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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켈란젤로의 예술 교실 - 예술은 어떤 역할을 할까? ㅣ 수상한 인문학 교실
신연호 지음, 조승연 그림 / 시공주니어 / 2017년 12월
평점 :

아이에게 다양한 체험의 기회를 주고 싶은 엄마의 욕심에 전시회를 자주 가지만 아이가 느끼는 감동은 항상 다른것 같아요. 예술의 진정한 의미를 아직은 깨닫지 못해서일거에요. 미리 감상할 작품에 대하여 공부를 하고 간 경우는 알고 있는 내용만큼 감동하는것 같지만, 알지 못하는 작품에 대하여는 지루해하거나 그림 자체가 주는 일차원적인 감동만 느끼는듯해요. 예술에 대한 상상력이 부족해서일거에요. 아직 생각하는 힘이 한쪽으로 고정되지 않는 우리 아이들에게 거침없이 마음대로 상상하는 힘을 갖게 도와주는게 부모의 역할이 아닐까요? 이 책을 함께 읽으면서 예술가의 싹을 키워주고 예술이 주는 즐거움을 깨우치고 경험하는 힘을 길러주는건 어떨지요.

예술적 감수성이 많은 쌍둥이 형 지오와 달리 태오는 휴대 전화 게임에만 관심이 있어요. 사람 말을 할 줄 아는 교실지기 고양이를 만나 미켈란젤로가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화를 완성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습니다. 과연 태오는 성공할 수 있을지 함께 따라가보도록 해요.

미술관에 마법사가 많이 나온다는 소리에 귀가 솔깃한 태오는 지오와 함께 미술관에 가게 됩니다. 지오가 그림을 감상하는 동안 밖에서 휴대 전화 게임을 하면서 고양이 대마법사를 찾고 있어요. 편의점 뒤쪽 기와지붕을 얹은 정자에 쉬고 있는 태오 앞에 말하는 고양이가 나타납니다. 바로 수상한 인문학 교실의 교실지기 고양이지요. 오늘의 수업은 르네상스 시대를 대표하는 위대한 예술가인 미켈란젤로를 돕는거에요. 1511년 8월의 이탈리아 로마로 가서 미켈란젤로가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화 그리기를 중단하지 않도록 돕고 오는거에요. 열쇠는 교황이 쥐고 있어 교황이 하던 대로 하게 만드는거에요. 교실지기 고양이의 얼굴 사진 스티커를 눈에 붙이고 엉덩이를 세 번 두드리면 미켈란젤로가 있는 로마로 갈 수 있어요. 고양이 대마법사를 만나게 해 주는 상을 받기로 하고 태오는 미켈란젤로를 만나러 떠납니다.

태오가 만난 미켈란젤로는 피곤해 보이는 아저씨의 모습이에요. 교실지기를 알고 있는듯 태오에게 따라오라고 합니다. 교황이 기다리는 시스티나 성당에 함께 도착한 태오는 미켈란젤로와 교황 사이에 흐르는 팽팽한 분위기에 눈치를 보게되지요. 비계를 치우라는 교황에게 미켈란젤로는 그림을 공개하기로 한 날이 15일이니 그때 치운다고 하네요. 비계를 치우면 나머지 천장에 그림을 그릴 수가 없으니 그림을 완성하기 위해 비계를 치우지 말라고 하는 태오에게 미켈란젤로는 교황이 그림을 맘에 들어 해야 다른쪽 천장에도 작업을 할 수 있다고 비계를 치워야 한다고 합니다. 그림을 지키고 나머지 반쪽 천장에도 미켈란젤로의 그림으로 채우려면 태오가 살펴봐야 할 사람은 미켈란젤로가 아니라 바로 교황이에요.

미켈란젤로가 걱정 없이 그림만 그리도록 물감도 챙겨주고 음식도 해 주는 친구 프란체스코를 만났어요. 비계를 치우는 작업이 시작되자 성당 안은 아수라장이 되고 프란체스코는 태오에게 위험하니 밖에 나가서 교황궁을 구경하라고 합니다. 페데리코를 만나 태오는 교황을 만나게 해달라고 부탁하고 벽화를 그리고 있는 라파엘로를 만나 레오나르도 다빈치에 대하여 알게되지요. 광장의 공사 현장으로 태오를 데려간 프란체스코는 미켈란젤로가 젊은 얼굴인 어머니로 조각한 마리아를 표현한 <피에타>를 보여주고 태오는 죽은 아들을 안고 있는 어머니의 모습에서 불쌍하고 가엾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겁고 슬픔을 느끼게 되요. 태오의 마음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어요.

