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알라딘 중고서점을 좋아한다. 강남역에 가면 항상 그곳에 들러, 책을 이리저리 훑어본다. 책을 구입하려는 마음은 없었으나 `기억에서 사라진다`라는 제목에 끌려 책을 구입하게 되었다.
최근에 읽은 기억에 남는 일본 소설은 옴니버스 형식이다. 1Q84도 그렇고, 이 책도 그렇고. 그래 봤자 두 권 뿐이긴 하구나...
제목에 끌려 구입했지만 <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는 첫인상이 그리 좋지는 않았다. 첫인상? 아니 초 중반 무렵까지 책의 내용이 와 닿지 않았다. 여학생 무리들의 각자의 시선에서 조곤 조곤 설명하는 것이 너무 느린 템포 같기도 했고, 너무 산으로 가는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읽어갈수록 일본 소설 특유의 서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
일본 소설은 왜인지 모르게 그 나름의 서정적인 분위기가 있다. 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느껴지는 벚꽃 바람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어서, 일본 소설을 좋아한다.
사실, 마음에 들지 않던 그 시점까지, 책을 덮어버릴까도 했지만, 어느 포인트에서였을까? 어느 시점에서부터 여자 대 여자로의 느낌이 마음에 들었다. 여자의 육감은 책에도 통하는 것이었을까?
하나의 여학생 무리에서 각자의 시선으로 각자의 이야기를 전개해나가는 옴니버스 형식의 소설이다. 레즈비언의 이야기도, 원조교제의 이야기도, 안타까운 가정을 가진 이야기도 나온다. 한 무리로 이렇게 다양하게 주제를 펼칠 수 있는 것도 대단했다. 강렬하게 와 닿지는 않았고, 그 모든 이야기들은 촉촉하게 가랑비가 적시듯 부드럽게 와 닿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