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과나무집 땡삐
조완제 지음 / 심지 / 2005년 7월
평점 :
품절


책 제목부터 정감이 갔다..
땡삐가 뭔지 몰라서 검색을 했다..
검색을 해도 사전에 없는 단어라고 나온다.
몇 군데 검색했더니 말벌의 일종으로 끝까지 쫓아가서 쏘고 마는 끈질긴 벌이라는 것이다.
제목부터 참 어울린다고 생각하며 책을 폈다..
산문집이라 가볍고 편한 마음으로 읽었지만 처음부터 눈시울을 적시게 만들었다..
추억으로 남은 편지에서 읽은 어머님 전상서에서 벌써 눈물 한 바가지 쏟았다..
다음으로 찡한 감동이 밀려 온 것이 다시 읽고 싶은 책의 서평 ‘구리 료헤이’ 작가의 ‘우동 한 그릇’이었다..
다시 읽고 싶은 책을 읽으며 추억속의 학창시절이 아련히 떠올랐다..
희미한 스탠드 불 빛 아래서 밤을 하얗게 지새며 읽었던 전쟁과 평화, 여자의 일생, 보봐리 부인,제인 에어 등의 문학은 등줄기가 짜릿한 감명을 받으며 사춘기와 꿈 많던 여고시절의 감성을 키워준 소중한 정신적 재산이었다.
읽었던 책들의 내용이며 줄거리 감동들은 어느 덧 희미하게 빛이 바랬는데 그 추억속의 구절들이 연기처럼 마구 피어 올랐다..
또한 작가의 날카로운 서평과 폭 넓은 독서 지식을 엿 볼 수 있었다.
가슴에 묻어둔 시는 마치 한 폭의 수채화처럼 잔잔하고 화려하지 않지만 수수하고 평온한 작가의 서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
세상에 왔음을 안 당신에게는 우리 삶의 근원 생로병사, 마음을 다스리는 스님의 열반처럼 경건하고 엄숙한 삶의 지혜들을 일깨워 주었다.
글 중간중간에 있는 삽화 하나 하나 작가의 섬세함과 정성이 배어난 아름다운 옹기처럼 숨을 쉬게 하는 생명력있는 책이었다..

목차
책을 내면서
1. 추억으로 남은 편지
2. 다시 읽고 싶은 책
3. 가슴에 묻어둔 시
4. 세상에 왔음을 안 당신에게

명문대학을 갓 졸업한 큰 아들은 의사가 되고, 작은 아들은 은행원이 되었다. 그래서 아버지 산소에 들르면서 “지금까지의 인생 가운데서 최고의 사치스러운 일을 계획했다”고 하였다. 그것은 섣달 그믐날 어머니와 셋이서 삿뽀르의 그 우동집을 찾아와 3인분의 우동을 시키는 것이었다.
고개를 끄덕이면서 듣고 있던 주인들의 눈에서 왈칵 눈물이 넘쳐 흐르고 있는데, 이를 보고 있던 이웃 사람이, “뭐하고 있어요! 십 년간 이 날을 위해 준비해 놓고 기다리고 기다린, 섣달 그믐날 10시 예약석이잖아요, 어서 안내해요. 안내를!”
이 말을 듣고 정신을 차린 여주인은,
“잘 오셨어요..... 자 어서요. 여보! 2번 테이블 우동 3인분!”
무뚝뚝한 얼굴을 눈물로 적신 주인.
“예 우동 3인분!”
예기치 않은 환성과 박수가 터지는 가게 밖에는 조금 전까지 흩날리던 눈발도 그치고, 갓 내린 눈에 반사되어 창문에 비친 ‘북해정’이라고 쓰인 상호막이 한발 앞서 불어제끼는 정월의 바람에 휘날리고 있었다.
-본문 58 페이지 ‘우동 한 그릇’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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