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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나의 불량파출소 ㅣ 시공 청소년 문학
문부일 지음 / 시공사 / 2016년 10월
평점 :
품절
제목만으로도 이 책에는 많은 반전과 반어적 표현이 있으리라 생각이 듭니다. '불량 파출소'라는 부정적 의미에, 환영한다는 'WELCOME', 친숙한 '나의"라는 표현에서 책 속에 어떤 내용이 들어있을지 참 궁금해지는군요.
책 표지에 보이는 한쪽 귀를 후벼파며 왼쪽 뺨에 평상시 행동을 추측하게 하는 반창고, 누군가를 째려보는 날카로운 눈초리와 신경질적으로 보이는 눈썹의 주인공은 외관상 불량학생임을 짐작케 합니다. 한쪽에 세월의 흔적을 엿볼수 있는 숱이 적은 머리에, 사람 좋은 미소보다는 뭔가 음흉하게 보이는 웃음과 모범경찰 상을 받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리고 마냥 좋아하는 파출소 소장님의 얼굴에선 불량 파출소라는 제목처럼 온갖 부정과 부패, 약한 사람을 위하기 보다는 힘 앞에서 한없이 약해지는 그런 모습을 엿보게 되는건 그러지 않는 세상을 꿈꾸는 저의 작은 바램 때문이 아닐지.....제목의 의미가 무엇일지 아이와 함께 책 속으로 들어가 봅니다.
교통사고로 부모님을 여의고 이모, 이모부와 함께 살고 있는 한철이는 부모님의 죽음후엔 한없이 비뚤어지기 시작합니다. 그에게 파출소의 이미지는 부정적일 것이며 나쁜 일로 집안처럼 자주 들르는 파출소는 불량 파출소일게 분명합니다. 당연히 모범 경찰상을 수상한 행복파출소의 소장님이 불량 경찰상이 아닌 모범 경찰상을 받았다는건 이해할 수 없는 사건이겠죠. '모범'이라는 글자를 들으면 온몸에 두드러기가 나고 짜증이 나는 한철이지만 불량하다는 말을 들은건 6학년이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부터입니다. PC방에서 게임비를 내지 않고 도망치다 걸리고, 슈퍼에서 과자를 슬쩍해 도망치다 걸리고, 초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그동안 한철이에게 돈을 빼앗긴 아이들이 엄마에게 고자질하여 세번이나 파출소와 악연을 가지게 되지요. 대머리 영감탱이 파출소장, 날라리 김 순경, '욕의 달인' 욕쟁이 의경이 모범 경찰상을 받았다는건 한철이에겐 큰 충격적인 소식일거에요.
학교 앞 무단횡단을 하다 걸려 만난 왕경찬 의경 형은 다른 행복파출소 경찰들과 다른것 같아요. 이제 한철이에게 어떤 변화가 생길지 기대해봐요.
슈퍼에서 돼지 저금통을 훔쳐 우민이와 함께 오랜만에 행복파출소에 방문한 한철이는 파출소를 찾아와 사정없이 때리고 함께 껴안고 우는 우민이 어머니를 보고 자신의 꼬여버린 삶을 돌아봅니다. 엄마, 아빠가 계실 땐, '모범 어린이상'까지 받았던 한철이는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모든 것이 엉망이 되어버렸죠. 엄마가 곁에 있었다면 도둑질도 하지 않았을 테고, 이모부에게 손찌검도 당하지 않았을 테고, 행복파출소에 끌려오지도 않았을 거라는 생각을 합니다.
결혼한 지 7년이 지났지만 이모에게는 아기가 없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모는 항상 이모부에게 잡혀 살지요. 평상시엔 봉사도 열심히 하고 착해 보이는 이모부는 술만 마시면 한철이나 이모에게 손찌검 등 폭력을 일삼습니다. 하지만 한철이는 이모를 위해 가정폭력을 숨기고 자신의 분노를 학교 친구들에게 터트릅니다.
중학교에 올라간 한철이는 이젠 사고를 치면 경찰소로 갈수도 있고, 무식하게 싸워서는 절대 이길수 없다는 것을 경험하기도 하고, 첫날부터 문제아로 찍히지 않기 위해 조심하고 또 조심합니다. 하지만 대머리 영감탱이와 경찬이 형이 가져온 크리스마스 선물 라면 상자 소식이 지역 온라인 신문의 홈페이지를 장식하고 이를 놀리는 사오정을 신나게 때려주고 안경알까지 깨뜨려버려 사고를 치게 됩니다.
