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한마디에 물들다 - 김경미 시인의 마음이 먼저 좋아하는 말
김경미 지음 / 책읽는수요일 / 2016년 8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읽고 있노라니 내가 시인이 되고, 내가 철학자가 되고, 내가 미술가가 되고, 때론 소설가가 되는 망상을 하게 됩니다. 이 책은 나에게 우연으로 다가와 내 인생의 필연이 된 소설같은 한편의 빠알간 가을날의 잎새처럼 내 마음을 흔들고 간 추억속의 한마디로 여겨집니다. 밤을 지새우며 읽어가도 정신이 온전한 건 아마도 이 책에 나와있는 한마디 한마디가 인생이고 삶이며 앞으로 살아가며 사랑할 사람들에 대한 예의며 가슴 따뜻하게 전달할 온전한 언어이기 때문이라 생각되니 몇번이고 되뇌이고 싶은 마음에 곱씹게 됩니다. 작가가 그리스 자킨토스섬으로 가던 중에 만난 현지 그리스인의 강아지 "시베리안 허스키"와의 우연이 강렬한 체험이 된 것처럼 나 또한 이 책을 만난것이 일상의 흔한 에세이들과는 조금은 다른 만남이지 않았나 생각되어 집니다. 가슴의 떨림과 마음의 울림을 갖게 만든 名士들의 名言들을 나름의 작가 해석과 작가 본연의 마음으로 진솔하게 담아내 읽는이로 하여금 감동과 희망을 갖게 만든 작품이라 여겨집니다.

 

     

 

유명작가나 미술가들의 삶을 재조명하고 작품 속 내용들을 전달하는 과정들이 과거의 생각과 앞으로 살아가면서 내가 하고자 하는일, 내가 가야 할길이 진정코 무엇인지를 찾고자 할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질문들의 해답들을 때론 심오한 철학가의 입장으로 ,때론 혼이 담긴 예술가의 입장으로 아름답게 펼쳐놓아 책을 읽는내내 같이 同化되어지면서 그 시대의 인물들과 대화를 하는듯한 느낌을 받기도 했습니다. [고독한 당신을 위하여]를 통하여 조급해 하지말며 인내를 가지고 기다릴줄아는 강한자가 되길,약삭빠른 명예욕보다는 조금 늦는 인생일지언정 세상을 제대로 살아가길 바라는 <루이제 린저>의 한마디는 짧지만 그 어떤 말보다 강력하게 전달받은 느낌입니다. 누구나가 다 성공을 바라고 다른 사람보다 앞서 성공을 바라기도 하죠, 성공하기 위해 남을 기만하기도 하고 짓밟기도 하면서 올라서지만 그런 성공뒤에 감춰진 이면의 세계는 탐욕으로 점철된 위선의 성공이랄수 밖에 없습니다. 남들 보기에 크진 않지만 가장 고귀한 성공을 위해 나 자신을 충족하고 내가 원하는 삶을 살수있는 성공을 하기위해 여유로움과 기다림으로, 때론 외롭지만 고독속에서 나 자신에게 인내하며 살아가길 바래봅니다.

 

   

 

그림 한점을 그리기 위해 기차안에서 차창밖으로 손이 아닌 머리를 내밀고 거센 비바람과 맞서 싸우며 비의 촉감을 느끼기 위해 그렸다는 [비, 증기, 그리고 속도-대서부철도]라는 명화를 그려낸 <윌리엄 터너>를 보며 그의 열정과 작품에 대한 열의, 그리고 장인정신을 엿보게 됩니다. 이 작품을 온전히 그리기 위해 20여년이 지난후에 완성했다하니 실로 대단하고 존경스럽기까지 한 화가입니다. <윌리엄 터너>의 작품들은 하나같이 자기 자신을 던지며 그려낸 작품들이라는 것을 작가의 에세이집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되었습니다. 작가가  이 책에 같이 덧붙인 [비. 증기. 그리고 속도-대서부철도]의 명화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휘몰아치는 붉은 폭풍우가 금방이라도 증기기관차를 삼켜버릴듯한 느낌을 받네요. 그림에 대한 문외한인 저로서도 이렇게 느낄 정도이니 다른 이나 그림에 대하여 해박한 지식을 갖고있는 사람들이라면 혹 반해버릴수 밖에 없는 작품이라 생각되어 지네요.

