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유사 읽고, 오늘부터 이야기 작가! - 고전을 제대로 읽고 쓰는 방법 지식의 힘 6
윤예영 지음, 홍우리 그림 / 스콜라(위즈덤하우스) / 2016년 6월
평점 :
품절


 

부모인 나 조차도 고전이 무엇인지 아이가 물어본다면 선뜻 쉽게 설명해주기 힘들거에요. 이과생이라는 핑계로 고전은 어렵고 지루한것으로 생각하는 제가 아이에게 고전을 함께 읽어보고 고전에 대한 재미를 느낄수 있는 책을 만나게 되어 정말 즐거운 시간이었네요.

아이와 함께 역사를 공부하고 역사책 읽기를 좋아하지만 삼국유사 책을 따로 읽어보거나 그 속에 숨어있는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직접 삼국유사에서 살펴보기보다는 삼국유사에 실린 이야기를 인용한 다른 책들을 통해 이런 이야기가 삼국유사에 있구나 하는 수박 겉핡기 식의 관심을 가졌던 것에 반성을 하게 됩니다.

 

 

이 책속에서는 단군신화, 김유신, 선덕여왕, 의자왕, 만파식적, 처용, 황룡사 탑, 향가에 대하여 살펴봅니다. 다른 책에 인용된 이야기를 통해 알고 있는 내용도 있겠지만 삼국유사를 통해 어떻게 해석하고 어떻게 서술하고 있는지 함께 알아보도록 해요.

 

주인공 윤하와 시은이는 고전 읽고 다시 쓰기 대회의 상금이 욕심나 헌책방인 보물서점을 찾게 됩니다. 그곳에서 글 쓰기를 하시는 책방 아줌마를 만나서 이야기 보따리인 보물 창고 삼국유사를 소개받게 됩니다. 삼국유사에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찾아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보기로 하지요.

 

지금의 아이들이라면 거짓말로 생각할수 있는 단군신화 이야기를 살펴보면서 중국 성인들의 출생 이야기는 신성하다고 여기면서 우리 시조들의 출생 이야기는 괴이하고 황당하다고 여긴다면 말이 안된다는 논리로 우리 신화도 신성하여 기록으로 남겨 전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일연의 전략으로 단군신화가 기록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또한, 삼국유사 속 이야기를 읽으면서 옛사람들의 생각을 알고, 여러 가지 마음을 느끼면서 참말인지 거짓말인지 여부를 뛰어넘는 재미와 교훈, 감동을 찾아보기로 결심하죠.

 

삼국통일의 위업을 이룬 김유신은 삼국유사에사 영웅, 신으로 표현되어 있어요. 신비한 출생, 그가 겪는 어려움과 고난, 위기속의 기지와 지혜로 진정한 영웅이 되는 이야기들을 보면서 그 시대에 김유신을 그런 특별한 존재로 여기고 싶었던 시대의 바램이 아닐까 생각하게 됩니다. 똑같은 사람이라도 보는 사람이나 시대에 따라 영웅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겠지만 그 시대 영웅이었던 김유신을 통해 우리 시대의 진정한 영웅이 누구일지 생각해보고 우리 아이들도 남을 위하는 어른이 되는 이 시대의 영웅이 될수 있도록 지혜와 용기를 기르게 도와주어야겠어요.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전세계적으로 여성 리더가 주류가 되는 시기입니다. 신라시대에 여왕이 나라를 다스리는것은 쉬운일이 아니었을거에요. 하지만 우리 생각과 달리 조선 시대 후기에 비해 신라나 고려 시대의 여자들은 자신의 능력과 의지를 존중받기도 했어요. 삼국유사를 통해 그 시대에도 남자가 아닌 여자도 시대의 중심이 될수 있었다는것을 알고 놀라게 됩니다.

 

