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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로운 곤충 박물관
프랑수아 라세르 지음, 안 드 앙젤리스 그림, 권지현 옮김 / 머스트비 / 2018년 3월
평점 :

어느 집이든 아이들 어릴적 자연관찰 책을 구입하여 아이들에게 주위환경에서 흔히 관찰할 수 있는 생태계를 꼼꼼히 알려주었던 기억이 있을거에요. 출판 기술이 발달하며 눈앞에서 직접 보는 듯한 실사 뿐만아니라 실사처럼 자세한 세밀화 자료에 감탄할 때도 많았을거에요. 또한 아이들과 함께 산책을 하며 만나게 되는 다양한 식물과 곤충에 대하여 이름이 무엇인지 쫑알거리는 아이의 질문에 난감할 때도 많았을거구요. 집에 우연히 들어온 벌레에 놀래는 엄마에게 이 벌레 이름은 무어냐고 물어보기도 하고, 흙을 접하기 힘든 아파트에서 일부러 화단을 돌아다니며 만나게 되는 벌레에도 관심을 갖는 2학년 둘째와 함께 실사보다도 더 자세한 세밀화로 그려진 곤충들의 이야기를 벌레라면 질색을 하는 엄마에게 거부감 없게 다가설 수 있도록 곤충들의 특징에 따라 꼼꼼히 정리해둔 이 책을 읽어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총 59 종류의 곤충을 변신의 천재, 뛰어난 수영 선수, 훌륭한 성악가, 작은 거인, 늠름한 군인, 날개 달린 곤충, 날개 잃은 곤충, 패션모델, 우아한 귀족, 맛없는 곤충, 맛있는 곤충, 무단 침입자, 여행자, 따라쟁이, 무리를 짓는 곤충, 하늘을 나는 용, 동그란 곤충 등 16가지 테마로 나누어 알려주는 신비로운 곤충 박물관 견학을 시작해봐요.

숲속을 지나다 갑자기 날아가는 곤충을 보며 여기에 아무도 모르게 숨었있었구나 하며 놀릴 때도 있고 보이는 외관에 진면목을 모르고 무서워하거나 혐오했던 벌레들이 있을거에요. 물론 그게 무엇인지 이 책을 보기 전에는 알 수 없었지요. 북방황나꼬리박각시는 몸에 털이 복슬복슬해서 벌처럼 보이지만 아주 귀여운 나방이고, 호리꽃등에는 헬리콥터처럼 수직으로 날아오르는 말벌처럼 보이지만 물지 않는 파리랍니다. 검은 눈, 커다란 입, 채찍 같은 꼬리를 가진 괴물 애벌레는 검은 눈도 커다란 입도 모두 가짜인 나무결재주나방의 변태전 애벌레라는군요.

여름철 시골에 내려가면 그렇게 시끄럽게 울어대던 매미 소리에 낮잠을 설치고, 가을을 알려주는 귀뚜라미의 울음소리를 동시로 지어보았던 어린 시절이 떠오릅니다. 왜 울어되는지, 어떤 기관을 이용해 우는지, 어떤 곤충들이 그렇게 멋지게 우는지 궁금하던차에 그 궁금증을 풀 수 있었어요. 아마도 이 곤충들을 다 모아서 연주를 시키면 정말 멋진 오케스트라가 만들어지지 않을까요?
생각보다 큰 사이즈에 놀라게 되는 왕귀뚜라미는 조용한 시골을 좋아하는 테너에요. 50미터 밖에서도 들릴 정도로 크게 울어대는 큰녹색수풀여치는 날개를 비벼서 소리를 내지요. 마치 첼로를 연주하는 것 같아요. 여름이 다가오는 신호에요. 아이들에게 더 잘들리는 소리니 아이들이 이 소리를 들으면서 여름방학을 기대하겠어요. 가장 크게 울어대는 곤충은 매미에요. 아마 시골에 놀러가 낮잠을 자다 매미 울음소리에 짜증을 낸 적도 있을거에요. 하지만 누가 이렇게 시끄럽게 하나 하고 다가가면 눈에 띄지 않고 나뭇가지에 잘 숨어있다가 다가가면 날아가버려요. 땅속에 오랜 시간 있었던 시간이 지루해서 그렇게 울어대는건 아닐까요? 매미에겐 심벌즈 연주자 역할을 맡겨야겠어요. 곤충중에도 음치가 있네요. 바로 쇠똥구리에요. 쇠똥구리는 배를 움직여 날카로운 끼익끼익 소리를 낸다네요. 파리도 노래를 한다는데 어떤 소리일지 궁금합니다.