 

[매일쓰는 연애편지]에서는 어느 노부부의 죽음앞에 사랑이 이토록 아름답게 그려질수 있는지 가슴 한구석 찡한 감동과 여운이 남아있음을 느낍니다. 죽음이 얼마남지 않은 남편과 그 부인 역시 똑같은 죽음을 맞이하는 시한부 인생이지만 마지막 죽음앞에서도 남편을 그리워하며 15분간의 짧은 만남으로 편안한 죽음을 맞이한 장면에서는 아픔의 고통보다 남편에 대한 그리움이 더 간절함을 느끼게 하네요, 그 부인이 죽기전 병실에서 매일같이 남편을 생각하며 썼다는 연애편지가 어떤 내용이었을지 모르지만 그 내용 자체보다는 부인의 사랑이 아름다우면서도 슬퍼보여 가슴 한구석이 짠한 느낌을 받습니다. 작가가 당부하듯 아팠을때 쓰는 사랑의 편지도 좋지만 아프기 전에 사랑하는 사람들이나 가족에게 가끔이라도 연애편지를 써봄은 어떨지 생각을 해 봅니다. 우선은 나 자신이 먼저 실천해야 되겠지요, 안하던 것이라 서먹할수도 있겠지만 한번 실행하게 되면 쉬운 일로 느껴져 쉽게 할수 있으리라 다짐해 봅니다.

 

     

 

[어쩌면 너무나 쉬운]을 통해서는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의 "행복론"을 통해 행복을 가져오는 세가지 방법을 알게 됩니다. "나름대로의 반성"과 "먼 곳으로의 여행", 또 한가지 "정원사와의 대화"가 그것인대 첫번째 방법이 자기성찰을 통한 자기반성은 성숙한 인생을 만들어 행복을 가져다 주며, 두번째 방법은 먼 곳이나 해외여행을 통한 넓은 세상을 바라볼수있는 시야로 행복감을 가져다 줄수 있으며, 세번째 방법은 여러 사람들과의 대화로 보다 넓은 이해와 타인에 대한 이해로 삶에 대한 질을 높여 진정한 행복으로 가는 길을 알려줍니다. 이 세가지 방법이 진짜 행복을 가져다 줄지 확신을 할수는 없지만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오직 자신이 어떻게 살며 어떤 방식으로 살아갈지 노력은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나의 행복은 남이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오직 나만이 할수있는 정신적 노동이라 할수 있습니다.

 

이렇듯 이 책은 하나의 주제만이 아닌 우리 인생을 조명하고 삶의 가치와 사랑은 무엇인지, 일에 대한 열정등 우리가 살아가면서 한번쯤은 겪게될것 같은 인생역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자서전같은 에세이라 생각되어집니다. 책에 담겨있는 한마디 한마디가 그래서 대중들에게도 소중한 한마디로 여겨져 작가에 의해 방송을 타지 않았나 생각되어 지네요. 예전 [전기현의 음악풍경]을 듣지 못해 어떻다 평할수는 없지만 아마도 이 책 내용으로 보아 더없이 잔잔한 감동을 선사한 한마디들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이 책이 특이하면서도 느낌이 있는것은 각 구절마다 책의 내용들과 부합되는 그림들(名畵)이 있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작가의 의도된 작품 해석이라 할수도 있지만 보는 사람이나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이해와 공감을 갖게 합니다. 글보다 때론 그림 한폭이 더한 감동을 주기도 하고, 때론 그림보다 글이 빠른 이해와 감동을 주기도 합니다. 어느 것이 낫다 할수 없을만큼 읽는 사람과 보는 사람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글과 그림이죠, 그것을 잘 조합한다면 너무나 완벽한 하나의 작품(앙상블)이 되는 것처럼 이 책의 글과 그림들 또한 너무나 잘 조화되어 있어 읽는 내내 즐거움과 감동을 배로 받은듯 하여 작가에게 감사함을 느낍니다. 이 가을날 붉게 물들 단풍잎처럼 김경미 시인의 [그 한마디에 물들다]를 내 가슴속에, 내 마음속에, 내 인생의 한 조각으로 물들였다는 점에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