며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도 모두는 동료의 무사귀환을 믿었다.

 

그러면서도 세월을 흐르고, 각자의 우편물 배달을 맡은 조종사들은 자기만의 항로를 열심히 비행을 하다가 어떤 때는 그 믿음이 현실로 나타나는 기적같은 순간들을 맞기도 했다. 그의 오랜 동료이자 친구 한 명은 알프스의 춥고 눈으로 덮힌 바위산에 불시착했고,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사람 사는 집이라곤 찾아볼 수 없고, 하루만 지나도 모든 것이 얼어붙는 그 오지에서 살아남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날들을 굶주리면서도 오로지 계속 걸어야한다는 일념으로 결국 살아 돌아온 동료를 만난 기쁨은 나중에 그에게 닥친 불행과 위험한 순간을 극복해 내는 밑거름이 되어주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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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때처럼 비행을 하다가 처음 와 보는 사막 한 가운데 불시착한 그와 동료는 물도 없는 메마른 사막에서 오로지 구조되기 만을 기다리며 사투를 벌였던 며칠 간의 기록이 얼마나 절박했고, 많은 상념들을 떠올렸으며 가졌던 바램이 비록 허상이긴 하지만 매일 그들 앞에 찾아왔는지를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의 원제목은 `바람과 모래와 별`이다.

 

사람의 운명이란 참으로 불가사의하다. 설명할 수 없는 어떤 알 수 없는 메커니즘으로 돌아가는 이 세상과 우리의 생에서 그가 오랜동안 비행기 조종석에 앉아 생각했던 것은 바로 인간과 인간성에 대한 깊은 고찰이었을 것이다. 그런 그도 어느 날 비행기를 몰고 하늘로 올라간 후 아직까지 귀환하지 않고 있다. 그의 동료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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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마록 외전 : 그들이 살아가는 법 퇴마록
이우혁 지음 / 엘릭시르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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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동밀교의 본산이 화염에 휩싸이며 하늘이 불타던 그날 이후의 에피소드로 시작되는 이야기니까 꽤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현승희를 만나기 전이고, 준후는 상당히 어렸으며 아직 인드라의 불꽃이 약해 버너 사용에 익숙치 않은 상태에서 주로 부침개를 해먹는데 이용하는 수준이다. 박신부 또한 베켓트의 십자가나 JNJR을 얻기 전이면서 그나마 오오라의 위력이 크게 뻗어나가지 못하고 있는데다 현암 역시 그 엄청난 공력을 겨우 오른팔에만 운용할 수 있는 단계에 머물러 있다. 그래도 월향은 그 이전부터 그의 왼팔에서 함께하고 있었다.


- “그래. 만약 그렇다면 이건 지금 우리나라 전체에 촉수를 내리고 있는 엄청나게 거대한 존재일 수도 있는거야.”


지금의 인터넷 세상과는 달리 아직은 PC 통신에 머물러 있고, 초등학교로 명칭이 바뀌기 전인 시기지만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날카로운 지적은 오히려 오늘날에 더 잘 부합하고 있다. 퇴마록은 우리시대 어느 때에나 통용될 수 있는 담론을 제기하고 있으며 그래서 시간이 오래 지난 지금도 통할 수 있고, 이전 작품들을 읽으면서 가질 수 있었던 그 느낌의 향수가 다시 찾아왔다.



- 아이들과 활기차게 뛰어놀고 싶었다는 단순하고도 아이다운 미련. 그래서 학교에 남아 있으면서도 정작 아이들이 거의 지나다니지 않는 옥상 구석에 웅크리고 있는 수줍음. 외로우면서도 더 외로워질 수밖에 없는 곳으로 스스로를 숨기는 모순. “그래. 너도 외로웠구나.”


- “가고 싶지 않으면 안 가도 된다.”


이전 씨리즈에서도 간략히 나왔지만 준후는 기존의 교육체계나 학교에 적응하기 어려운 게 당연해 보인다. 기성의 시각으로 준후(현암도 포함되겠지만)는 불쌍한 아이일 뿐이다. 더욱이 다른 아이들이나 엄마들이 기피할 대상 1호일 만큼 이상하고 괴상해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오히려 어떤 의미에서는 잘 됐다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 그걸 규정하는 기준이 절대적으로 고정되어 있는 것은 아니기에. 박신부 역시 사제직을 파문당한 것은 엄청난 불이익과 시련이 될 수 있음에도 조금은 다른 의미에서 계속 사제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그들과 함께...


