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친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199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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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작으로 이루어져 있는 두 개의 소설 '키친'과 '만월', 그리고 앞의 이 두 소설과 배경 및 주인공은 다르나 상처와 치유라는 같은 모티브로 뭉쳐진 단편'달빛 그림자'가 소설 <키친>을 이루는 세 가지의 같지만 다른 이야기다.

요시모토 바나나라는 작가는 그 이름 만큼이나 서정적이면서 상큼한 냄새를 풍기는 글을 선사하고 있다. 작가는 자신이 쓰고자 하는 이야기가 사뭇 심각해 질 수 있는 가능성 속에서도 유연하게, 마치 그녀의 이름처럼' 등장인물들의 고통에 실린 무게를 기분 좋은 향기로 녹아내리게 하는 재주를 지녔다.

소설 <키친>의 매력은 가벼움에 있다. 여기서 말하는 가벼움은 작품의 밀도나 깊이를 표현할 때 우리가 흔히 쓰는 '무겁다, 가볍다'라는 식의 이분법적인 표현이 아닌 '구름 위를 걷는 듯한 가벼운' 느낌을 말하는 것이다. 작품의 깊이나 수준을 일단 떠나서, 작품이 쉽게 읽힌다는 것은 어쨌든 긍정적이다. 그만큼 많은 독자를 확보할 수 있고 다양한 소통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녀의 글 속의 이런 경쾌한 가벼움이 작가에게 이토록 많은 독자들을 가질 수 있게 했던 것인가. 사실 이 소설 속에서 엄청난 문제의식이나 인간적 고뇌 등을 발견하기는 힘들다. 이런 종류의 감흥을 얻고자 할 시에는 다른 작품을 읽는 편이 나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만약 누군가가 일상을 스치고 지나가는 사소하면서도 뼈아픈 경험에 절망하고 있다면, 이 책은 그런 이에게 좋은 치료제 역할을 할 지도 모른다.

일본 문학을 많이 접해 볼 수 없었지만 요시모토 바나나로부터 받은 인상은 매우 밝은 것이었다. 이야기의 부드러운 진행과 간결한 문체가 매력으로 다가온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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