역사의 기록은 항상 승자의 기록일거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특히 삼국을 통일한 신라가 거대한 국토를 가진 고구려나, 찬란한 문화를 가진 백제를 이기고 통일한 것에 고구려나 백제가 통일을 했으면 지금은 어땠을까 하는 가정을 해보게 됩니다. 역사엔 고구려와 백제가 멸망할수 밖에 없는 악조건을 이야기하면서 백제 마지막 왕인 의자왕은 항상 최고의 악역을 담당하게 됩니다. 물론 의자왕의 잘못된 판단과 무능함이 없는건 아니지만 한때는 해동의 증자로 여겨질 정도로 부모에게 효도하고 형제끼리 사이좋게 지냈고 무왕과 함께 전장을 누비며 영웅답고 용감하고 대담했지만 승자의 입장에서 의자왕은 덕 있는 왕이어서는 안되고 전쟁에서 꼭 패배해야 하는 필연적인 이유가 있는 왕이어야 하므로 승자의 입자에서 기록된 역사엔 최고의 악당으로 기록되었을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되니 역사를 배우고 공부함에 있어 항상 주연이 아닌 조연의 입장에서도 해석하고 판단하는 객관적 사고를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전쟁의 희생양이기도 했던 백성들에겐 전쟁에 도움이 되는 보물보다는 자기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보물이 좋았을 거에요. 바로 마술 피리 만파식적이죠. 피리를 불면 적군이 물러나고, 병이 낫고, 가뭄에 비가 오고, 장마에 날이 개고, 폭풍이 칠 때 바람과 파도가 잔잔해지는 보물이 어느날 사라지게 됩니다. 하지만 세상에 딱 하나의 역사책에만 남아 있다면 진실인지 아닌지 알수 없으며 통일 신라가 이러한 보물을 가지고도 멸망한 이유를 설명할수 없겠지요. 이처럼 삼국유사에는 진실인 듯 거짓인 듯한 이야기들이 많아요. 상징을 담은 이야기일 수도 있고 어떤 목적에 의해 꾸며진 이야기일 수도 있기에 우리는 이야기를 들을때 무작정 받아들이기보다는 의심을 해보는 시각도 가져야겠어요.

용왕님의 아들로 알고 있는 처용에 대한 이야기는 다양합니다. 지방 호족의 아들 혹은 페르시아 계통의 외국인이라고도 알려졌지만 처용가를 통해 용왕의 아들로 나오기도 합니다. 처용의 아내와 함께 있던 사람은 큰 병에 걸린 부인이 역신과 함께 있었던 것을 빗대어 말한거로 역신을 달래기 위해 춤추고 노래했다는 거지요. 어느 내용이 사실인지 알수 없지만 모두 그 시대의 정황상 다 근거가 있는 이야기네요. 역사를 공부하면서 항상 그 시대에 가서 확인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기는 것은 저뿐만은 아닐거에요. 역사책은 항상 여러 각도에서 생각해봐야겠어요.

 

삼국유사에 여러 가지 보물이 나오지만 황룡사 구층목탑은 빼놓을수 없지요. 지금은 존재하지 않아 확인할 수 없지만 그 규모로 보면 과연 실제로 존재하였을지 의심할 정도로 엄청난 건물이었죠. 신라의 국교가 불교이긴 하지만 수많은 호국신과 토착신 들이 있었던거로 보아 호국 불교 사상을 심어주기 위해 정말 큰 공사를 했을지 아니면 약간은 과장이 들어간 것일지 알수 없지만 가까운 곳에 보물이 있고 그 보물이 불교임을 알게 해주는 멋진 이야기입니다.

 

힘든 시기에 함께 부르는 노래는 서로에게 위로가 되고 희망을 가지게 하기도 하지요. 여러 사람이 함께 부르기 위해서 만든 노래인 향가도 그럴거에요. 역사는 승자 특히 권력자들을 위해 기록되지만 그 기록에 드러나지 않지만 항상 역사의 중심에 있는 많은 백성들에게 삼국통일을 위해 크고 작은 전쟁에 가족을 잃고 가혹한 노동에 시달리고 전염병에 죽어가는 그런 고통속에 마음을 움직이고 하늘을 움직이는 노래인 향가는 그들에게 큰 위안이 되었을거에요. 향 찰로 표기되어 정확하게 해석되지 않고 다양하게 해석될 수도 있지만 그 속에 담겨진 '감통'의 힘을 느끼기엔 부족하지 않을거에요.

 

윤하와 시은이의 고전 읽고 다시 쓰기를 함께 하면서 삼국유사 이야기를 이용해 멋진 주인공, 새로운 보물, 놀라운 사건을 만들어 내면서 고전속의 숨어있는 재미와 그 속에 담긴 새로운 역사 바라보기를 알수 있는 기회를 가질수 있었어요. 어려운 고전인 삼국유사라도 시대적 상황과 여러 각도로 바라보는 해석에 따라 지루하고 따분한 역사 이야기가 아닌 시대에 따라, 장소에 따라, 읽는 사람에 따라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 낼수 있고 그 속에서 즐거움을 찾을수 있다는 진리를 깨닫게 되는 시간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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