국내편에 속하는 3편의 이야기를 지나 세계편이 시작된 후의 에피소드에서는 드디어 현승희도 합류하여 이들은 완전체가 될 면모를 갖추게 된다. 현암에게 처음부터 넌지시 마음이 있었던 승희였지만 이들은 무슨 웬수지간처럼 으르렁거리기 일쑤여서 본 씨리즈를 읽을 때 '얘들, 이러다 정들겠네..' 라고 생각했었는데 과연 나중에 이들은... 아, 그리고 만약 백화점에 사악한 존재가 나타난다면 승희를 보내도록 하자. 제 아무리 강력한 악령이라도 백화점에서 만큼은 승희를 당할 수 없지 않을까...?


공교롭게도 퇴마사 일행은 모두 저마다 가슴 속에 큰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그 억눌린 분노와 회한이 마음에 사무치도록 깊숙이 자리잡은 이면에 세상과 사람들을 향한 퇴마행이라는 길을 걸어가게 하는 어떤 원동력이 있다. 그리고 그것은 그들이 서로를 의지하면서 스스로 돕고, 또 다른 이들을 돕는 과정에서 점점 커져간다.


저자 이우혁씨는 우리 시대의 이야기꾼이 되기에 충분하다. 그리고, 이 `외전`을 읽으면서 잊고 있었던 하지만 너무나 익숙한 그 무언가를 다시 찾을 수 있어서 좋았다. 잠시지만 기분좋은 여행을 한 느낌이랄까. 5개의 이야기 중에서 2번째 '보이지 않는 적'과 마지막 에피소드 '생령 살인'이 돋보였다. 이 5번째 이야기에는 백호도 등장해서 반가웠다. `세계편`에서 퇴마사 일행이 유럽으로 출국한 직후에 벌어지는 내용이라 사건을 맡을 인물이 누구일까 잠시 의아했는데 오호~ `주기선생`을 여기서 다시 만나다니. 이건 정말 생각지도 못했던 보너스였다. 그리고, 이 에피소드.. 정말 재미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너무 웃겼다.


퇴마사 일행뿐만 아니라 그 주변 인물들까지 만날 수 있어 더욱 감회가 새로웠던 외전. 유일하게 만나지 못한 등장인물들은 윌리엄 신부를 비롯한 외국인들이구나. 퇴마록 말세편 이후의 이야기는 전부터 나오기 어렵다고 봤을때 외전은 씨리즈로 계속 출간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그리고, 영화로도 제작이 된다고 하니 잘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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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 모으는 소녀 기담문학 고딕총서 4
믹 잭슨 지음, 문은실 옮김 / 생각의나무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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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일반적인 이야기보다 기괴한 이야기를 읽고 싶다거나 두꺼운 분량의 책이 부담스러울 때 가볍게 읽기 정말 좋은 딱 그런 책입니다. 이제 7말 8초의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 시작되고, 학생들 방학도 했으니 다들 피서지로 고~ 고~ 고~ 할 듯 싶은데 여긴 부산이니까 광안리도 그렇고 해운대에도 해변 도서관이 있기에 피서철 휴가지가 의외로 책을 읽기에 참 괜찮다는 생각을 합니다. 무더울 때 그냥 바람부는 그늘에 앉아 책 읽는 것도 더위를 잊는 좋은 방법이죠.

책의 원제가 `10 Sorry Tales`이고 `뼈 모으는 소녀`는 그 중 하나의 에피소드 제목입니다. 기괴한 10개의 유감스런 이야기들로 구성되었지만 무섭다거나 공포감은 없고, 대신 기발한 소재로 이루어진 재미난 단편들을 접할 수 있어 어차피 일상에서 벗어난 휴가지에서 이런 종류의 책을 읽어보는건 어떨까요. 

비슷한 종류의 책인 '초보자를 위한 마법'은 마치 무슨 안드로메다 은하계의 행성에서나 펼쳐질 법한 일상을 썼는지 당최 기승전결을 찾을 수 없어 읽는 내내 분위기 파악이 안 되었지만 이 책 '뼈 모으는 소녀'는 기승전결이 확실하고, 이야기 플롯이 괜찮습니다. 초보자를 위한 마법 이 책을 호평하는 사람들도 있고, 무슨 상도 많이 받았던데 그래도 아마 열린 글쓰기보단 줄거리 탄탄한 내용을 더 좋아해서 그런가본데 10가지의 이야기들이 모두 다 즐거웠지만 기괴함 속에서도 발랄함이 돋보였던 '뼈 모으는 소녀'와 '단추 도둑' 그리고 '레피 닥터'가 가장 기억에 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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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사마리아인들 - 장하준의 경제학 파노라마
장하준 지음, 이순희 옮김 / 부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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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투자가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부분도 있음은 물론이지만 이런 시기가 되고 보니 자본에도 국적이 있다는 말에 별 설명이 붙지 않아도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다. 사업에는 자본이 장땡이며 돈을 출자한 쪽이 칼자루를 쥐고 있는게 당연한데 이들은 어느 나라든 태어난 국적을 가지고 있으므로 결국에는 자본을 투자한 나라가 아니라 본인이 몸담고 있는 국적을 여러모로 더 많이 고려한다는 것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당연하게 생각하는 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SC 제일은행의 먹튀 논란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이 든다.

