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어린 용 함께 그림동화
조대현 지음, 배종숙 그림 / 예림당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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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나 소설속에 실제의 이야기나 혹은 역사속 이야기에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상상의 이야기를 가미한 작품들이 흔히 있지요. 경복궁 어린 용도 역사속 이야기에 상상의 이야기가 가미되어 아이에게 재미를 주네요.

임진왜란중에 소실된 경복궁을 고종 때 재건하면서, 궁궐의 화재를 막기 위해 예로부터 천둥, 번개와 같이 비나 물과 관련된 것들을 다스리는 '물의 신'으로 여겨진 용 두 마리를 경회루 연못 속에 구리로 만들어 넣었는데, 그중 한 마리가 1997년 11월, 연못 준설 작업 도중 경회루 북쪽의 '하향정'앞 연못 바닥에서 발견되어 경복궁 고궁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는군요.

이 이야기를 모태로 경복궁 어린 용은 시작됩니다.

고종 황제 시절 진흙으로 용 모양을 빚는 늙은 대장장이 영감이 그 위에 횟물을 부어 틀을 뜬 뒤, 다시 구리를 녹여 부어 용을 만들면서 이런 말을 들려줍니다. "용으로 말할 것 같으면 저 푸른 동해 바다에 살면서 온갖 재앙을 물리치고 뭇사람에게 복을 주는 귀한 짐승인데 네가 살 곳은 저 깊은 동해 바닷속 용궁인데 고작 궁궐 연못 속이라니, 쯔쯔쯔......"  " 너 '주어야 산다'는 말 아느냐? 그래, 죽어야 산다. 네 몸을 죽여야 진짜 용이 될 수 있다."

그때부터 어린 용은 개흙 속에 묻혀 잠을 자면서도 계속 바다로 날아가는 꿈을 꿉니다. 백여 년 만에 연못의 물이 빠지고 개흙 속에서 처음 건져 올려지던 날, 어린 용은 이제 진짜 용이 된 줄 알았지만 그저 무거운 쇳덩어리 몸이고 게다가 낯설게 변한 바깥 환경에 어리둥절해 하지요.

진열장 속 어린 용은 어느날 자신을 관찰하면서 스케치하는 소년이 "그러니까 너는 하늘로 올라가지 못하고 숨어 사는 용이로구나......안됐다."라는 말을 듣고 예전에 대장장이 영감님이 하던 말이 생각나며 소년의 커다란 눈망울에서 대장장이 영감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뱀처럼 허물을 벗어보라는 소년의 말을 듣고 청동 껍데기에서 빠져 나온 어린 용은 진열장 유리에 막혔지만 박물관 유물을 점검하는 날 박물관을 빠져 나와 경복궁을 배회하게 됩니다.

진짜 용이 되어 날아서 바다로 가려고 하지만 계속 실패하지요. 세월이 흘러 어느 가을날 어린 용은 지난 여름 전시실에서 만난 소년을 발견하고 뒤따라가봅니다. 그곳은 경복궁 동쪽 담장이 끝나는 곳 찻길 건너편에 있는 작은 공방이었지요. 궁궐에서 일하는 기술자로 어린 용을 만드셨을지도 모르는 오대조 할아버지의 자손인 다리가 불편한 소년의 아버지가 일하는 공방이죠. 그곳에서 소년은 학교 전시회에 낼 용 모양을 새긴 조각품을 조각하고 ​ 있읍니다. 소년의 손끝에서 나무 조각 용이 점점 제 모습을 찾아 가는 것을 보고 있으면, 어쩐지 어린 용은 자신이 다시 살아나는 것 같아 위안이 됩니다.

어느 깊은 밤, 소년의 아버지가 하는 공방 쪽 하늘 위로 벌겋게 솟아오르는 불길이 보입니다. 소년의 아버지는 소년이 깎아 만든 용을 가지러 가려고 불길에 휩싸인 공방으로 불편한 몸을 일으켜 들어갑니다. 불붙은 천장이 무너져 내리는 순간 어린 용이 소년의 아버지를 구하고 불타 버립니다. 죽는다고 생각하는 순간 공방 쪽 하늘 위로 찬란한 불덩어리가 날아가는 것이 보입니다. 그건 불덩어리가 아니고 비늘이 번쩍번쩍 빛나는 한 마리 용입니다. 용이 살아난거지요. ​늙은 대장장이 영감이 말한 네 몸이 죽어야 진짜 용이 된다는 말처럼...

아이도 알고 있는 경회루 연못에서 발견된 청동 용 이야기가 이렇게 재미있는 동화도 다시 태어났네요. 책을 읽으면서 진짜 이런 이야기가 청동 용 전설에 있을것 같은 생각이 자연스럽게 드는건 그 용이 진짜 승천하여 우리나라의 기운이 승승장구하길 바라는 우리의 바램이 아닐지요. 또 하나의 청동 용도 발견될 날이 오길 빌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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