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임당 갤러리 - 조선 사람들의 소망이 담겨 있는 갤러리 시리즈
이광표 지음, 이예숙 그림 / 그린북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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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동안 이율곡 선생님의 어머니로 더 주목받았던 신사임당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지는 시대입니다. 훌륭한 자녀 교육을 통해 본받을 어머니상으로 알려진 그녀지만 남성 중심의 조선시대에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면서 신여성상의 본보기가 된 여성으로 평가되는 요즈음 그분의 능력이 마음껏 펼쳐진 작품들을 하나하나 꼼꼼히 살펴볼수 있는 이 책을 만난것은 행운인듯합니다. 지금까지 신사임당의 작품에 대하여 이처럼 자세히 살펴볼 기회가 없었던 나에겐 작품을 통해 그분에게 한발짝 더 다가갈수 있는 시간이었네요.

 

인물이야기에 치우친 위인전, 작품의 전문적 평가에 치우친 화보집과 달리 그분의 일생을 돌아보고, 그분의 그림 하나하나에 숨겨진 내용, 정신, 의미를 감상하고, 그분의 영향을 받은 아들 이율곡 선생님과 겸재 정선과의 관계, 초충도의 의미, 5만원권에 등장하게 된 그분의 위상 등을 3부에 걸쳐서 모두 살펴볼수 있어 이 책 한권만 있으면 그분에 대하여 많은 내용을 공유하는데 부족함이 없을듯해요.

인물이야기만 읽어본다면 우리는 신사임당을 조선 성리학의 대표 학자인 율곡 이이를 키워낸 어머니로만 기억하겠지만 그의 작품과 함께 살펴본다면 시도 잘 짓고 글씨도 잘 썼던 문인이자 그림도 잘 그림 화가였으며 출가외인의 조선 시대, 남성 중심의 조선 시대의 사회적 특성 속에서 친정과 남편 이원수 집안의 자유분방하면서도 인간의 본질적 내면과 그리움을 매우 존중한 분위기가 그의 이러한 능력을 마음껏 펼칠수 있게 하는 바탕이 되었다는것도 알수 있을거에요. 또한 그분의 이런 예술적 능력은 조선 중기의 문신이며 거문고, 서예, 시, 그림에 뛰어난 재능을 보인 넷째 아들 이우, 어머니처럼 매화 그림에 뛰어난 재능을 보인 맏딸 매창에게까지 이어졌다는 점에서 단순한 현모양처, 남성 중심 사회를 극복한 독립적이고 진취적 여성을 넘어서 예술혼을 보여 준 인물로도 평가해야 할거에요.

 

신사임당이 그렸다고 전해지는 전칭작인 40여 점의 작품은 풀과 벌레를 그린 초충도, 산과 들의 모습을 담은 산수화, 포도 그림과 영모화 등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인 초충도 병풍은 여덟 폭으로 이루어져 있고 화면의 중앙에 핵심이 되는 식물을 두고, 그 주변에 각종 벌레와 곤충을 배치했으며 그림의 화면은 정사각형에 가깝고 식물과 곤충이 화면을 비교적 꽉 채우고 있습니다. 이 책에선 함께 하고 교감하는 사소한 미물인 식물과 곤충, 벌레에 의미와 상징을 담아 어떤 메세지를 전하고자 하였는지 그분의 뜻을 헤아려 보는 재미를 줍니다.

 

오죽헌, 시립박물관 소장 초충도 병풍은 국립중앙박물관 초충도 병풍과 달리 각 그림속의 식물을 보면 키가 좀 더 길쭉하면서도 단촐하고 간결하게 표현되어 전체적으로 늘씬하고 시원시원한 모습이며, 색상도 좀 더 가라앉은 느낌의 색깔을 사용했습니다. 또한 화면 구성이 좀 더 간결하고 부드러우며 여유가 있고 곡선의 아름다움이 두드러져 리듬감과 율동감이 잘 나타났습니다. 좀 더 능숙하고 세련된 느낌을 주는게 그분의 후기 그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문인화풍의 품격과 깊이가 담겨진 <산수화> 2점과 간송미술관에서 가장 유명한 <포도도>도 감상할 수 있어요. 포도 그림과 관련해 아들 이율곡은 <<선비행장>>에 "돌아가신 어머님께서 포도을 얼마나 잘 그리셨는지 세상에 비길 만한 사람이 없었다."고 적었을 정도라 하니 그 시대에나 5만 원권 화폐에도 실리는 현재에도 명품의 가치는 변하지 않는듯합니다. 현재 남아 있는 유일한 신사임당의 산수화 두 점은 모두 서정적이고 격조 있는 그림입니다. 16세기 조선 중기의 문신 소세양이 "오묘한 생각과 뛰어난 솜씨는 다른 사람이 따라잡기 어렵다."고 적은것만 보아도 남성중심의 조선 시대지만 그의 예술성이 얼마나 뛰어났지는 알수 있겠어요.
 

 

우리나라에서 5만 원권이 처음 발행된 것은 2009년이었습니다. 국내 최고액권에 여성인 신사임당이 주인공으로 들어간것도 많은 관심을 끌었지만 어머니와 아들이 한 나라의 화폐에 등장한다는 것이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일이라고 하니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신사임당을 5만 원권의 도안 인물로 정한 이유를 "우리 사회의 양성 평등 의식을 높이고, 여성의 사회 참여에 긍정적으로 기여하며, 문화를 중시하는 시대 정신을 반영하고, 자녀의 재능를 살린 교육적 성취를 통하여 교육과 가정의 중요성을 환기시키는 효과를 기대한다."고 한것처럼 그분에 대한 이러한 평가엔 그분의 작품에 숨어있는 정신과 예술혼, 조선 시대에 여성으로서 적극적으로 예술적 창작 활동을 한 진취적 인물이기 때문일거에요.

아이와 함께 그분의 작품을 감상하면서 착한 효녀, 어질고 현명한 아내, 어머니의 수동적 여성상이 아닌 진취적 예술적 창작 활동을 통하여 자신의 흔적과 정신, 메세지를 후세에 남긴 진취적 자주적인 여성으로서 신사임당을 만나볼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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