날개 달린 벌레가 집안으로 들어오면 일단 겁을 먹게 되지요. 빠르게 날아다니니 이 벌레가 무엇인지 알 수도 없고, 잡기도 힘들어요.
호숫가에서 회색빛의 애벌레가 꿈쩍도 하지 않는 사이에 등이 갈라지며 날개가 달린 큰 요정 같은 잠자리가 나타나 호숫가의 물 위를 날아가는 모습을 보면 정말 멋이 있지요. 바로 물의 요정, 별박이왕잠자리에요. 집안에 들어온 검정파리를 보면 얼른 파리채를 찾게 되지요. 잘 잡히지도 않고 윙윙거리는 소리에 놀라기도 합니다. 아이들 키우는 엄마에겐 항상 구박을 받는데도 왜 자꾸 들어와 더듬이로 음식을 찾아내려고 하는지....온 집안에 비상 경계령을 내리는 푸르스름한 폭격기, 검정파리 세밀화로도 거부감이 느껴집니다.

어릴적 여름방학 숙제로 곤충 표본중 최고의 인기는 나비었죠. 함평 나비 축제 때 멋진 나비 표본 전시실에서 발을 떼지 못하던 둘째의 모습이 선합니다.
유럽에서 가장 큰 나방인 큰공작나방은 밤에 마당에서 보았을 때 박쥐가 날아다닌다고 착각할 정도에요. 집 안으로 들어오면 놀래서 먼저 잡아 죽일 생각만 할거에요. 하지만 이런 멋진 나방을 구경할 수 있는 여유를 이제는 가져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우주의 행성처럼 다양한 빛을 내는 날개를 가진 번개오색나비를 소개합니다. 푸르스름한 보랏빛을 띤 날개, 검거나 갈색인 날개 등 멋진 빛을 내는 것은 수컷 나비이고, 실제로 푸르스름한 보랏빛은 사실 없고 날개에 반사된 빛에 우리가 속은거라는군요. 새로운 사실에 놀랄뿐입니다.

미래의 식량 자원으로 대두되는 곤충은 어떤 맛일까요? 이 책을 통해 맛있는 곤충과 맛없는 곤충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어요.
진홍나방 애벌레는 신맛이 나는데 처음에는 잘 느끼지 못해 포식자가 먹게되면 배가 아프다는군요. 바로 애벌레가 먹은 개쑥갓이라는 독이 있는 풀에서 신맛이 나고 배가 아프게 만든다네요. 점박이나방은 공격을 당하면 시안화물이 든 액체를 분비한답니다. 마치 영화 속에 나오는 비밀 요원의 화학무기 같아요. 사람들이 함께 살고 싶어하는 곤충 2위인 칠성무당벌레는 깨물게 되면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노란 액체를 뿜어내니 포식자가 내뱉고 도망간다는군요. 맛없는 곤충을 우리가 먹을 필요가 없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어요.
곤충이 식량이 되는 우리 아이들 미래엔 어떤 곤충이 맛이 있을지 알아봐야겠어요. 밀웜을 구워서 소금을 치면 구운 땅콩과 비슷하다네요. 야생에서 토끼보다 잡는 게 쉬운 메뚜기는 육지 새우랍니다.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은 날개를 떼어 내고, 메뚜기가 불쌍하다면 한입에 꿀꺽 삼켜보세요. 고동털개미 애벌레는 몸을 보호하려고 신맛이 나는 화학 물질을 분비한다네요. 새콤한 사탕 맛이라는데 아직은 거부감이 먼저네요.

서로 다르지만 닮은 동물이 있기도 하고 닮은 사물이나 행동이 있어 그 동물의 이름이 지어지기도 합니다. 곤충에도 따라쟁이가 있어요.
두더지를 닮은 유럽땅강아지는 커다란 발이 신기하게도 땅을 팔 수 있는 두더지의 발처럼 생겼어요. 버팔로트리호퍼는 장미 가시 같은 뿔이 나 있어 꼬마 들소처럼 보인답니다. 주변에서 찾아서 확인해봐야겠어요.

아이와 함께 59종의 곤충을 공부해보았어요. 어떤 곤충이 있었는지 다 기억이 나지 않네요. 하지만 걱정마세요. 책 뒷편에 찾아보기가 있어요. 궁금한 곤충이 있다면 책 어느 곳에 있는지 확인하고 어떤 재주가 있는지 함께 살펴보도록해요.
이 책을 읽으며 마치 곤충 박물관에서 말재주가 훌륭한 멋진 곤충학자와 함께 관람을 하는 기분이었어요. 학문적 분류가 아닌 저자의 특별한 분류를 통해 우리 주변의 곤충들의 특징과 습관을 공부할 수 있었어요. 이제 아이와 함께 산책하면서 만나게 되는 여러 곤충을 무섭다고 피하는 선입견을 가지지 않고 어떤 특징과 습관이 있는지 살펴보는 습관을 가져봐야겠어요. 책을 읽는 한밤에도 창문을 통해 들리는 작은 소리에 귀기울여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