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트랜스포머>가 갈수록 망한 이유는 그래픽만 내세웠고, 각본이 부실했기 때문이다. 이 영화도 로봇 영화긴 하지만 그래픽에서 뿜어져 나오는 압도감보다도 스포츠맨 정신이 돋보이는, 만화 <더 파이팅> 같은 영화다. 트랜스포머가 그래픽은 담았을지 몰라도 이 영화처럼 아날로그 감성을 담아내진 못했다. 그래서 이 영화는 SF 영화보다는 스포츠 영화에 가깝다.


2.

 일단 스토리가 간단해서 마음에 든다. 시대는 가까운 미래, 이젠 사람이 아니라 로봇이 복싱을 하는 스포츠가 인기를 끌게 되고, 전직 복서였던 찰리 켄튼은 링에서 내려와 자기 로봇을 대신 링으로 내보내 하루하루 빚쟁이들에게 시달려 연명하고 있다. 그 때 죽었던 옛 아내에게서 아들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사정 때문에 자기 아들 맥스 켄튼을 보살피게 된다.


3.

 아버지의 로봇 복싱을 보던 맥스 켄튼은 로봇 복싱의 재미에 푹 빠지게 되고, 와중에 폐품 덩어리 속에서 파묻혀 있던 스파링 로봇  '아톰'을 만나게 된다.


4.

 중요한 것은 아톰이 단순한 복싱 로봇이 아니라는 것, 아톰에게는 대상을 보고, 그대로 따라하는 카피 기능이 있었는데, 마지막 로봇 복싱 챔피언 '제우스'와의 싸움에서는 이 카피 기능을 써서 찰리 켄튼이 챔피언을 거의 패배하기 일보직전으로 밀어넣었다.


5.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은 제우스 vs 아톰이 아니라 제우스 vs 찰리 켄튼이다. 아톰이 찰리 켄튼의 동작을 보고, 그대로 따라한 것이다. 음성 인식이나 수동 조작 같은 진심없는 플레이보다 전직 복서의 화려한 실력으로 차가울대로 차가운 감성없는 로봇 챔피언을 밀어붙인 것.


6.

 시대가 흐르고, 이젠 피나 땀대신 기름이 흐르는 링에서 벗어난 복서 찰리 켄튼은 싸우는 와중에 예전의 황홀함을 경험하게 된다. 사실 이 영화는 두 번 봤었는데, 경계는 내가 복싱을 배우기 전과 후로 나눌 수 있다. 미술품도 그 역사를 알아야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듯이 복싱을 약간 배운 나에게는 로봇 복싱을 볼 때마다 남다른 끊어오름을 느꼈다.


7.

 인간다운 로봇 영화. 한 마디로 정의하면 이렇다. 주먹 대신 쇳덩어리들이 충돌하고, 피대신 기름이 떨어지지만 찰리 켄튼이 대신 움직이는 로봇 아톰은 가장 인간다운 멋진 경기를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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