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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디 ㅣ 네버랜드 클래식 28
요한나 슈피리 지음, 김영진 옮김 / 시공주니어 / 2006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원작 책을 읽어보지 않았지만 어릴적 일본 애니메니션으로 접해보고 아이들이 읽기 쉽도록 요약 편집된 책을 읽어보아서인지 499페이지의 분량, 1880년 출간된 <<하이디의 수업 시대와 편력 시대>>, 1881년에 출간된 다음 이야기인 <<하이디는 배운 것을 쓸 줄 안다>> 두 권의 책이 묶인 책이지만 쉽게 읽어 나갑니다. 스토리을 잘 알고 있는 책이라 어떤 내용이 다르고 원작에서 등장인물들이 주고 받는 실제 대화의 내용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꼼꼼하게 살펴보게 되는군요.
초반부에는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어두운 과거 때문에 사람들과 관계를 끊고 고원에서 혼자 사는 하이디의 할아버지 고원 아재는 하이디가 힘들어할때 클라라의 할머니로부터 들었던 성경속 이야기 돌아온 탕아 이야기를 하이디로부터 들으며 어두운 과거의 터널에서 나오게 됩니다. 할아버지의 어두운 과거의 이야기가 무엇일지 짐작할 수 있어요. 또한 클라라가 걸을 수 있도록 간병하는 능수능란한 모습에서 막대한 재산을 탕진하고 고향을 떠나 군대에서 생활하며 부상당한 상관을 돌보던 따뜻한 마음을 가졌던 젊을적 고원 아재의 모습도 엿볼 수 있네요. 하이디를 학교에 보내라고 찾아온 목사님, 하이디가 힘들때 구원의 손길을 보내준 클라라 할머니의 하느님 이야기, 그리고 돌아온 탕아, 하이디가 읽어주는 찬송가를 통해 마음의 안정을 찾는 페터 할머니, 힘들어하는 클라라에게 꾸준히 기도해야 하느님이 더 좋은 계획을 실천해주신다며 기도를 권하는 하이드의 모습 등 등장인물들이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신에게만 의존해 해결될 때까지 기다리는 모습에서 너무 강하게 노출되는 종교적 색채는 약간은 거부감을 일으키지만 작품이 쓰여졌던 19세기에 유행했던 종교색 짙은 감상주의적 작품의 경향 이야기를 들으며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주인공 하이디의 모습을 통해 밝은 심성의 힘과 자연속에서만 그 힘이 더 빛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항상 주위의 모든 사람들에게 긍정의 마인드를 심어주고 싫어하는 사람에게조차 그녀를 이해하고 사랑할 수 밖에 없게 만드는 모습에 책 읽는 내내 나 자신도 마음의 위안을 삼게 됩니다. 하지만 만약 하이디가 오늘날처럼 바쁘고 자신만을 생각하는 개인주의가 만연한 세상에 산다면 답답한 도시에서 몽유병과 향수병에 걸렸던것처럼 그 밝은 심성은 핸디캡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쉬지않고 조잘대는 그녀의 모습에 바쁜 주위의 사람들은 귀찮아하고 어쩌면 왕따로 치부되지 않을지....하이디의 밝은 심성도 배워야겠지만 그런 밝은 심성을 가진 주위의 사람과 공감할 수 있는 마음도 가져야겠다는 반성도 하게 되는군요.
단순무식의 대명사 페터는 하이드를 통해 점점 길들여지는것 같아요. 단순하고 순박하고 속마음을 보이지 못하며 고민거리를 미움으로 표출하는 모습속에서 사고뭉치가 되지만 항상 하이디와 하이디 주변 사람을 통해 반전의 좋은 결과물을 얻게 되지요. 포기했던 글도 배우고 클라라에 대한 질투로 클라라의 휠체어를 망가뜨리지만 오히려 클라라 할머니의 유산 중 일부를 받게되니 말이에요.
태어날때부터 나쁜 마음과 미움으로 가득찬 심성은 없다는것을 클라라를 통해서 알게 됩니다. 병약해서 풍족한 삶에도 휠체어에 의존하여 친구도 없이 바깥 세상과 동떨어진 클라라는 하이디를 통해 웃을 수 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알프스로 돌아간 하이디를 찾아가 그동안 갇혀있던 구속에서 벗어나 자연을 느끼며 행복을 찾고 자연의 힘을 통해 건강을 회복하며 고원 아재의 도움으로 스스로 걸을 수 있게 되지요. 만약 그런 기회가 없었다면 태어날 때 착했던 클라라의 마음은 시간이 지날수록 나쁜 마음과 미움으로 가득찬 심성으로 변해가며 처음부터 그런 사람인 것처럼 평가되지 않았을지요.
종교적 색채를 띤 이 책을 읽으며 클라라의 할머니는 혹시 하느님의 뜻을 받고 내려온 천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누구에게나 감히 범접하지 못하는 인물임에도 온화함을 지니고 있는 그녀는 하이디가 글을 읽도록 도와주고 하느님을 믿고 의지하게 하는 신앙심을 전해주지요. 또한 페터의 잘못을 너그럽게 용서하며 죄는 미워하더라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뜻을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주네요.
클라라의 아버지 제제만 씨의 친구인 의사 선생은 하이디가 곤경에 처했을 때 알프스로 돌아가도록 도와주며 딸을 읽고 슬픔에 잠겼을 때 알프스의 자연과 하이디로부터의 위로를 통해 마음의 상처를 극복하고 하이디와 함께 살게 됩니다. 우리는 항상 사람을 평가할 때 겉 모습으로 드러난 점으로 그를 평가하지만 아무리 겉으로 완벽한 사람일지라도 숨겨진 그만의 핸디캡과 슬픔과 아픔은 있을거에요. 아무것도 부족하지 않을거라고 생각하는 의사 선생에게도 딸을 읽은 슬픔이 있었고 세상에 부러울것이 없는 부유한 제제만 씨에게도 아픈 딸의 핸디캡이 있어요. 하지만 그들은 세상의 관점으로는 아무것도 가진것 없는 하이디지만 많은 사람을 즐겁고 편안하게 해주는 따뜻하고 밝은 심성, 자연의 위대함을 모두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버리는 깨끗한 마음을 통해 상처를 치유받고 행복한 결말을 가져옵니다.
하이디와 친구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종교적 색채의 선입견일 수도 있지만 성경속 누군가를 떠올리게 되는것은 자연스러운 것인지 작가의 의도인지 궁금해지네요. 책속에 묘사된 알프스의 아름다움을 간접적으로 느끼며 언젠가는 나도 아이와 함께 그곳을 방문하여 처음으로 자연의 힘과 아름다움을 느꼈던 클라라가 되고 싶네요. 그리고 그곳에서 클라라가 걷게 된 것처럼 나도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의 아픔과 슬픔을 벗어버리고 육체적 휠체어가 아닌 정신적 휠체어에서 스스로 일어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