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소모임에서 해당 책에 대한 모임을 한다고 해 읽어보았다. 사실 그 전에 보았던 `허삼관` 영화를 보고 원작 작가인 위화에 대한 매력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더 친숙하게 다가왔다.

더욱더 마음에 든 점은 책이 그다지 두껍지 않다는 것이었다. 한 사람의 인생으로 우리들의 현대 힘든 모습을 보여주어 눈물을 쏟게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약간은 의구심이 들기도 했다. 저렇게 얇은 책으로 눈물을 쏟게 하는 인생을 그려낼 수 있을까 하는.(동일한 이름의 영화는 종이인형극을 한다고 한다. 하지만 도서와는 다른 내용이라 추후 한번 영화도 보아야겠다.)

책을 읽기 며칠 전, 회사 선배와 황희 정승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누런 소와 검은 소가 일하는 것을 보고 어떤 소가 일을 더 잘하느냐고 물은 황희 정승의 젊은 시절 이야기이다. 당시 멀리서 밭을 갈던 농부는 황희 정승이 있는 곳으로 와서 작은 소리로, 누런 소가 일을 잘 하고 검은 소는 꾀를 잘 부린다고 했다. 황희는 왜 그곳에서 큰 소리로 말하지 않고 다가와서 작은 소리로 이야기하느냐고 묻자, 농부가 말하길, 소도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다며 제 흉을 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고 한다.

그런데 <인생>에서도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있었다. 푸구이는 젊은 시절 도박과 여자에 빠져 살았으나 황희 이야기에서의 농부와 같은 사고방식을 얻게 되었다. 그가 바닥까지 추락해보았기 때문일까. <인생>의 한 장 한 장을 넘기면서 푸구이의 바닥은 어디까지 내려갈까를 흥미진진하게 보았다.

정신을 차리고 살리라 마음먹자 마자 군대로 끌려가 죽음 앞까지 다녀오고, 우여곡절 끝에 돌아오지만 가족 하나하나가 안타까운 사건들을 겪으며, 푸구이의 삶에선 행복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도 볼 수 없었다.

그런 삶 속에서도 푸구이는 느긋한 여유를 배우게 되었고, 소에게까지 마음을 쓸 줄 아는 푸근한 사람이 되었다. 중국의 역사를 알았더라면, <인생>을 통해 더 많은 감동을 느끼고, 감탄사를 내뱉었겠지만, 중국의 역사를 모르는 나에게 허용된 감동은 거기까지였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있다. <인생>을 통해 현재 나의 삶 속에서 찾을 수 있는 행복들, 더욱 겸손해지고 낮아지려는 마음을 배웠고, 아는 것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그 동안 배우고자 하는 계획만 주구장창 해왔으나 이제 2015년도 한 달이 채 남지 않았다. 남은 한 달은 계획했던 대로, 보다 알찬 시간들을 보낼 수 있기를. 그리고 다가오는 2016년을 헛되이 보내지 않기를. 나의 인생을 어떤 이야기로 꾸려나갈지 생각 정리를 해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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