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부모가 된다 - 17년 교직을 포기하고 좋은 아빠가 되고 싶었던 EBS강사의 이야기
정승익 지음 / NEVER GIVE UP(네버기브업)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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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시절, 윤리 선생님께서 훌륭한 선생님이셨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으나, 그의 이 말 한마디가 머리에 깊게 박혔다. 그는 우리에게 대학에 가기 위해서는 초등학교부터 12년을 공부하지만, 한 사람의 인생을 만들기 위해서는 얼마나 공부를 할 것인지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그의 말을 잊어버린채 내 코가 석자인채로 대학을 다니다가, 결혼을 생각하게 되면서 국민 백과사전인 임신 출산 육아 대백과를 구입했다. 아직 20대 중후반의 나이였던지라, 이 책이 집에 있는 것을 본 친구들이 모두 놀라며 묻고는 했지만, 그때마다 윤리 선생님의 말을 전했다. 물론 내가 그 책으로 공부를 한 것은 아니었다. 임신 출산 육아 대백과는 그 이름만으로도 이미 나를 압도했고, 그 부피와 무게로 나를 두 번 압도시킨 뒤, 쉽사리 펼쳐볼 수 없는 책이 되었다.

그러다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바다가 펼쳐져 있는 커버로 한 아이와 그의 보호자가 걷고 있는 풍경은 한없이 마음이 편해지게 했다. 그리고 제목, 『그렇게 부모가 된다』. 가볍게 느껴지지만 알고보면 그 깊이가 있는.

이 책은 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다가 EBS 강사로도 온몸을 쪼개가며 일을 하다가, 어느날의 깨달음으로 교직에서 물러나 아이와 더 시간을 나누기로 한 선생님의 이야기다. 선생님을 그만두다니. 나로서는 그의 결정을 쉽게 이해할 수 없긴 하지만, 그것이 부모의 선택이고 또 그의 선택이었으리라.

가벼운 에세이일 것이라고 생각했던 이야기는 부모의 이야기부터 진로이야기, 그리고 공부에 대한 여러 꼭지점을 거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의 이야기까지 모두 톺아보고 있다.


사실 오랜 시간에 걸쳐 읽은 책이 아니고 술술 읽혀졌는데, 지금 다시 목차를 보니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저자가 꾹꾹 담아 하고 있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그가 수많은 꼭지점을 통해서 하고 싶었던 이야기 중 기억에 남는 몇 가지가 있다. 하나는 아이의 취향을 믿고 지지해줘야 한다는 것. 쉽고도 어려워보이는 그 일을 저자는 10년은 믿어보라고 한다. 10년이라니. 내가 직장생활을 한 것이 거의 10년이 되어가는데, 그 질리도록 많은 세월을 믿어보라니. 잘 지킬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아이들의 10년은 30대 이후의 10년보다 큰데. 아니, 오히려 그렇기에 믿어보라고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많은 페이지를 할애해가면서 선행/현행 학습에 대해 논하고 있다. 교육계에 있기에, 많은 고민을 한 흔적이 묻어나오는 부분이었다. 책을 읽어가면서, 남편에게 우리의 아이는 교육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논하기도 좋은 부분이었다.


조금 놀랐던 부분. 수능은 점점 어려워지기만 한다면서, 저자가 예시로 든 2000년도 그리고 2001년도의 영어 문제다. 내가 수능을 보았던 2009년과 비교를 해보아도 양쪽으로 큰 차이가 있어보였다. (요즘은 수능 영어는 절대평가라고 한다. 책의 중반부에 영어 1등급이 1~2%라고 해서 무슨 소리인가 했다. 역시 교육제도도 열심히 따라가야하겠지...)



책을 다 읽고나서는 일단 선행보다 현행에 초점을 맞추는 부모가 되었으면 하고 바랐다. 하지만 그럴 수 있을까. 우리집에서 그러기로 했다고, 쭉 이어나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아마도 많은 부모들이 같은 이유에서 너도나도 아이에게 선행교육을 시키고, 이 학원 저 학원에 보내고 있겠지.

무엇보다, 교육 시스템에 발을 들이기 전에 우리 아이가 자신의 취향을 알 수 있게 될까. 그렇게 부모가 되겠지만, 그렇게 성숙한 부모가 되고 싶은 욕심을 현실화하고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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