장하준씨는 이 두 권의 책을 통해 시종일관 '자유 무역(Free Trade)'이 왜 좋지 않은가를 논하면서 '신자유주의'로 대변되는 자유 무역 옹호론자들에 대해 지속적으로 비판적인 견지를 피력하며 그들의 모순점을 시원하게 까발리고 있다. 모든 것은 상대적인 관점에서 논하므로 자유 무역이 절대적으로 좋다거나 또는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자유 무역을 신봉하는 신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은 당연히 모든 나라가 경계와 장벽을 허물고 자유 무역을 해야 하며 그렇게 된다면 자연히 경제는 발전하고 풍족해진다는 논리를 기본 뼈대로 삼고 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자유화라는 것은 너무나도 쉽게 '방임'이나 '방종'으로 흐를 소지가 있다. 불행히도 인간들은 탐욕에 쉽게 눈이 멀기 때문에 오히려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세계화라는 것도 그 주체가 선진국과 그 안의 빵빵한 자본력을 보유한 세력들이 그럴싸한 좋은 단어를 전면에 내세우며 뒤로는 자기들에게 유리한 환경과 토대를 마련해 놓고 개발도상국이나 후진국들에게 조건을 내건다.

하지만 그것은 병력이 월등히 차이나는 두 군대가 평평한 평지에서 전투를 벌이자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또 다른 표현으로는 이종 격투기 경기에서 체급을 없애자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선진국들이 한 두가지 솔깃한 떡밥을 던진다고 해서 애초 싸움이 안되는 경기를 벌인다는 것은 개발도상국 입장에서 당장은 모르겠지만 앞으로는 미래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세계의 경제와 교역의 흐름이 이런 식으로 흐르게 된 계기가 90년대 중반의 GATT와 우루과이 라운드였다. 이미 그때 전세계적으로 말들이 많았으며 격렬한 논쟁과 저항이 있었다. 나쁜 사마리아인들이라고 일컬어지는 그들은 벌써 그 이전부터 계획들을 세우기 시작했을 것이다. 그 GATT가 이름을 바꾼 것이 WTO이고, 이 기구는 선진국과 그 자본세력의 대변 기구로 활약하고 있다. 그러면서 선진국과 협상대표들은 등 뒤로 주먹을 감춘채 다른 한 손을 개발도상국과 후진개발국들에게 내밀며 악수를 청한다. 알듯 모를듯 야릇한 미소를 띈채로 말이다. 그 의미는 자기들이 내건 조건을 수용하라는 것이고, 그것을 힘으로 밀어붙이겠다는 의도이다.

자유무역(FTA)이 개발도상국이나 후발주자 국가들에게 이익을 안겨줄 수 있다는 신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의 논리들 중에서 한 두 가지는 맞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자유 무역을 시행한 최악의 경우를 똑똑히 볼 수 있으니 그것은 북미와 멕시코간의 자유무역 협정인 NAFTA이고, 나는 이걸 '나쁘다'라고 부르고 싶다. 한때 전도 유망하던 멕시코가 비참하리만치 추락하고, 남미의 대표적인 국가인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브라질은 최근 룰라 대통령의 눈부신 활약으로 경제가 상당히 회복되기도 했다.)도 극심한 인플레이션에 시달리며 성장률이 급격히 떨어지는 경제 위기를 겪었던 어려움도 있었다.

이 책들을 통해 한 가지 확실하게 알게 된 것은 정말 아이러니하게도 영국과 미국 등 우리보다 먼저 앞서 경제를 일으키고 선진국이 된 나라들이 자유무역을 통해서가 아니라 현재 그들이 개발도상국들에게 하지 말것을 요구하고 있는 보호무역과 자국산업 보호 및 보조금 정책, 관세 조절로 성장을 했다는 점이다. 즉, 어느 정도의 경제 규모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자유무역이 아니라 그 반대로 규제와 정부의 산업보호와 정책적 보조가 있어야 함이 역사적인 사실로 밝혀졌음에도 자유 무역의 이익과 그로 인한 발전을 신봉하는 쪽에서는 이런 사실을 애써 감추고, 자기들의 이론과 논리에 유리한 점만 들추어가며 저개발국이나 이제 경제발전을 시작하는 국가들에게 자유 무역을 국가정책으로 정할 것을 강요하고 있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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