욕쟁이 의경이 경찬이 형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모습을 우연히 보게 된 한철이는 경찬이 형과 동병상련의 감정을 가지게 됩니다.
해결되지 않는 슈퍼 담배 도난 사건이 자신을 괴롭히는 뚱스 패거리 짓임을 알게 된 한철이는 어느 날 저녁 불량한 아이들이 하천 어귀에 있는 슈퍼에서 담배를 훔칠거라는 내용의 신고 쪽지를 동네 곳곳에 있는 순찰함 열 곳에 넣어둡니다. 경찬이 형이 제보 덕에 담배 도둑을 잡고 포상 휴가를 가게 되고 이게 모두 한철이 제보임을 알고 비밀로 부쳐주지요. 평소에 쓰던 반성문 맞춤법 틀린 글자를 보고 제보자가 한철이임을 김 순경님, 소장님이 알아본거랍니다.
파출소에서 자원 봉사를 하게 된 한철이는 후임 관리를 잘못하여 곤역을 치른후부터 후임들에게 악마가 된 욕쟁이 의경의 이야기도 듣고, 자신을 생각해주는 소장님의 진심을 알게 되지요.
가끔은 안타갑다고 생각되는 이모부이지만 술만 마시면 이모에게 폭력을 가하고 다음 날 무릎을 꿇고 다시는 안하겠다는 반성의 약속도 지키지 않습니다. '행복한 가정 만들기 운동 본부'에서 한철이와 이모에게 전화가 오고 파출소 행사로 이모부와 함께 '폭력 추방 캠페인' 봉사를 하게 되지요. 이건 모두 한철이와 이모가 이모부로부터 가정 폭력을 당하고 있다고 알고 있는 행복파출소 소장님의 계획이었어요.
착하기만 한 이모가 개에게 화풀이 폭력을 가하는 모습을 본 한철이는 자신이 친구들에게 죄책감 없이 폭력을 쓰던 모습을 생각하며 폭력의 피해자가 가해자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행복한 가정 만들기 운동 본부' 상담을 받게 됩니다. '폭력 대처 메뉴얼'을 발견한 이모부는 한철이와 이모에게 심한 폭력을 가하고 드디어 한철이와 이모는 집을 나와 행복 파출소 창고에 숨습니다. 창고 안에서 욕쟁이 의경의 폭력에 맞서는 경찬이 형의 행동을 핸드폰으로 촬영하게 되고 함께 서로 든든한 버팀목이 되기로 하지요. 행복한 목격자라는 이름으로 경찬이 형을 폭행하는 장면을 촬영한 동영상을 욕쟁이 의경에게 이메일로 보내 욕쟁이 의경의 폭력을 막은 한철이는 이모와 함께 이제 행복파출소와 여러분들의 도움으로 이모부의 폭력으로부터 해방되어 세상에서 가장 모범적인 파출소를 떠나 쉼터와 새로운 중학교에서 새 삶을 시작하게 됩니다.
한철이에게 불량파출소는 정말로 세상에서 가장 모범적인 파출소였어요. 술을 마시지 않으면 한없이 착한 이모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후임에게 함부로 하는 욕쟁이 의경, 자신의 폭력은 정당하다고 나름의 이유를 대면서 남의 탓을 하게 되는 폭력의 현장을 바라보며 자신의 아픔을 숨기기보다는 들어내어 구원의 손길을 찾는게 어렵지만 꼬옥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불량파출소라는 제목처럼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이 전부는 아니다는 생각이 듭니다. 모든 사람이나 상황을 바라보는데 있어 다분히 주관적이고 자기 중심적인 관점이 작용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해자에게 나름의 합당하다고 생각하는 폭력의 이유가 있겠지만 그것은 정당화 될 수도 없고, 정당화 되어지지도 않아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폭력이 폭력을 낳고, 정당하지 않은 폭력이 드러나지 않는 것은 폭력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과 숨기려고만 하는 피해자의 소심함, 자신을 도와줄 사람이 없을거라는 낙담, 오히려 더 심한 복수의 2차 폭력이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두려움 때문일거에요. 아이와 함께 학교 폭력, 가정 폭력 이야기를 한철이를 통해 들여다 보면서 우리의 도움이 필요로 하는 주위의 친구, 주위의 이웃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