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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존과학의 비밀 - 우리 문화재를 지켜라!
서찬석 지음, 최희옥 그림 / 예림당 / 2018년 1월
평점 :

어릴적 부모님이 외출시 집안에서 뛰어놀다 깨뜨려버린 화병이나 장식품을 순간접착제로 붙여보려고 노력해보지만 결국 실패했던 경험이 있을거에요. 아이들의 블록 장난감을 아이와 함께 힘들게 조립한 후 조립설명서가 분실되어 나중에 다시 조립하려고 할때 낭패였던 적도 있을거구요. 그런데 아무런 정보도 없이 우연히 발견한 우리의 유물을 완벽에 가깝게 복구시켜 우리들에게 역사속 그 가치를 온전히 느끼게 해주는 보존과학이야말로 얼마나 힘들고 멋진 일일지요. 박물관에서 '와 멋지다'라는 감탄만 하면서 그 작품이 어떤 과정을 통해 우리 눈앞에 있는지는 관심도 없었던 제 자신이 부끄러워집니다. 마술로만 여겨지는 작업속에 숨겨진 보존과학이 무엇인지 아이와 함께 하나하나 살펴봅니다.

보존과학의 비밀을 알아보는 5가지 이야기가 들어있어요. 회화류 문화재, 소성물 문화재, 금속 문화재, 석조와 목조 문화재, 지류와 직물 문화재의 훼손 원인과 복원 및 보존 처리법을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문화재 이야기와 함께 그 문화재가 어떻게 복원되었는지 설명해줍니다.

누구나 잘 알고 있고 TV를 통해서도 보존의 우수성이 잘 알려진 보존과학의 표본 '해인사 장경판전'을 살펴보도록 해요. 고려 시대에 부처님의 힘으로 몽골을 물리치고자 하는 염원에서 장장 16년에 걸쳐 만들어진 경전인 '팔만대장경'은 '고려대장경'으로도 불리우며 국보 제52호입니다. 외적의 침략을 막기 위한 것이 가장 큰 목적인 팔만대장경이지만 그 염원이 담겨서인지 경판의 크기며 목판 안에 담긴 글자 수, 서체 등이 마치 한 사람이 작업한 것처럼 통일성을 갖추고 있어 예술 작품에 비유할 정도입니다. 제작시 사용했던 나무는 10여 종이나 되고 가장 많이 사용한 나무는 산벚나무와 거제수 나무, 돌배나무인데 이 나무들은 대부분 느리게 자라고, 그만큼 재질이 단단해 글자를 곧게 새기기에 적당했다고 하니 고려 사람들의 준비성은 대단한듯 합니다. 또한 나무가 뒤틀리거나 썩는 것을 막기 위해, 작업을 시작하기 전부터 통나무를 잘라 3년간 바닷물에 담가 일정한 크기로 잘랐고, 다시 소금물에 삶은 뒤 그늘에서 오랫동안 말리는 밑작업을 거친 다음에야 비로소 글자를 새겨 넣었다고 하고 글자를 다 새긴 뒤에는 겉에 옻칯을 해 습기와 벌레의 접근을 막고 오랫동안 보존하려고 했다고 하며 경판 양쪽 끝에는 나무로 된 마구리도 덧대어 경판을 운반하거나 사용할 때 내용이 닳지 않게 하였다고 하니 고려 사람들의 과학적 지식 뿐만아니라 지혜와 정성이 있었기에 오늘날 우리가 생생한 상태의 팔만대장경을 만날 수 있는건 아닐지요.
오늘날 새롭게 발견된 문화재를 복원시키는 현대의 보존과학을 알아보는것 만큼이나 우리 조상들이 보여준 보존과학의 지혜와 슬기를 배워보는것도 중요할거에요. 우리 조상들은 이미 보전과학적 요소를 이미 꿰뚫고 있었던 거에요.
신라 때 창건 이후 해인사에 여러 차례 불이 났지만 장경판전은 다른 건물들과 거리가 떨어져 있고 대웅전 건물보다 훨씬 높은 곳에 지어지고 사방에 담장까지 둘러져 있어 화재로부터 피해를 입지 않았던거에요.
장경판전의 창은 남쪽의 벽은 아래쪽 창이 크고 위쪽 창이 작은데 비해, 반대쪽 북쪽은 위쪽의 창이 크고 아래쪽이 작아 공기의 순환을 유도합니다. 바람이 남쪽 아래의 큰 창으로 들어와 경판 사이를 돌아서 위로 올라가 북쪽의 큰 창으로 빠져나가도록 설계되었어요.
또한 경판을 넣어 두는 곳이 바닥과 공간을 띄우고 있어 경판과 바닥 사이에 빈 공간을 만들어 바람이 잘 통하도록 하였어요.
바닥은 안을 깊게 파고 소금과 숯 그리고 횟가루를 모래와 찰흙에 섞어서 다져 빗물로부터 경판을 보호하게 하였어요. 비가 많이 내리는 장마철에는 습기를 잘 빨아드리고, 비가 내리지 않을 때는 흙속에 있는 수분을 서서히 내보내는 '자동 습도 조절 장치'를 땅속에 설치한 거에요. 현대의 보존과학 기술에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 듯하여 자랑스럽습니다.

우리 어릴적 없었던 신종 직업이 참 다양한데 이 책과 함께 보존 과학과학자라는 직업도 알게 되었어요. 우리 문화유산에 생명을 불어 넣어 미래로 전달하는 멋진 직업이군요. 보존과학자들이 마음속에 새겨두고 있는 '보존과학의 4계명'을 아이와 함께 큰 소리로 외쳐봅니다.
- 옛 장인의 입장에서 당시 장인처럼 작업한다.
- 처리는 반영구적이므로 한 번 실수는 영원하다.
- 작업 전 작업 내용과 결과를 충분히 검토한다.
- 복원에 왕도는 없으므로 순리대로 진행한다.

보존과학자들이 작업 과정을 기록하는 일지도 살펴보았어요. 과학일지처럼 관련된 내용을 세세하고 꼼꼼하게 기록해야하는군요. 보존과학자의 꿈을 이루기 위해선 우리 아이들이 어릴적부터 꼼꼼하게 사물을 관찰하고 집중력을 키우도록 노력하고 그날 그날 관찰한 내용을 자세히 적어보고 어떤 일을 계획하기전에 미리 미리 준비하는 과정도 적어보는 습관을 길러야겠어요.
보존과학의 비밀을 살펴보며 박물관 이용시 주의사항을 지키지 않고 헛웃음으로 넘겨버렸던 행동이 얼마나 잘못된 일인지 깨닫게 됩니다.
오랜 시간동안 숨어있던 유물들이 발굴되어 우리가 만나게 되는 과정에는 '보전과학'이 있었어요. 땅속에 묻혀 있던 유물을 말끔히 바꾸어 놓는 것, 깨지거나 빛바랜 유물을 처음처럼 되돌려 놓는 것, 그것을 다시 우리 후대에 전하는 일까지 소중한 우리 문화재를 지켜 주는 고마운 보존과학에 대해 알게 되었어요.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보존과학의 중요성을 알았으니 우리도 우리 문화재를 소중히 다루고 보존하는데 함께 노력하는 마음가짐을 가져야겠다고 다짐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