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색 지대 - 바그다드에 내린 하얀 기적
캐롤린 마스던 지음, 김옥진 옮김 / 스콜라(위즈덤하우스) / 2016년 7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읽기전 뉴스에 나오는 수니파, 시아파의 갈등으로 비춰지는 이슬람교의 폭력적인 면에 비판적으로 생각하고 무관심했던 것 같아요. 수니파, 시아파에 대하여 정확히 알지 못했고, 6.25를 직접 겪은 세대는 아니지만 그 당시 남북으로 갈라져 서로 싸워야만 했던 민족의 아픔을 간접적으로나마 알고 있는 나에게 이 이야기는 남의 이야기가 아닌 현재도 진행중인 우리의 이야기일수도 있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게 되네요.

 

이슬람을 완성한 마지막 예언자 무함마드가 아들 없이 파티마라는 딸만 남기고 623년 세상을 떠나 부계 혈통을 중시하던 당시 아랍 사회는 무함마드의 유일한 직계 혈통으로 그의 사촌 동생이자 그의 딸 파티마와 결혼한 사위 알리를 후계자로 추대하고자 했으나 무함마드의 제자들은 전원 합의하에 무함마드의 친구들인 아부 바크르, 우마르, 오스만을 후계자로 추대하였고 알리는 636년에 겨우 네 번째 후계자가 되었으나 불행하게도 반대파에 의해 무참하게 살해당하고 그의 두 아들마저 죽게 되어 그들을 따르던 무리가 메카를 떠나 지금의 바그다드 쪽으로 이주하여 정착하면서 시아파가 형성되었고, 메카에 남아 있던 사람들은 자신들을 주류 정통파로 여기면서 스스로 수니파를 자처했고 수니파와 시아파가 서로 공존하는 많은 국가와 달리 이라크는 시아파의 중심 국가가 되었지만, 1979년에서 2003년까지 수니파 이슬람교도였던 사담 후세인이 이라크를 통치하던 시기엔 시아파 이슬람교도들을 잔인하게 억압했고 미국에 의해 그가 무너지자 힘의 균형이 바뀌고 두 종파 사이에 폭력이 일어나며 군대뿐 아니라 시민들 사이에도 전쟁이 일어나게 되면서 이웃이었던 사람들이 서로를 배척하게 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되지요.

 

이 책에선 서로 사촌관계이지만 시아파인 누리와 수니파 (엄밀하게 말하면 반은 수니파, 반은 시아파)인 탈리브라는  두 소년의 이야기를 통해 복수의 악순환이 계속되는 이라크 전쟁을 재조명하고 있읍니다. 시아파가 대부분인 카라다에 함께 살고 있던 누리와 탈리브는 ​종파간의 갈등이 시작되면서 누리와 탈리브의 사이도 점점 멀어지지요. 부라타 사원 폭파로 하킴 외삼촌을 잃게 된 누리의 증오는 탈리브에게 향하게 되고 드디어 돌맹이에 '이것이 첫 번째 경고다.'라는 쪽지를 매달아 탈리브 방 유리창을 깨뜨려 버리고 결국 탈리브 가족은 아버지가 헌 책을 팔고 있는 바그다드 구시가 중심가에 있는 책방 골목인 무나타비 거리로 이사를 가게 되지요. 인쇄업을 하는 알샤트리 할아버지 집에 얹혀 살게 됩니다. 예로부터 지성과 평화의 상징이었고 전쟁의 파괴 속에서 피난처처럼 종파의 차이에 아무도 상관하지 않던 그곳에 자동차 폭탄이 터지게 되고 샤반다르 카페와 여러 역사적인 건물들이 파괴되며 탈리브 아빠의 책 가판대, 책, 아빠 모두 피해를 보게 됩니다. 탈리브가 떠나게 된 것에 죄책감을 느낀 누리가 유리창 사건의 범인이 자신임을 밝히면서 탈리브의 증오는 커지고 하나님을 믿지 않게 되며, 자신이 살았던 카라다에 미군 전투기의 폭격이 있고 자신의 집이 흔적도 없어진 것을 본 탈리브는 자비르에게 도움을 청해 누리의 집에 유리병 폭탄을 던질 계획을 세우게 되지요.

 

하지만 2008년 1월 기적이 일어납니다. 사람들이 기억하기로는 난생처음 바그다드에 눈이 내린 것입니다. 녹색지대, 적색지대 뿐이었던 바그다드에 백색지대가 펼쳐진거죠. 이 놀라운 자연의 신비는 전쟁으로는 결코 이룰수 없는 일을 이뤄 냅니다. 눈이 내리는 동안 짧은 휴전이 일어난 거죠. 물론 탈리브의 가슴에도 분오의 감정이 녹아내리고 하나님을 믿지 않기로 한 마음에 하​나님은 모든 이의 편이라는 믿음이 생기고 눈위에 '하나님은 위대하시다!'는 글을 써내려가게 합니다.

수 천년 동안 조화와 공존, 화해와 다양성이 살아 있던 바그다드 도심이 폭탄 테러의 중심이 되고 증오의 도시가 되어 버리고, 탈리브와 누리처럼 서로 인사하고 다정하게 지내던 사람들이 서로를 죽이지 못해 안달하는 적대 관계로 바뀌었지만 ​자연의 기적, 하나님의 자비로 잠시나마 녹색지대의 평화와 마음의 평온을 가져오게 한 바그다드의 기적은 영원하지 않은 기적이지만 앞으로 그들이 어떻게 노력해야하는지 메시지를 전달해주는듯 합니다.

 

누리와 탈리브의 이야기를 통해 테러와 폭력의 종교로 인식했던 이슬람교에 대한 편견을 버릴수 있었고 혼란속의 하얀 기적의 메시지를 통해 그들의 혼란이 정리되어 무타나비 거리가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다시 조화와 공존, 화해와 다양성이 살아 숨쉬는 바그다드가 되길 빌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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