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한창이던 8월, 출근길에 이동진의 빨간책방을 듣기위해 이어폰을 귀에 꽂았다. 오랜만에 들어보는 이동진의 빨간책방은 팟캐스트를 한참동안 들어가지 않던 나를 지적이라도 하듯 업데이트 목록을 길게 나열하고 있었다. 화면을 위아래로 움직여 무슨 이야기를 들을까 고민하던 내 눈에 종이달이라는 제목이 들어왔다. 당시 나의 감성을 불러일으키던 그 제목의 방송을 몇 분간 듣고 바로 책을 구매해버렸다.
연분홍색의 책은 횡령이라는 무시무시한 내용을 수줍게 감춘채 내 손에 안겼다. 아무것도 모르고 바르게 자라던 그녀 리카가 오십만엔 삼십만엔을 조금씩 횡령하는 사이 책장을 넘기는 속도도 빨라졌다. 긴박함이 넘치는 장면들을 차분하게 소설속에 담은 작가가 대단했다. 돈에 대한, 일상의 기본이 될 수도, 누군가에게는 핵심이 될 수도 있는 주제를 다양한 시각에서 보여줌으로써 무언가 교훈 또한 얻을 수 있었다. 라디오에서 누군가는 너무 권선징악적인 면모가 뻔히 보이는 책이었다고 실망감을 표현하기도 했지만, 나는 사실 모르겠다. 뻔한 결말인 건지,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해 주기 위한 설정인지. 그건 독자의 몫이었다.
내게 큰 돈이 주어진다면 어떻게 할까? 리카에게 거액의 돈은 한꺼번에 찾아오지 않았다. 그녀는 큰 돈이 한꺼번에 다가왔다면 어떻게 행동했을까? 모든 작은 선택의 결말이 리카의 모습이었듯, `한꺼번`이라는 설정은 크게 중요하지 않은 사실이었을까?
종이달을 한장두장 출퇴근길에 치여 읽다보니 어느덧 한달이라는 시간도 금방 흘러갔다. 그리고 종이달을 한번 더 생각하기도 전에, 내가 좋아하는 음악영화가 개봉했다. 대니 콜린스. 존 레논이라는 네임 밸류와 알파치노를 따라 무작정 영화를 보기로 했다.
유명세를 타기 무서워했던 대니 콜린스는 어느 사이에 부자가 되어 마약과 탐닉에 빠진 생활에 익숙해져 있었다. 존 레논의 편지를 받고 본인의 인생을 돌아본 대니 콜린스는 새로운 인생을 살기로 결심하고 한번도 찾지 않았던, 그의 아들과 교류하기 시작했다.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존 레논의 음악이 잔잔하게 흐르면서 스스로를 잃지 말 것을 당부한다.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책이나 영화는 무수히 많지만, 잔잔한 음악은 마치 나를 안타까운 시선으로 존 레논이 쳐다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해주어 감명깊다.
돈이란. 수단으로 태어나 수단에서 그치지 못하는 것인지. 소유하게 되면 소유주인 인간을 휘두르는 마치 바이러스와 같은 것인지. 나는 과연 그 돈의 힘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지. 언젠가 긴 시간을 가지고 정리를 해보아야 할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