그림을 공개하는 날 미켈란젤로는 안절부절못합니다. 그림이 공개되자 사람들은 감탄을 하고 교황도 흡족해하며 나머지 그림도 서둘러 작업하라고 합니다. 하지만 라파엘로와 미켈란젤로는 표정이 좋지 않아요. 미켈란젤로의 말처럼 라파엘로는 미켈란젤로가 실수를 하지 않아서 기분 나빠 하는지 모르겠네요. 하지만 태오의 상상과 달리 라파엘로는 그림이 생각보다 훌륭해서 잠시 멍했고 나만의 예술 세계를 만들자고 다짐했다는군요. 미켈란젤로는 인물이 많고 크기가 작아서 복잡해 보였다며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그림이란 걸 생각하지 못했다고 자책합니다. 아무도 알아채지 못했는데도 스스로 고쳐야 할 점을 찾아 괴로워하는 미켈란젤로는 다음 날부터 더 열심히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하며 집에서도 쉬지 않고 피곤하면 옷을 입은 채로, 장화를 벗지 않은 채 침대에 쓰러져 자는군요. 시스티나 성당으로 태오를 찾아온 페데리코는 라파엘로 아저씨가 그림 그리는 방으로 놀러 가자고 합니다. 라파엘로는 이미 완성한 <아테네 학당>의 그림이 달라진 곳을 찾아보라고 합니다. 페데리코는 망설이지 않고 계단에 기대앉은 남자, 미켈란젤로를 가리킵니다. 미켈란젤로하고는 친하지 않아 처음엔 넣지 않았으나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화를 보고 벽화에 남길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으로 생각하여 다시 그려넣었다는군요. 천장화가 중단되지 않을 것 같으니 이제 돌아가도 되겠다고 생각하고 고양이 사진을 눈에 올리지만 사진은 맥없이 떨어집니다. 아직 때가 아닌가봐요. 걱정을 하면서 걷는데 교황의 건강이 심각하다는 이야기가 들립니다. 태오는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미켈란젤로나 프란체스코는 생각이 다르네요.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화는 이번 교황님과 계약한 거라 그림이 완성되기 전에 교황님이 돌아가시면 미켈란젤로의 노력은 물거품이 된다는군요. 프란체스코는 태오에게 교황의 상황을 알아보라고 합니다. 태오는 교황을 살려낼 수 있을까요? 페데리코의 말에 의하면 의사 선생님이 꼼짝도 못 하게 하니 여기저기 다니면서 일도 챙기고 호통도 치고 싶은데 아무것도 못 하니 교황이 갑갑해한다는군요. 교실지기의 말이 떠오릅니다. '교황이 하던 대로 하게 만들어. 그래야 미켈란젤로가 천장화를 계속 그릴 수 있어.' 교황이 평소에 하던 대로 하게 하는 것, 그것이 교실지기의 처방 약입니다. 의사의 반대에도 태오는 교황을 만나게 됩니다. 태오는 교황에게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마음을 편히 가지라고 말합니다. 의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교황은 미켈란젤로의 그림을 보고 싶어하는군요.

태오를 만난 뒤 교황은 하고 싶은 대로 하며 점점 건강을 회복해요. 태오는 교황과 함께 정원을 거닐며 라오콘과 두 아들 조각상에 대하여 설명을 듣습니다. 조각상을 보고 있자니 라오콘과 두 아들의 비명이 들리는 것 같아요. 지오가 김홍도의 <씨름>속 구경꾼 아저씨들이 말을 했다고 했을때 코웃음을 쳤던 자신에게 라오콘의 울부짖음이 들립니다. 오른쪽 팔이 없는 라오콘 조각상은 정확하진 않지만 꽤 오래전 작품이라는군요. 교황은 '사람이나 나라는 먼지처럼 사라져도 예술은 영원히 남는 거란다.'고 말합니다. 시스티나 성당을 찾은 교황은 미켈란젤로에게 자신이 죽기전 천장화를 완성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조각으로 돌아가 무덤의 조각상도 마무리해 달라고 합니다. 이제 태오는 돌아갈 때가 되었어요. 교황궁 정원에서 고양이 사진을 눈에 올리자 눈에 척 달라붙고 툭 툭 툭 엉덩이를 세 번 두드리자 미술관으로 돌아옵니다. 이제 태오는 그림이 말을 걸더라는 지오의 말, 그림을 보고 슬펐다던 지오의 말, 모두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경험했어요. 고양이 대마법사보다 능력이 뛰어난 마법사, 교실지기에게 받은 미켈란젤로 아이템은 정말 최고였어요.

예술의 세계사에서는 오랜전부터 시작된 인류의 예술 활동을 소개합니다. 에스파냐 소녀가 발견한 알타미라 동굴벽화, 인류의 가장 오래된 미술 작품인 타미라 동굴 벽화, '죽은 자를 위한 예술'인 이집트 미술, 그리스 사람들의 아름다운 벗은 남자의 몸에 대한 동경, 인간 중심의 그리스 , 로마 문화가 활발해진 르네상스, 시민들도 그림을 사기 시작한 17세기 네덜란드, 그 이후 쭈욱 이어진 여러 화풍의 화가들, 그리고 오늘날의 현대 미술까지 예술의 한 갈래인 미술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책 속 인물, 책 속 사건에서는 조각을 사랑한 미켈란젤로에 대하여 이야기해요. 시스티나 성당 천장에 담긴 <천지창조>와 제단 뒤 벽화인 <최후의 심판>등은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화를 그려 달라고 부탁받았을 때 '나는 조각가이지 화가가 아닙니다!'라고 말한 미켈란젤로의 말이 무색할 정도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생각이 자라는 인문학에서는 태오처럼 예술은 재미없고 따분하며 예술을 모른다고 불편한 일도 없고 왜 재미없는 예술을 알아야 하는지 생각할 수도 있는 우리 아이들이 예술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 책을 통해 그 생각이 바뀌었는지 물어보는 네가지 질문이 들어있어요.
미술에 전혀 관심이 없는 태오가 우연히 미술관 정자에서 만난 교실지기 고양이를 통해 1551년 이탈리아의 미켈란젤로를 만나 자신이 가진 예술에 대한 생각이 바뀌어 나가는 과정을 아이와 함께 지켜보며 우리 아이도 거침없이 마음대로 상상하는 힘을 가지고 위대한 예술가의 싹을 품고 키워나가길 바래봅니다. 우리 어릴적 시절과 달리 예술이 주는 즐거움을 경험할 기회가 많은 우리 아이들이 그 경험을 값지게 가꾸어 나가길 빌어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